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시살등 만나러 가는 길... ...
시살등 만나러 가는 길...... ⓒ 이명화

영축산... 시살등 가는 길...
영축산...시살등 가는 길... ⓒ 이명화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 어느 때 만나도 영남알프스는 다양한 표정으로 반기는데 그 다채롭고 빼어난 아름다움에 반한다. 보고 또 보아도 늘 새롭게 다가온다. 자주 만나러 왔던 산이건만 아직도 다 가보지 못한 코스가 많다. 산에 오르면 또 다시 오를 산이 보인다.

오늘 영축산(1,081m)을 만나러 간다. 보통은 배내골 청수골에서부터 시작해 신불재에 올라 영축산까지 드넓은 신불평원길 걸어 영축산 정상까지 오르지만, 오늘은 좀더 긴 코스로 모험을 즐겨볼 참이다. 영남알프스 남쪽 맨 끝에 있는 시살등까지. 영축산 정상에 서서 바라보면 굽이굽이 펼쳐지는 봉우리들...그 끝에 시살등이 있다.

시살등은 영축산에 오면 언제나 옆지기가 한 번 가보자고 했던 곳이지만 사람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것 같아 선뜻 응하지 못했었다. 마침 오늘은 등산선교회 사전답사 산행이다. 동속닥하니 동행도 네 사람이니 아침 일찍 출발해 시간도 넉넉하겠다. 옆지기는 오늘 산행이 영축산도 보고 시살등까지 간다는 것이 좋은 모양이다. 표정이 한껏 마음 부풀어 있다. 나 역시 가보지 않은 장소를 간다는 것이 내심 기대가 된다.

영축산 만나러 가는 길... 호젓이 걷다...
영축산 만나러 가는 길...호젓이 걷다... ⓒ 이명화

아침 일찍 출발. 양산 어곡 고개를 넘어 배내골로 접어들었고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앞에 차를 주차해 매표소에서 표를 끊었다. 1인당 1천원. 휴양림 숲속 길 걸어 산 들머리인 나무계단 앞에 다다랐다. 등산로 초입은 한동안 꽤 높은 가파른 경사길로 이어진다. 한라산 등반 이후 한동안 등산을 하지 않아 몸이 둔해 천천히 숨을 고르며 걸었다. 그래, 언제나 한걸음씩 걷다보면 어느새 정상이 가깝고 그 정상에 닿게 되지. 모든 것은 한걸음씩. 이렇게 걷다보면 곧 정상이다.

어느새 6월. 녹음은 짙게 물들었다. 초록물감을 엎질러놓은 것처럼 온 들과 산이 짙은 녹음으로 뒤덮였다. 숲은 초록으로 싱그러웠다. 한참을 호흡 가다듬으며 오르다보니 차츰 둔했던 몸이 깨어났다. 계곡에서 바위를 타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경쾌했다. 상쾌한 물소리 들으며 초록 숲길 걷다가 제법 물이 고인 소가 있는 바위에 걸터앉아 휴식했다. 배낭 속에 넣어온 참외를 한 개씩 나눠 먹고 다시 오른다.

영축산 가는 길... 암봉에 올라...
영축산 가는 길...암봉에 올라... ⓒ 이명화

속닥하게 속닥속닥 얘기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신불재다. 영축산과 신불산 사이, 배내골에서 올라오는 길과 반대편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 크고 작은 길로 갈라지는 곳이다. 신불재에 유월의 햇살이 가감 없이 내리쬐고 상쾌한 바람 불어와 이마의 땀을 식힌다. 신불산에서 내려오는 몇 사람의 등산인들 외엔 사람들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유월의 한낮, 고요해서 좋다. 잠시 휴식한 후 나무계단 길 따라 영축산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었다.

긴 계단 길 끝나고 나서부터는 드넓게 펼쳐진 하늘정원 길로 이어졌다. 왼쪽 한쪽으로는 통도사가 있는 언양 마을이 멀리 조망되고 예전에 등산교실 할 때 바위 봉우리를 탔던 암봉들도 보인다. 마주 오는 사람이 가끔 있긴 했지만 6월의 신불평원은 적막하리만치 고요했다. 마치 우리들을 위한 독무대를 마련해 준 것 같았다. 가을이면 은빛 억새물결로 출렁일 이곳 신불평원은 지금은 예쁜 초록으로 짙게 물들고 있다. 

영축산... 정상석 앞에서...
영축산...정상석 앞에서... ⓒ 이명화

영축산 정상(1,801m)이다. 모처럼 네 사람이 오붓하게 동행하는 산행. 영축산 정상에 서서 인증샷을 날렸다. 영축산 정상에서서 우리가 걸어온 길을 내려다보니 꽤 길고 먼 길을 온 것이 실감났다. 오늘은 영축산 정상에서 저기 저 봉우리들, 울룩불룩 치솟은 크고 작은 봉우리들을 넘고 넘어 시살등까지 만나러 간다. 가지 않은 길은 언제나 기대로 설렌다. 영축산 정상 주변에 있는 바위에 올라앉아 점심도시락을 맛나게 먹고 다시 일어섰다.

시살등까지 가는 길은 신불재에서 영축산까지 걸어왔던 하늘정원길처럼 탁 트인 능선길과는 사뭇 다르다. 굴곡이 많다. 크고 작은 암봉을 맞닥뜨리고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하면서 몇 개의 봉우리들을 넘었다. 바위봉우리들을 넘고 숲길로 접어들었다가 다시 암봉을 만나고 위험천만하면서도 짜릿한 쾌감을 안겨주는 스릴 넘치는 암봉과 바윗길을 만났다. 변화무쌍한 길에서  긴장감과 짜릿한 쾌감이 왔다.

영축산에서... 시살등 찾아가는 길...
영축산에서...시살등 찾아가는 길... ⓒ 이명화

... ...
...... ⓒ 이명화

약수터가 있는 비로암 갈림길에서 물병에 물을 담고 함박재, 죽바우등(1064M)을 넘었다. 죽바우등은 멀찌감치서 볼 때 높이 치솟아 돌출돼 있어 차마 거기까지 올라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못했지만 막상 가까이 가보니 죽바우등 암봉을 오를 수 있을 것 같아 바위를 타고 올랐다.

죽바우등 꼭대기에서 우리가 걸어온 길을 가늠해 보니 참 멀리 멀리도 왔다. 그런데 힘들지 않게 설렁설렁 걸어온 것 같다. 걷다보니 먼 데까지 온 것이다. 새로운 등로에서 앞에는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 모르는 낯설음과 기대로 설렘으로 걸었기에 여기까지 먼 먼 거리를 이리도 빨리 왔다 싶다.

죽바우등을 내려와 한피기 고개를 지났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조용하고 호젓한 숲길로 이어졌다. 시살등까지 가는 숲길은 연두색 초록색 다양한 초록의 향연이었고 호젓한 길이라 또 다른 느낌으로 와 닿았다. 곧 시살등이 나타났다. 시살등(981m) 정상은 양산에 속했건만 정상표시석이 울산 모 산악회에서 세워 누가보면 울산에 속한 산인줄로 알겠다.

영축산... 시살등...
영축산...시살등... ⓒ 이명화

시살등까지 온 보람으로 우리는 가슴 후련해하며 좋아했다. 시살등은 영남알프스 영축산 남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해는 늬엿늬엿 서녘하늘로 기울고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영남알프스를 중심으로 한 산무리와 산줄기가 손바닥처럼 환하게 조망되었다. 보고 또 보아도 자연은 질리지 않는다.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 자연의 품에 안겨볼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필립 얀시의 말대로 자연은 내가 얼마나 의존적이고, 나약하고, 덧없는 존재인지 상기시켜 준다. 여기서 나는 아주 작아진다. 그리고 창조주의 신묘막측한 솜씨에 그저 헤아릴 수 없는 대자연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느낀다. "아름다움과 은혜는 우리가 깨닫든, 깨닫지 못하든 상관없이 임한다. 우리는 다만 아름다움과 미를 추구할 수 있을 뿐이다."(애니 딜라드)

이제 하산한다. 한피기 고개까지 다시 되돌아 걸어 와서 예서 곧장 계곡으로 내려가는 좁은 숲길로 접어들었다. 사람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길인지 길은 나무들로 울창해 나뭇가지를 헤치며 걸어야 했다.

영축산... 하산길...
영축산...하산길... ⓒ 이명화

하산 길도 처음 딛는 길이라 낯설었지만 계곡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라 방향을 짐작하며 걸을 수 있었다.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계곡 물소리가 희미하게 들렸고 차츰 물소리가 환해졌다. 제법 많이 내려온 것이다. 한참 걸어 계곡 물가에 앉아 지친 발을 흐르는 물에 담그며 앉아 쉬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걷고 걸어 지친 발을 식혀주었다. 파래소 2교(청수골펜션)를 지나 신불폭포휴양림 매표소 앞에 도착했다. 긴 시간 걸었고, 긴 시간 걸으면서 우린 흐뭇했고 좋았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1. 일시: 2013년 6월 8일(토) 맑았다가 약간 흐림
2. 산행: 포도원교회 등산선교회 6월 답사산행
3. 산행기점: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4. 산행시간: 9시간 25분
5. 진행: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매표소 앞 주차장(8:45)-산행입구(8:55)-계곡바위(10:05)-삼거리(10:20)-임도(10:25)-나무데크 시작(10:50)-신불재(11:05)-영축산 정상(12:30)-점심식사 후 하산(1:40)-비로암 갈림길. 약수처(1:50)-함박재(3:05)-죽바우등(1064m,3:40)-한피기고개(4:00)-시살등(981m,4:10)-하산(4:15)-한피기고개(4:20)-계곡에서탁족(청수우골)(5:20)-파래소 2교(청수골펜션, 6:00)-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매표소 앞 주차장(6:10)



#영남알프스#영축산 시살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