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지'가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이지만, 정부가 어떤 의지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20일 오후 서울시 은평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열린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창립 4주년 세미나 '2020년 새로운 기후체제와 대한민국의 선택' 참가자들의 공통된 이야기였다.
이날 발제를 맡은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2020년 새로운 기후변화협약 마련을 앞둔 한국의 상황이 "대단히 어렵다"고 평가했다. 올해 국제사회는 '감축 부담을 어떻게 형평성 있게 배분할 것인가'를 두고 계속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안 소장은 "역사적 배출량을 기초로 하자는 브라질 안대로 하면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 압력을 가장 크게 느낄 것이고, 국가별 경제 상황을 비교, 감축량을 차별화하자는 유럽연합(EU) 안 등은 1992년과 2013년 상황을 비교할 때 엄청난 변화를 보인 중국과 한국에겐 굉장히 무서운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올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시작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여의치 않다.
안 소장은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미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의 17.5%를 초과했고, 중국을 빼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올해 박근혜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 첫 단추를 끼워야 하는데 그 단추가 어떤 색과 모양인지 누구도 모른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기조로 (기후변화 관련한) 국제사회 흐름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 5년간 녹색성장과 기후변화를 외쳤지만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증가했다. 특단의 대책을 찾지 않는 한 기후변화는 계속 될 수밖에 없다.""온실가스 감축량, 국가 목표부터" - "MB '녹색성장' 강조 책임져야"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주제로 발제한 조용성 고려대학교 교수 역시 "배출권거래소는 정책 수단일 뿐"이라며 "우리가 얼마만큼 온실가스를 줄일 것인가를 국가차원에서 정하는 일이 먼저"라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왜곡된 에너지 시장을 정상화하는 일을 병행해야 한다"며 "그래서 정부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국가가 갈 방향과 목표는 이미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등으로) 정해져 있다"며 "정부가 그걸 얼마나 시행할 의지가 있는지를 강하게 표현해야 기업도 미래에 투자할 때 불확실성을 줄이고 또 (온실가스를) 함께 줄이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권 때 발표한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며 "지금 있는 법만으로도 잘 해보자"고 말했다. 그는 "녹색기업지정제도를 예로 들면 벌금이 100만 원 정도인데, 기후변화도 마찬가지"라며 "감축 (목표를 달성) 못했을 때 너무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흔들리면 시장이 흔들린다"며 "정부가 기후변화 문제를 어떻게 할지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성우 KPMG기후변화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정부가 기업에 장기 전망에 대한 신호를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철강·석유업체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설비를 수십년간 운용한다. 김 대표는 "이들이 과연 20~30년 후 탄소 가격을 고려해서 설비 투자를 하겠냐"며 "여기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신호를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복영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과장은 "오늘도 그렇고 '기후변화 정책이 지난 정부보다 후퇴한 것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지난 정부에서 "지난 정부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감축할 것인가 하는 내용이 없어서 그 작업들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각 분야별 세부 계획을 담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 로드맵'을 세울 예정이다. 정 과장은 "미리 걱정하는 것은 접어 달라"며 "박근혜 정부 표어가 '신뢰의 정부' 아니냐, 올해 말이면 (기후변화 정책의 큰 그림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