6월 7일 중앙대학교 대학원 5층 국제회의실에서 다문화 인문학 정립이라는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그동안 중앙대학교 문화콘텐츠기술연구원 다문화 콘텐트연구사업단에서는 지속적으로 한국의 다문화 현실을 직시하고 지속적인 연구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에서는 한국 주변의 일본, 대만, 중국 등에서 다문화 사회를 어떻게 맞이해왔는가 하는 점에 대한 현실과 문제점들에 대한 발표와 토론 등을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행전안전부의 발표에 의하면 2012년 1월 현재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 수는 140만 9,557명으로 전 해에 비해서 11.4 퍼센트가 늘어났고,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17만 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늘 나라 문을 닫고 우리는 단일민족이라는 말을 주장하면서 살 수는 없습니다. 외국과 다양한 사람, 문화, 물자들의 교류를 통해서 우리 생활이 더욱 윤택해지고, 풍부해 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고령화, 저 출산 등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1960년대 광부나 간호부들이 일자리를 찾아 독일로 가서 그들의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고 경제 발전을 위한 종자돈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노동 시장 역시 경제 사정에 따라서 흐를 수밖에 없습니다.
첫 번째 발표에서 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는 이찬욱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다문화 인문학의 정립이 왜 필요한지 하는 필요성에 대해서 강조했습니다. 인문학은 사람이 어디에서 왔고, 왜 살아야하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인간 본질의 핵심에 대해서 늘 의문을 품고 그 의문에 대해서 답을 찾아온 과정입니다. 이주 결혼 여성이나 한국에서 살고 있는 노동자에 대해서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성장배경과 문화 현실을 통해서 인문학적 연구와 접근을 시도하자는 제의를 했습니다.
두 번째 발표에서는 일본 류코쿠대학 국제문화학부 교수이신 폴린 켄트 선생님께서 일본의 다문화 공생 현실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일본에서 다문화는 1980년대 이후 새롭게 일본에 들어온 이주자를 대상으로 일본어 교육, 일본 문화 소개 등을 중심으로 지방 자치단체가 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외국 사람들이 발붙이고 사는 지역사회에서 책임을 지고 그들의 생활을 지도하고 돕는 것입니다.
일본은 아직 한국처럼 외국인 노동시장을 개방하고 있지 않습니다. 산업 연수원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청년들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부족한 개호 간호 인력 보충을 위해서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에서 간호사 인력 받아들이고 있지만 한자문화권이 아닌 지역 출신 간호사들이 일본어나 한자, 생활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1995년 한신 대지진으로 일본사람뿐만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도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후 지진 대비훈련이나 재난 발생 시 구호를 위한 지침들에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지금은 일본어를 비롯한 한국어, 중국어, 필리핀어, 스페인어 등 여러 언어로 재난 관련 자료를 만들어서 보급하거나 고코로라는 라디오방송에서는 일본어를 비롯한 여러 외국어로 문화나 생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3디(D) 직종이라고 해서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스러운(dangerous) 산업을 말합니다. 일본에서는 3케이(K)라고 해서 힘들고(기츠이), 더럽고(기타나이), 위험(기켄)한 일을 말합니다. 일본 역시 이 세 가지 일은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12일본 노동계에서는 브라질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1900년대 일본 사람들이 브라질로 이민을 가서 살다가 다시 일본에 온 브라질계 일본 사람들입니다. 브라질뿐만 아니라 페루 등 남미 출신이 많습니다. 일본 정부에서는 이들만 선택하여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다문화 공생(共生)이라는 말로 일본에서 살고 있는 외국 사람들을 돕고 있습니다. 일본에 살고 있는 외국인인은 2011년 말 현재 207만 8508명으로 2008년을 최고점으로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2011년 외국인 수는 전 해에 비해서 5만 명이상 줄어든 것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일본을 떠나는 외국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때 한반도에서 일본에 온 한국이나 북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들은 일본사람으로 귀화하거나 일본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서 지금은 대만이나 중국사람(67만 4879 명)이 가장 많습니다. 한국・조선인(54만 5401), 브라질(21만), 필리핀(20만 9376), 페루(5 만 2843), 미국(4만 9815), 베트남(4만 4,690), 태국(4만 2,750), 인도네시아(2만 4,660), 인도(2만 1,501) 순입니다.
세 번째 발표에서는 대만 사범대학 종종헌(鍾宗憲) 교수님께서 대만 사회에서 외국 혼인 배우자가 끼친 영향에 대해서 발표하셨습니다. 2012년 현재 대만에 살고 있는 외국인 배우자는 439,500명으로 대부분 중국(306,514), 베트남(87,357), 인도네시아(27684), 홍콩 마카오(12,772) 순입니다.
대만 역시 한국과 비슷하게 다문화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비교적 다문화 가정 이혼율이 비교적 높고, 자녀들의 양육, 교육, 차별 등에 있어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네 번째 발표에서는 중국 연변대학 이매화 교수님께서 중국의 다문화 사회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중국은 역사 이래 오래전부터 다문화 사회였습니다. 중국 한족과 더불어 많은 소수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입니다. 그러나 경제력이나 정치력은 주로 한족이 쥐고 있기 때문에 소수민족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소수민족 아이들이 학교 다니게 되면 자연히 중국어 교과서를 통해서 중국 교육을 받기 때문에 자신의 민족 정통성이나 언어를 쉽게 저버리게 됩니다. 극히 일부 소수민족에서는 민족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고는 있지만 그렇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오후에 진행된 다섯 번째 발표에서는 중앙대학 철학과 최성환 교수님께서 다문화 담론과 다문화 생활세계의 변증법에 대해서 발표해 주셨습니다. 세계적으로 다문화를 둘러싼 상황은 그렇게 우호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단일문화로 회귀하자고 부르짖는 소리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것은 다문화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현대 학문에서 레비 스트로스, 하버마스, 훗설, 지그문드 바우만, 샹탈 무페 등의 연구와 이론은 현대 사회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연구 대부분은 특정 원주민이나 사람들의 의사소통에 기반을 둔 이론이 대부분입니다.
민족이나 국가 속에서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인간의 개성과 인격을 인정하는 것 과 같습니다. 다문화 사회 현실에서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새로운 문화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다섯 번째 발표에서는 중앙대학교 이명현 교수님께서 강감찬 설화의 출생담과 성장담을 중심으로 다문화 시대 인물 탄생형 이물 교혼담의 가치와 동화 구연 방향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옛날이야기 속에는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공존하고 인격적인 교류를 합니다. 이것은 지금 우리가 지닌 과학적, 경제적 사고방식이 아니고 물활론, 토테미즘에 기초한 사고방식 즉 은유를 통해서 자연과 사람이 서로 교류하고, 사물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따라서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색이 다르고 어머니 국적이 다르다고 인간이 다른 것이 아니고 자연과 인간이 교류하고 인격적 교류를 나누던 사고방식이나 그런 내용의 이야기를 서로 읽고 주고받으면서 다문화 사회의 문제 해결을 시도 하고 있습니다.
여섯 번째 발표에서 중앙대학교 김휘택 교수님은 프랑스 국가 정체성, 실체와 환상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셨습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국민국가 개념을 설정하고 국가 정체성을 확고히 한 나라입니다.
프랑스는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서 왕정을 타파하고 공화정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나폴레옹은 이집트를 정벌하여 많은 문화재를 파리로 실어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독일이나 영국과의 전쟁으로 상실의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런 역사 과정에서 프랑스에는 여러 지역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들을 통합하고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프랑스어를 말하고, 프랑스의 가치를 옹호하고 그것을 위해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프랑스 사람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프랑스에서는 다문화는 없습니다. 다만 프랑스 국민국가만이 있을 뿐입니다.
일곱 번째 발표에서는 전영중 제주대학교 교수님께서 다문화 관점에서 현행 중학교 역사 교과서 고려시대 단원 서술 분석을 시도하셨습니다. 최근 2011년 교육과정 개편에서 역사 교육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전영중 교수님께서는 이번 발표에서 무엇이 어떻게 줄었는지 자세히 말씀하셨습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동남쪽에 자리 잡은 경주부근 신라 유적에는 서역 즉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석상이나 유물, 로만 그라스의 유물이 상당히 많이 출토되었습니다. 이것은 당시 신라 경주 지역에 많은 서역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성 씨는 현재 230 여개입니다. 이 가운데 삼국 시대는 40 여 성씨, 고려 때에는 40 여 성 씨, 조선 때에는 30 여 성 씨가 한반도로 새로 들어와서 생긴 것입니다. 이것 역시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이 단일민족이 아니고 복합 민족이 섞여서 다양한 문화가 융합되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비교적 최근에 출토된 백제금동향로가 있습니다. 이 유물에는 많은 악사, 동물 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악사가 사용하는 악기 역시 여러 지역의 다양한 악기가 있으며, 동물 역시 한반도에 살지 않는 악어, 코끼리, 사자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것 역시 당시 사람들이 많은 교류와 다문화를 통해서 자신들의 생활을 풍부하고 윤택하게 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한국은 급속히 다문화 사회에 진입해버렸습니다. 더 이상을 방향을 바꿀 수도 없습니다. 다문화 현실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다문화 사회를 받아들이면서 더불어 살면서 새롭게 만들어야할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발표자의 모든 발표를 마치고 중앙대학교 박전열 교수님의 사회로 종합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하루종일 방청석에서 열심히 발표를 들었던 여러 분들과 전공 교수님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질문 도중에 다문화는 사기이고 모두 집어치워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번 국제 학술 대회는 그동안 사업단에서 여러 해 동안 연구해 온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다문화 사회에 대한 주변 국가의 현실을 이해하고 더불어 새로운 방향을 탐색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참고문헌>문화콘텐츠기술연구원, 다문화콘텐츠연구 제14집, 중앙대학교 문화콘텐츠기술연구원, 2013.4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