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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관심을 모았던  남북 당국회담이 끝내 무산되었습니다. 회담 예정 전날에 수석대표의 격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북측에서 내세운 수석대표는 남측에서 장관급이 아닌 차관급 인물이라고 한 강지영 조평통 국장입니다.

한 일간지에서 강지영 국장과 제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둘의 관계와 강지영 국장에 대해 여러 언론이 상당한 관심을 가진 듯합니다. 이에 강지영 국장이란 인물에 대해 그리고 강지영 국장과 몇 년 동안 추진했던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대한 해명을 하고자 합니다.

강지영 국장과 저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십여 차례 남북교류를 위해 북한에서 만났습니다. 물론 남북 정부에 공식적 허가를 받고요. 2009년 이후에는 만나지 못했지만 강지영 국장이 북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만날 기회가 오면 축하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이번에 북측에서 수석대표로 강지영 국장을 지명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실 반가움과 놀라움이 교차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제가 초선 국회의원 신분이었고, 강 국장은 북한카톨릭위원회 부위원장(위원장은 장지연 북한 적십자 총재)으로 민화협 실무 책임자였는데, 지금은 저도 대한민국의 삼선 중진의원이 되었을 만큼 강 국장의 지위도 상승하였을 것은 당연하지만, 남북장관급 회담에 북측 수석대표로 나올 만큼 출세한 줄은 몰랐습니다. 강 국장은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요.

강지영 국장은 56년생으로 예의가 바르고 머리가 좋은 김책공대 학생회장 출신의 엘리트입니다. 우린 서로 힘을 모아 할 수 있는 일들을 참 많이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남한의 기업인이 설립한 평양 두유공장 운영 지원, 의약품 지원, 체육교류 등의 남북협력사업 대화를 나누었는데, 강 국장은 틈만 나면 담배를 피우는 골초였습니다. 그러나 강 국장은 합리적이고 두뇌회전이 빨라 자신의 주장을 펴면서도 우리 쪽이 수용 가능한 것인지의 여부를 신속히 간파하여 협상을 성사시키는 수완가였습니다.


 <평양인조잔디운동장 관련 협약, 2007년 5월 27일>
 <평양인조잔디운동장 관련 협약, 2007년 5월 27일>
ⓒ 안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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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국장과 저는 금강산, 개성, 평양에서 여러 차례 만나며 특히 평양 사동에 위치한 경기장에 인조잔디를 조성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2007년 여름 3개월간, 인천항을 통해 남포항에 도착한 잔디재료로 우리 기술자 3명이 평양에 상주하면서 북한 작업자들과 함께 인조잔디 경기장을 완성했습니다.

강 국장은 애초 약속대로 준공식에 남측 인사 100명을 평양에 초청하였는데, 중국 심양을 거쳐 가면 하루 종일 소요되는 우리의 불편함을 덜어 주기 위해 김포공항으로 고려항공을 보내주어 한 시간만에 평양에 도착하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지금으로서 상상하기 어렵겠지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믿기 어려운 이런 일이 있었지요.

<평양인조잔디운동장 준공식에서 남북 함께 기념 촬영, 2007년 11월 7일>
 <평양인조잔디운동장 준공식에서 남북 함께 기념 촬영, 2007년 11월 7일>
ⓒ 안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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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초기인 2008년 12월에 북한을 다시 방문했을 때 강지영 국장의 위상은 격상된 듯 했습니다. 남측 일행이 회담의 성과가 없어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답답하게 지내자 북측은 우리 일행에게 평양에서 2시간 넘게 걸리는 묘향산에서의 하룻밤을 배려해줬고 묘향산의 아름다운 설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강지영 국장의 노력 덕택이었습니다. 결국 강지영 국장과 저는 열 차례 가까이 만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순조롭게 만나면서 신뢰를 쌓아온 사이좋은 남북 파트너가 된 셈입니다.
 <묘향산의 설경, 2008년 겨울>
 <묘향산의 설경, 2008년 겨울>
ⓒ 안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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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향산의 설경, 2008년 겨울>
 <묘향산의 설경, 2008년 겨울>
ⓒ 안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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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평화롭게 지내야 합니다. 상호 협력과 존중 없이 지금처럼 긴장관계가 지속되면 양측 모두 피해를 입습니다. MB 5년 동안 남북관계를 역주행 시킨 점은 민족 앞에 커다란 최를 진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MB 정부의 대북정책을 답습한다면 결국 그 결과는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우리 민족끼리 더 이상 분쟁으로 소모전을 벌이지 말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위해 노력을 해야 합니다.

역사는 봉쇄정책과 힘의 논리만으로 평화통일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동서독 통일과 소련의 붕괴 등의 사건들을 통해 웅변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정치와 정부외교력만으로 현재의 남북경색 국면을 돌파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역사 속에서 스포츠와 문화외교의 힘에 눈길을 돌려봅니다.

남북간 정치적 대화나 정부외교력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내려면 먼저 남북간의 신뢰를 쌓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남북간 신뢰의 벽돌 한 장 쌓는 심정으로 몇 년 전 강지영 국장과 함께 꿈꾸었던 경평축구 부활을, 얼마 전 박원순 서울시장께 제안해서 동의를 얻었습니다. 오늘은 19대 국회의원 임기 중에 경평축구를 꼭 성사시키고 싶은 저의 간절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태그:# 국회의원 , #안민석, #남북, #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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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안민석입니다. 제 꿈은 국민에게는 즐거움이 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삶의 모델이 되는 정치인이 되는 것입니다. 오마이에 글쓰기도 정치를 개혁하고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드는 지름길 중에 하나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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