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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과 함께 1박2일 어부체험을 하기 위해 통발을 실은 배에 탔다.
 지인과 함께 1박2일 어부체험을 하기 위해 통발을 실은 배에 탔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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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 식품 중, '스테미너' 하면 떠오르는 어종이 있다. 그렇다. 바로 장어다.

가을이면 아무것도 먹지 않고 몇 달 동안 수만리 바다를 헤엄친다는 것만으로도 장어는 이미 심리적으로도 훌륭한 강장식품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정력에 좋다는 건 두 말하면 잔소리다.

지난 15일 고향으로 1박 2일 장어잡이를 떠났다.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얻으려면 망설임 없이 내 시간을 그에게 내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신뢰다. 관계의 기본은 믿음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모처럼 만난 반가운 지인들과 함께 바닷속으로 흠뻑 빠져들었다. 오늘은 장어잡이 어부체험이다.

아빠 따라 바다 체험에 나선 심진혁, 황정연 어린이.
 아빠 따라 바다 체험에 나선 심진혁, 황정연 어린이.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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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정력제, 장어잡이 '출격'

바다에서는 '주낙'이나 '통발' 등을 이용해 장어를 잡는다. 장어통발은 장어를 미끼로 유인해 함정에 빠트려 잡는 어구다. 직경 13cm, 길이 40cm 정도의 약간 훌쭉하고 긴 원통형으로 생겼다.

한 쪽은 막혀 있고 다른 한 쪽은 장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깔때기처럼 생긴 마개를 끼운다. 멸치를 넣고 깔때기를 끼우면 끝이다. 플라스틱이 귀했던 옛날에는 주로 대나무를 엮어 통발을 만들었다. 지금은 대나무가 사라지고 플라스틱으로 대체되었다.

장어를 잡는 어구인 통발의 모습. 통발 입구의 깔때기 속으로 들어간 장어는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어렵다.
 장어를 잡는 어구인 통발의 모습. 통발 입구의 깔때기 속으로 들어간 장어는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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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를 잡는 어구인 통발이 올라오고 있다.
 장어를 잡는 어구인 통발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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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어부체험에 나선 지인이 장어통발을 올리고 있다.
 1박2일 어부체험에 나선 지인이 장어통발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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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로는 주로 멸치를 사용하는데, 장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통발 한 개당 가운데 손가락만큼 굵은 멸치 3~4마리를 넣으면 끝이다. 어부들은 통발 50개 정도 매단 줄을 '한틀'이라 부른다. 우리가 가진 통발은 두틀이다.

장어는 야행성이라 주로 밤에 활동한다. 붕장어와 먹장어는 낮에 잠을 자다가 밤이 되면  먹이사냥에 나선다. 이내 통발을 만난 장어는 통발 속에서 비린내를 풍기는 멸치를 먹기 위해 환장한다. 이윽고 입구인 깔때기를 발견, 통발 속으로 유유히 들어간다. 그렇게 통발 속으로 들어간 장어는 나오는 구멍을 찾지 못해 갇히고 만다.

어부들은 밤에 통발어장을 바다에 던진 뒤 4시간 마다 걷는다. 4시간 후면 갇혀있던 장어가 빠져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어는 통발에 들어갈 때 머리를 먼저 들이민다. 그렇다면 나올 때는 머리로 나올까, 꼬리로 나올까? 정답은 '꼬리'다. 꼬리가 일종의 더듬이 역할을 하는데 실컷 배를 채운 장어는 뚫린 구멍만 보이면 꼬리를 넣어 헤집고 나오려 발버둥 친다. 힘 좋은 장어꼬리가 정력에 좋다는 낭설은 이 때문이다.

어부의 삶은 항상 고단하다... 그런데

통발에 달라붙어 올라온 털고동의 모습
 통발에 달라붙어 올라온 털고동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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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발에 달라붙어 올라온 불가사리 모습
 통발에 달라붙어 올라온 불가사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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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상은 예측불허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해 바다가 장판처럼 평평하다. 날씨가 급변하면 파도가 거칠 게 인다. 그래서일까. 바다 위에서 삶을 건져 올리는 어부들은 항상 고단하기 마련이다. 장어잡이 체험에 나선 지인의 한 마디가 이를 대변한다.

"오늘 장어잡이에서 내린 결론은 차라리 사먹고 말지. 이거 보통 힘든 것이 아니구먼…."

전날 놓은 통발을 걷기 위해 아침 일찍 나섰다. 어제 마신 술이 덜 깨었지만 얼마나 잡혔을까 기대들이 크다. 첫 어장이 올라왔다.

"터덕~터덕~"

통발 속에서 장어들이 요란하게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다. 첫 통발부터 장어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이를 본 일행들이 소리친다.

"와 이건 뭐야? 진짜 장어네!"
"고놈들이 바로 꼼장어와 붕장어람 말임다."

장어통발에 든 꼼장어가 이물질을 내뱉으며 용트림하고 있다.
 장어통발에 든 꼼장어가 이물질을 내뱉으며 용트림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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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통통한 붕장어가 입을 벌리고 있다.
 배가 통통한 붕장어가 입을 벌리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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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장을 걷는 내내 신기해하는 일행들의 즐거운 비명이 터졌다. 통발에는 붕장어만 있는 게 아니었다. 먹장어로 불리는 꼼장어도 올라왔다. 꼼장어를 잡은 건 처음이다. 지인은 뭐 저런 게 있냐고 징그럽다는 표정이다. 통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고동과 불가사리는 통발에 달라붙어 배 위로 올라왔다. 통발을 걷는 내내 외친 지인의 한 마디가 기억에 생생하다.

"어이 우리 어부로 전업해 버려 이거…." 

이윽고 아침식사 시간이다. 살아있는 장어를 숯불에 구우니 별미다. 반주로 곁들인 소주 와 장어구이. 그 무엇도 부러울 게 없는 세상이다. 아쉽지만 짧은 우리의 1박2일 어부체험은 이렇게 끝났다.

어부체험 후 즉석에서 구운 숯불장어구이의 맛에 빠졌다.
 어부체험 후 즉석에서 구운 숯불장어구이의 맛에 빠졌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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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장어잡이, #어부체험, #장어통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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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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