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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올랜?〉
책겉그림〈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올랜?〉 ⓒ 백년후
이른 아침이면 조기 축구를 나간다. 물론 몸이 무거울 때면 유달산으로 향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산에서 생각지도 못한 귀한 선물을 발견한 게 있다. 맛있는 개살구와 비파가 그것이다. 탐스럽게 익은 그것들을 검은 봉지에 담아서, 유리병에 효소로 담았다. 물론 그 전에 딴 보리수와 매실을 재놓은 것 뒤에 한겹 쌓아 올린 효소다.

계절에 맞는 열매로 효소를 만드는 것은 그만큼 귀한 일이지 않을까? 그러나 계절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재미는 더할 나위 없이 맛있을 것이다. 초여름엔 감자며 호박, 가지, 늙은 오이, 풋고추와 열무가 한창일 것이다. 거기다 오이, 양파, 부추, 그리고 고구마 줄기도 맛난 것들이다.

윤혜신의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올랜?>은 그런 계절이 담긴 밥상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맞는 꽃과 나무들이 있듯이 음식에도 그런 '계절별미'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계절 별미에 딸린 이야기 보따리가 이 책 곳곳에 녹아있다. 아울러 그 별미 요리법까지 실제로 소개하고 있다.

"할머니는 가으내 야산을 돌아다니면서 도토리를 주워 와 항아리 속에 물을 담고서 그 안에 도토리를 넣었다. 물 속에 넣어둬야 벌레도 먹지 않고 썩지 않는다고. 그렇게 가으내 물을 담게 놓았던 도토리를 꺼내 한 사나흘 마른 볕에서 바짝 말렸다. 그리고 껍질을 하나씩 깠다."(166쪽)

이른바 도토리묵에 얽힌 옛 사연을 담은 자기 고백문이다. 일종의 옛날 이야기인 셈이다. 밤색 저고리를 껴입은 할머니가 항아리 밑에서 도토리녹말을 꺼내서 묵을 쒀 먹던 그 옛 시절의 사연 말이다. 묵을 쒀 먹던 그 날에는 아무리 묵을 많이 먹어도 배탈이 난 법은 없었다고 한다. 그 추억을 떠올려 지금 그녀는 도토리 묵사발을 만들어 먹는 비법을 소개한다.

책 속 사진 이 책 168쪽에 있는 '묵사발' 요리법이다.
책 속 사진이 책 168쪽에 있는 '묵사발' 요리법이다. ⓒ 백년후

음식요리가로 널리 알려진 지은이는 현재 당진에서 음식점을 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당진이 옛날에는 '내포'로 불렸다고 한다. 바닷물이 그곳까지 들어와 포구를 형성했다는데, 그 덕인지는 몰라도 그곳은 들녘에서 자라는 계절별미 뿐만 아니라 철철이 나는 해산물도 잘 먹고 산다고 한다.

이를테면 봄에는 실치와 낙지, 주꾸미, 꽃게, 새우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여름에는 또 뭐가 날까? 여름철에는 조개와 소라, 고둥, 가리비를 맘껏 캐내서 요리를 해 먹는다고 한다.또 가을철에는 게와 새우 그리고 간재미를 먹을 수 있고, 겨울철에는 홍합과 굴을 맛볼 수가 있다고 한다.

책 속 사진 이 책 241쪽에 있는 '박속낙지탕'이다. 낙지를 밀가루에 소금 약간을 넣고 비벼 씻어 속 흙을 떨어낸 다음의 요리법이 함께 소개돼 있다.
책 속 사진이 책 241쪽에 있는 '박속낙지탕'이다. 낙지를 밀가루에 소금 약간을 넣고 비벼 씻어 속 흙을 떨어낸 다음의 요리법이 함께 소개돼 있다. ⓒ 백년후

"식당 쉬는 날에는 갑갑증도 날릴 겸 바닷가를 한번 휙 돌아본다. 제철 해산물에 따라 찾아다니는 곳도 달라진다. 독곶리에 가리비구이, 천북에 석화구이와 굴밥, 중왕리에 산 낙지, 성구미포구에 간재미회, 장고항에 실치, 남당리 대하구이, 서산에 꽃게…."(240쪽)

이름만 떠올려도 입맛이 당기는 음식들이다. 그것들을 텃밭에 나는 채소와 함께 요리해 먹으면 환상적인 궁합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그랬을까? 중왕리 갯벌에 물이 나가고 그 위로 노을이 지던 그날에 그녀가 '박속낙지탕'을 해 먹은 이유 말이다. 이 책에는 그 비법도 찬찬히 소개하고 있으니 참조하면 좋을 성싶다.

인기요리 연구가요 또 제철 재료로 요리하는 윤혜신씨. 소박한 밥상은 친할머니와 어머니한테, 잔칫상은 외할머니에게, 반가밥상과 궁중요리는 시어머니에게 배웠다던 그녀.

그녀는 요즘 따라 점점 용감무쌍해지고, 또한 쪼잔한 여편네로 변한다고 한다. 이유가 뭘까? 모두가 늙으면서 큰아들이 된다는 자기 남편 때문이라는데, 그 아들을 위해 달걀말이며, 꽃게탕을 해 줄때면 그렇게도 좋아할 수 없다고 한다. 그 맛에 잔소리가 늘고 또 삐치다가도 곧잘 헤헤 하고 웃으며 하루하루를 정겹게 살아간다고 한다.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올랜? - 계절이 담긴 밥상 이야기

윤혜신 지음, 백년후(2013)


#윤혜신#〈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올랜?〉#당진 내포#계절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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