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문 분향소 철거 후 여든하루, 대한문 앞 매일 미사 일흔일곱 번째 날인 24일 대한문 앞 풍경은 살벌했다. 변호사와 국회의원, 수많은 시민들이 있었지만 무소불위 초법적 권력을 휘두르는 경찰들에게 침묵시위를 벌이던 여성과 청년들, 양성윤 민주노총 비대위원장, 금속노조 노조원, 권영국 변호사까지 강제로 사지가 들려 화단 앞에서 맥없이 끌려 나갔다.
"나가서 조져 버려!" 조폭 영화의 대사가 아니다. 이날 오후 6시경 대한문 임시 화단 앞에서 침묵 농성 중이던 청년의 사지를 들어 끌어내며 경찰이 청년에게 내뱉은 말이다. 청년은 경찰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이미 다른 경찰 속으로 사라진 경찰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를 철거하고 임시 꽃밭을 만든 대한문 앞은 24시간 경찰이 철통 수비를 하는 희극이 벌어지고 있다. 쌍용차 해고자들과 시민들은 화단을 지키는 경찰에게 '화단 수비대'라는 명칭을, 그들을 지휘하고 명령하는 남대문 경찰서 최성영 경비과장에게는 '대한문 대통령'이라는 별칭을 만들어 부르고 있다.
지난 5월 29일 '꽃보다 사람' 집회를 열려던 학생 시민단체는 경찰의 원천 봉쇄와 최루액 살포로 집회를 할 수 없게 되자 물총을 쏘며 경찰과 대치했다. 남대문 경찰서 최성영 경비과장은 5월 29일 "쌍차범대위가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불법 집회를 했다"며 대한문 앞 옥외 집회를 금지를 통보했다.
쌍차 범대위가 금지 통보 해제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신청인 제출의 소명자료만으로는 신청취지 기재 처분 집행으로 신청인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며 범대위 신청을 기각했다.
이후 남대문 경찰서는 쌍차범대위의 집회 신고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대한문 앞 쌍차 관련 모든 집회는 미신고 집회가 된다. 미신고 집회라도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한 강제 해산이나 해산 명령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남대문 경찰서는 침묵 피켓 시위 농성마저 강제로 끌어내는 등 불법을 마구잡이로 자행하고 있다.
권영국 변호사가 신분증을 내보인 후 대법원 판결문을 낭독해 주려 했지만 남대문 경찰서 경비과장은 "대법원 판결은 이미 알고 있으니 들어 볼 필요 없다.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해 옥외집회 금지를 선고했고 법원이 받아들였으니 대한문 앞에 모이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경찰은 집회가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해산을 명할 권리가 있다"는 비상식적인 논리를 펴며 초법적 권한을 남용, 시민들과 쌍차해고자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하거나 끌어내고 있다.
법전문가들은 "집회는 허가가 아닌 신고제기 때문에 미신고 집회는 있지만 불법집회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미신고 집회라 할지라도 집회 주체자만 사후 처벌을 요구할 할 수 있을 뿐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1인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시민들을 채증하는 경찰의 행위 자체가 불법이다. 경찰은 소속과 이름을 분명히 밝히고 법적인 근거가 확실할 때에만 연행하거나 해산을 명령할 수 있다. 경찰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집시법이 미신고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산명령 대상으로 하면서 별도의 해산 요건을 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 옥외집회 또는 시위로 인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해 해산을 명할 수 있고, 이러한 요건을 갖춘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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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쌍용차 해고자 연행 소식에 침묵 농성에 연대하러 왔다가 몇 번씩 사지가 들려 쫒겨났던 한 여성은 영정사진마저 경찰이 빼앗아 찢어 버리자 얼굴을 무릎에 묻고 울었다.
권영국 변호사가 담당자와 대화를 하겠다고 하자, 경찰이 권영국 변호사를 밀쳐내며 사방으로 둘러싸 격리시키고 민주당 이학영 의원과 보좌관들도 경찰에 둘러싸여 움직이지 못하고 서 있었다. 미사가 시작된 이후에야 경찰은 가뒀던 의원과 변호사가 나올 수 있도록 갈을 터 주었다.
이학영(민주당) 의원은 "현장에 와 보니 사태의 심각성과 경찰의 권력남용 실상을 알겠다. 의원이 힘이 없어 폭력적 상황을 보고도 도움을 주지 못해 죄송하다, 앞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번갈아 매일 대한문에 나와 함께 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대한문 앞 미사를 총괄하는 장동훈 신부는 6월 26일(수) 오전 11시 30분 개신교, 천주교, 불교 3대 종단이 쌍용차 관련 공동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을 열 것이다. 서명을 받아 언론에 쌍용차 사실을 알리는 광고도 실을 것이다. 대통령 면담 요청도 하고 반응이 없으면 더 강력한 방법으로 쌍용차 해고자와 연대 할 것"이라며 시민들과 신도들의 연대와 관심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