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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썰기. 배추김치에 무가 들어가면 시원한 맛을 냅니다.
 무 썰기. 배추김치에 무가 들어가면 시원한 맛을 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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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치 먹고 싶어요."
"요즘 생김치 먹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김장김치 먹어요."

"생김치 좀 담그세요."

"생김치 먹고 싶어요"

지난 주부터 아내에게 생김치가 먹고 싶다고 '떼'를 섰습니다. 여섯 달을 김장김치를 먹어니 생김치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내는 결국 배추김치를 담그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배추를 사러갔더니 배추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꾸만 배추김치가 생각났습니다. 목요일 아내에게 다시 졸랐습니다.

"배추김치 먹고 싶어요."
"또 생김치 타령이에요."
"알았어요."
"와 오늘은 배추가 있어요. 생김치 먹을 수 있어요."
"맛있게 담가보세요."

"학원 가야하니까 지금 저려놓고 나중에 뒤집는 것은 당신이 하세요."
"몇시쯤?"
"3시쯤이요."

아내는 피아노 학원에 가면서 저려놓은 배추를 뒤집어 놓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참에 아예 김치를 담가 아내 짐도 덜어주고, 아이들에게 아빠 김치맛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배추를 뒤집고, 건져냈습니다. 양념을 만들고, 무를 썰었습니다. 때 마침 막둥이가 집에 왔습니다.

대파, 당근을 썰고 있습니다.
 대파, 당근을 썰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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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을 버무립니다.
 양념을 버무립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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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 아빠가 오늘 김치 담근다."
"아빠 김치를 담가요?"
"응."
"엄마가 담그잖아요."
"오늘은 아빠가 한 번 담가보려고."

"아빠가 담글 줄 알아요?"
"한 번 해보는거지."
"아빠가 담근 김치 먹고 싶어요."
"아빠가 담근 맛있는 김치 기대해라."

액젓은 적당히 넣는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어려운 것이 액젓을 얼마나 넣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액젓을 많이 넣어면 짭고, 너무 적게 넣어면 싱겁습니다. 결국 '적당히' 넣기로 했습니다.

양념을 버무립니다. 양념을 잘해야 배추김치가 맛있습니다
 양념을 버무립니다. 양념을 잘해야 배추김치가 맛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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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액젓을 너무 많이 넣어면 짜지 않아요."
"적당히 넣어면 된다."
"적당히요?"

"응."
"엄마는 안 그런 것 같은데."
"엄마가 액젓 얼마나 넣었니?"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적당히 넣자. 나중에 짜면 어쩔 수 없고."


배추에 양념을 하고 있습니다
 배추에 양념을 하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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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큰 아이도 왔습니다. 아빠가 김치 담그는 모습이 신기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빠 실력을 믿습니다. 엄마보다 아빠가 만들어주는 음식이 더 맛있다고 믿습니다(사실은 착각).

"아빠가 김치를 담가요."
"응."
"와 맛있게다. 빨리 밥 먹고 싶어요."

"나도."
"김치도 생김치고, 돼지 수육도 있네요."
"오늘은 생김치에 돼지 수육까지 오늘 우리집 저녁상은 풍성할거다."
"엄마가 빨리 오면 좋겠어요."

생김치에 돼지 수육까지

아내는 깜짝 놀랐습니다. '남편이 김치를 담가주다니 이런 복이 어디 있나'라는 생각을 하는 듯 합니다. 그런데 아내가 맛을 보더니 싱겁다고 합니다.

"좀 싱거워요."
"내가 배추를 너무 빨리 건져냈어요. 1시간 정도 더 있어야 하는데. 성급했어요."
"그럼 양념에 액젓을 조금 더 넣어면 돼요."
"생각보다 김치 맛있게 담갔어요."
"그래요. 자 아빠가 담근 김치다."

"와 아빠 정말 맛있게 생겼어요."
"맛있게 생긴 것이 아니라 맛있어야지."

"정말 맛있어요."

돼지고기 수육과 배추김치...맛 하늘이 놀랐습니다.
 돼지고기 수육과 배추김치...맛 하늘이 놀랐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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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담근 배추김치를 손으로 찢어 먹고 있습니다. 생김치는 손으로 찢어 먹여야 제맛입니다
 아빠가 담근 배추김치를 손으로 찢어 먹고 있습니다. 생김치는 손으로 찢어 먹여야 제맛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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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이는 김치를 찢었습니다. 생김치는 칼로 썰어 먹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찢어 먹어야 제 맛입니다. 딸 아이는 김치 먹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막둥이와 큰 아이 그리고 아내까지 감격합니다. 처음이라 조금 싱겁게 담갔지만, 우리 건강을 위해서는 더 좋습니다. 앞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자주 김치를 담그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태그:#배추김치, #김치담그기, #돼지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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