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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제작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은 8페이지 분량으로 국정원이 제작했다.
국정원이 제작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은 8페이지 분량으로 국정원이 제작했다. ⓒ 권우성

국가정보원이 24일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중 8쪽짜리 발췌본에 나온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대화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불합리하다는 인식은 드러나 있지만, NLL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은 없었다.

발췌본에서 NLL 관련 발언만 놓고 순차적으로 보면, 김정일 위원장이 먼저 'NLL 이남에 평화수역을 조성한다'는 북측의 안을 내놓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NLL이 불합리하다는 북측의 주장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여론의 반대가 높아 NLL을 건드릴 수는 없다'고 여러 번 강조하며 버텼다. 대신 'NLL을 평화·경제지도로 덮자'는 구상을 제안하면서 'NLL 남북 양쪽으로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를 조성하는 안에 대한 동의를 얻어낸 과정이 대화록에 드러나 있다.

김정일 "NLL 이남에 평화수역 선포하자"

국정원이 공개한 회담록 발췌본에서는 서해 NLL 문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먼저 제기하는 것으로 나온다. 17~18쪽에서 김 위원장은 "군사경계, 우리가 주장하는 군사경계선, 또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 이것 사이에 있는 수역을 공동어로구역 아니면 평화수역으로 설정하면 어떻겠는가"라면서 "우리 군대는 지금까지 주장해온 군사경계선에서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까지 물러선다, 물러선 조건에서 공동수역으로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북방한계선과 우리 군사경계선 안에 있는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선포한다"고 덧붙였다.

남측의 NLL과 북측의 군사분계선이 겹치는 범위를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로 설정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실제로는 NLL 이남 해역이다. 실제로 NLL 이남에는 북한 군대가 상주하지 않으므로 "우리 군대는 지금까지 주장해온 군사경계선에서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까지 물러선다"는 김 위원장의 말은 '북한 군대는 NLL을 넘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서해 평화수역에 관련된 대화는 40쪽에서부터 다시 등장하는데, 이번엔 노무현 대통령이 "NLL 문제(를) 의제로 넣어라, 넣어서 타협해야할 것 아니냐, 그것이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 그러나 현실로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NLL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시켜서 남북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는 게 노 대통령 자신의 지시였지만, 결국 국내 여론의 반대가 너무 높아서 어려웠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이어 "북측 인민으로서도 그건(NLL문제) 아마 자존심이 걸린 것이고, 남측에서는 이걸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혼동이라는 것을 풀어가면서 풀어야 되는 것인데…. 이 풀자는 의지를 군사회담(에) 넣어놓으니까 싸움질만 하고요…. 풀자는 의지를… 두가지… 의지가 부족하고 자기들 안보만 생각했지 풀자는 의지가 부족하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자꾸 딴소리를 하는 겁니다, 그거 안 됩니다"라고 부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그 다음에 이런 여러가지 위원장께서 제기하신 서해 공동어로, 평화의 바다… 내가 봐도 숨통이 막히는데 그거 남쪽에서 그냥 확 해서 해결해버리면 좋겠는데…"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제기한 'NLL 이남의 평화수역'도 국내의 'NLL 사수' 여론만 없으면 어렵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위원장이 지금 구상하신 공동어로 수역을 이렇게 군사(를) 서로 철수하고 공동어로하고, 평화수역, 이 말씀에 대해서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단지 딱 (남한에) 가서 NLL 말만 나오면 전부 다 막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는 것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인데, 위원장하고 나하고 이 문제를 깊이 논의해볼 가치가 있는 게 아니냐…"고 했다.  노 대통령 스스로도 NLL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NLL을 건드리게 되는 문제에 대해선 남한의 여론이 워낙 민감하므로 정상회담을 통해 해법을 모색해보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강하구 공동개발, 인천·해주 자유통항, 군대 없는 서해"

서해 평화수역을 조성하는 문제는 57쪽에 다시 등장한다. 노 대통령은 "그런데 NLL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생겨 가지고,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돼 있거든요"라면서 NLL을 침범하게 되는 평화수역 설정이 힘들다는 걸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그래서 거기에 대해 말하자면 서해 평화지대를 만들어서 공동어로도 하고, 한강하구에 공동개발도 하고, 나아가서는 인천, 해주 전체를 엮어서 공동경제구역도 만들어서 통항도 맘대로 하게 하고 그렇게 되면, 그 통항을 위해서 말하자면 그림을 새로 그려야 하거든요, 여기는 자유통항구역이고, 여기는 공동어로구역이고, 그럼 거기에는 군대를 못 들어가게 하고, 양측이 경찰이 관리를 하는 평화지대를 하나 만드는, 그런 개념들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지요"라고 구체적인 구상을 밝혔다.

이 부분은 남북 정상선언문에 "민족경제의 균형발전과 공동번영을 위하여 경제협력사업을 적극 활성화하고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간다, 이를 위하여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경제특구를 건설하며, 한강 하구를 남과 북이 공동으로 이용한다"로 반영돼 있다. 사실상 정상회담을 통해 노 대통령이 자신의 구상을 거의 반영했음을 의미한다.

다시 69쪽에 노 대통령은 "NLL 문제가 남북문제에 있어서 나는 제일 큰 문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번에 장관급회담을 여느냐 안 여느냐 했을 때, 정상급회담을 열어서 서해평화문제 얘기 진전이 안 되면 우리는 장관급회담도 안 할란다 이렇게 억지를 부려본 적도 있습니다, 서해에서 1차적으로 상호 교신하고 상호 알려주고 했는데, 이행은 좀 잘 안 되고 있지만, 문제는 인제 북측에서 NLL이란 본질적인 문제를 장성급회담에 들고 나온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북측이 NLL 변경을 남북회담 의제로 요구하고, 남측이 이에 난색을 표하며 남북대화 및 서해평화문제가 진전이 되지 않은 상황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어 "다시 말해서, 의제로 다뤄라 지시를 했는데... 반대를 합니다"라고 했다. 이후 북측의 요구를 받아들이라고 자신은 지시를 했는데 국방부 등 해당 부처와 회담 실무진, 그리고 여론의 반대에 부딪혔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이어 "우선 회담에 나갈 장소부터 만들어야죠, 단호하게 다뤄라 했는데 그 뒤에 그러한 기회가 무시되고 말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나는 위원장님하고 인식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NLL은 바꿔야 합니다"라고 자신도 NLL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반대 높으니 NLL 위에다 평화·경제지도를 덮어 그려보자"

그러나 노 대통령은 "그러나 이게 현실적으로 자세한 내용도 모르는 사람들이 민감하게, 시끄럽긴 되게 시끄러워요"라고 국내 여론의 높은 반대 상황을 설명한 뒤 "그래서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안보·군사지도 위에다가 평화·경제지도를 크게 위에 덮어서 그려보자는 것입니다, 전체를 평화체제로 만들어 쌍방의 경찰들만이 관리하자는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NLL을 없애거나 다시 그리지 않고 평화지대로 조성해 NLL문제로 인한 군사충돌을 없애자는 구상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김정일 위원장은 "서해 북방(한계선, NLL), 군사분계선(북측) 경계선을 쌍방이 다 포기하는 법률적인 이런 거 하면 해상에서는 군대는 다 철수하고 그 담에 경찰이 하자고 하는 경찰 순시…"라고 반응했다. 남측이 NLL을, 북측이 군사분계선을 각각 무효화하는 법률적인 조치가 먼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설치하기로 하고 그것을 가지고 평화문제, 공동번영의 문제를 다 일거에 해결하기로 합의하고 거기에 필요한 실무 협의 계속해 나가면 내가 임기동안에 NLL문제는 다 치유가 됩니다"라면서 "그건 뭐 그런 평화협력지대가 만들어 지면 그 부분은 다 좋아할 것입니다, 또 뭐 시끄러우면 우리가 설명해서 평화문제와 경제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포괄적 해결을 일괄 타결하는 포괄적 해결 방식인데 얼마나 이게 좋은 것입니까? 나는 뭐 자신감을 갖습니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헌법문제라고 자꾸 나오고 있는데 헌법문제 절대 아닙니다,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습니다, 더 큰 비전이 있는데 큰 비전이 없으면 작은 시련을 못 이겨 내지만 큰 비전을 가지고 하면 나갈 수 있습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노 대통령은 이어 "아주 내가 가장 핵심적으로 가장 큰 목표로 삼았던 문제를 위원장님께서 지금 승인해 주신 거죠"라고 말했는데, 이 대화록 내용이 '굴욕적'이라는 일각의 비판이 이 표현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김 위원장은 "협력지대로 평화협력지대로 하니까 서부지대인데 서부지대는 바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그건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 바다 문제까지 포함해서 그카면(그렇게 하면) 이제 실무적인 협상에 들어가서는 쌍방이 다 법을 포기한다, 과거에 정해져 있는 것, 그것은 그때 가서 할 문제이고 그러나 이 구상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발표해도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물었고, 노 대통령은 "예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의 말은 '양측이 경계선을 설정한 현행법을 무효화하는 것은 뒤로 미루더라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정에 대한 대강의 내용은 정상선언문에 반영시켜도 되지 않겠느냐는 것으로 해석된다.

85쪽에서 김 위원장은 "남측의 반응은 어떻게 예상됩니까?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요?"라고 물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만든다는 데에서 (반대가) 아무도 없습니다, 반대를 하면 하루아침에 인터넷에서 반대하는 사람은 바보 되는 겁니다"라고 답했다.


#노무현#김정일#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회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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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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