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NLL法 포기 제안 盧 前대통령 '예, 좋습니다'" - 21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조선일보>다운 제목입니다. 눈에 확 들어오고, 기사를 읽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파악되네요. 기사 제목만 보면 <조선일보>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확인하고 특종 보도한 것 같아요. 하지만 사실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정원이 국회로 가져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발췌본을 열람한 후 기자회견을 열어 밝힌 내용입니다.
아, 그렇군요. 따옴표가 있었군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따옴표에 넣어서 제목을 달면 나중에 설령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 지더라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니 <조선일보>가 자주 써먹는 수법이죠.
그렇다면 저 따옴표 안의 발언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아니에요. 국정원이 대화록 전체를 공개한 건 아니니까요. 발췌록에 있는 발언일까요? 그것도 아니에요. 기사 내용을 보면 "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한 의원들에 따르면" 이라고 되어 있어요. 발췌록에 제목 그대로 적혀 있어서 인용한 게 아니라 "여러 정보위원"들의 전언을 종합해서 만들어 낸 거에요.
따옴표를 써서 인용의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사실은 창작에 가깝죠. 궁지에 몰린 국정원을 도와 NLL 관련 소식을 키우고 싶은 <조선일보>의 마음은 이어지는 관련 기사들에서도 잘 드러나 있어요.
노무현 前대통령 "국제무대서 나는 北대변인 노릇"국정원 "국회 요청 땐 대화록 전문 공개 검토 용의"그럼 같은 날 다른 신문들은 이 건에 대해 어떤 기사 제목을 달았을까요? 평소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제목을 먼저 보죠.
"노 전 대통령 NLL 포기 발언 확인했다" <중앙일보>與 "盧 2007년 'NLL 포기' 발언록 확인" 野 "국정원 사건 물타기 위한 국기 문란" <동아일보><조선일보>와 똑같이 따옴표를 쓰긴 했지만 NLL 관련 발언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주장이라는 게 한눈에 확인되네요. 이게 정직한 제목 달기에요.
"노, NLL 포기발언 확인했다" 새누리 국회 정보위원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발췌본 열람 <국민일보>與 "盧 NLL 포기 발언 확인" <세계일보>서상기 "盧 NLL포기 발언 확인... 전문 공개 추진" <서울신문>국정조사 몰린 국정원 'NLL 발언' 기습 공개 <한겨레>여 "노, NLL 포기발언 확인" 발췌본 열람·공개 불법 논란 <경향신문><국민일보><세계일보><서울신문> 역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췌본을 열람하고 그 내용을 공개했다는 사실에 걸맞은 제목을 뽑았어요.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국정조사 몰린 국정원" "불법 논란" 등 기사를 통해 전하고 싶은 신문사의 의견을 제목에 담았네요.
기사 제목만 봐도 그 신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파악이 돼요. <조선일보>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선을 끌고 사건을 더 키우고 싶었던 거에요. 새누리당 의원들의 주장만을 듣고 기사를 써 놓고 실제로 대화록에 그렇게 쓰여 있는 것처럼 보이게 제목을 뽑는 건 독자들을 속이는 짓이죠. 독자 우롱하는 <조선일보>의 따옴표 제목, 30점짜리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