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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18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박승춘 보훈처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이 시작되자 태극기를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박 대통령과 박 처장은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지난달18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박승춘 보훈처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이 시작되자 태극기를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박 대통령과 박 처장은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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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한민국 국회에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정부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를 비웃고 무시하는 답변태도를 보인 것이다."

20일 오후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 대한 이언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논평이다. 박승춘 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막은 것을 두고 "잘못한 것이 없다"고 말해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법사위가 정회되는 소동이 발생했다. 또한 박 처장은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웃음으로 대답했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박승춘 처장의 태도는 반국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숭고한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기념식 때마다 소모적이고 쓸데없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도 모자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대통합을 저해하는 박 보훈처장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박승춘 처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유임됐다. 이명박 정부 때 그의 직무 수행능력을 둘러싼 논란이 거셌다. 2011년 보훈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유신에 반대한 민주화운동을 종북 활동으로 폄하한 DVD 동영상을 배포해, 큰 비판을 받았다. 또한 박 처장은 같은 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이었던 고 안현태씨의 국립묘지 안장 심의 과정에 압력을 행사해 물의를 빚었다.

박승춘 "5·18 단체 외 모든 보훈단체가 <임을 위한 행진곡> 반대"

박지원 의원은 이날 법사위 회의에서 박승춘 처장을 상대로 "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박 처장은 "2008년 5·18 기념식 이후 논란이 돼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제창이 되지 못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그럴 만한 이유가 뭐냐"고 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경직돼서 성공했느냐"며 "보훈처장이 이명박 정부 때 임명돼 박근혜 정부까지 유임됐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화해·용서·화합·국민대통합을 요구했다"며 "그런데 5·18 기념식에 참석한 모든 시민들이 제창·합창하겠다는데 보훈처장이 왜 막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박 처장은 "순국선열, 호국영령,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을 위해 업무하는 곳이 보훈처"라며 "5·18 단체를 제외한 다른 모든 보훈단체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반대하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5·18 단체 역시 국가에서 인정한 보훈단체이고 (5·18 관련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새누리당마저 (보훈처 결정을) 반대하지 않았느냐"고 강조했고, 박 처장은 "5·18 단체 빼고 모든 보훈단체가 반대한다, 보훈단체라고 모든 보훈단체가 다 동일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금지 이유는 특정 단체에서 애국가 대신 부르기 때문"... 일시 정회되기도

박 의원이 박 처장에게 사퇴를 요구하자, 박 처장은 "국가보훈처장은 국가유공자를 대표하는 업무를 하는 자리"라며 "5·18 문제를 가지고 보훈처장에게 사퇴하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맞받았다.

박 처장은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못하는 것은 특정 단체에서 애국가 대신 부르기 때문이다, 그런 단체가 이 노래를 못 부르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의 말에 법사위 회의장은 야당 의원들의 고성으로 난장판이 됐다.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 "자꾸 그런 식으로 하면 오늘 국가보훈처와 관련된 심의를 그만하겠다"고 경고했고, 곧 법사위 회의를 정회했다.

한편, 박승춘 처장은 답변 내용뿐만 아니라 답변 태도에서도 큰 질타를 받았다. 이날 박지원 의원이 "민주당이 보훈처장을 해임건의했지만 국무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자 박 처장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에 박지원 의원은 "웃지 말라, 국회의원이 질문하는데 조롱하듯 웃지 말라"라고 질타했다.

결국 박 처장은 정회 뒤 회의가 속개되자  박영선 위원장의 요구로 "답변 태도가 적절치 못한 데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태그:#박지원 의원-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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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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