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야가 6월 임시국회에서 국정원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황우여 대표(오른쪽)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귀엣말 나누는 황우여-최경환 여야가 6월 임시국회에서 국정원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황우여 대표(오른쪽)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25일 국가정보원의 불법 정치·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누리당의 '판정패'였다.

당초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국정원 국정조사뿐 아니라 NLL회의록 공개 강행까지 둘러싸고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었다. 민주당은 48시간 내 국정조사 수용 여부를 밝히라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우리가 목줄에 묶인 개XX냐"며 국회 일정 보이콧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까지도 민주당의 여직원 불법감금 및 검찰 수사 완료"란 '꼬리표'를 여전히 강조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검찰은 수사를 질질 끌지 말고 조속히 완료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민주당도 수사에 적극 협조해주시길 바란다"며 "수사가 진전돼 당초 원내대표 합의대로 6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지만 원내대변인도 비공개 원내대책회의 브리핑 당시 "국정원 국정조사 문제도 전향적으로 나아갈 것을 약속드린다"면서도 "6월 국회 안에는 국정조사 계획서를 만들기도 시간이 촉박하다, 그러기 위해서 검찰이 조속히 수사를 종결해줄 것을 촉구하는 바"라고 말했다. 기자들과 만나서도 "적어도 검찰이 (여직원 불법 감금 사건 등에 대해) 1차 수사 결과라도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자신들이 제기한 전제조건을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새누리당의 입장은 2시간 만에 뒤집혔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국정원 국정조사 실시에는 조건은 없었다.

방중 앞둔 박근혜 대통령 부담 덜고자 했나

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그는 이날 "우리의 NLL, 북방한계선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그는 이날 "우리의 NLL, 북방한계선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청와대

관련사진보기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정원 댓글 관련 수사에서 여직원 감금 사건 및 매관매직 의혹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완료되지 않았다"면서도 "그에 얽매이면 (우리 당이) 무언가 문제가 있어 국정조사를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게 된다, 이를 불식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국정조사에 합의했다"고 합의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서 국정조사 합의에 동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전날(24일) 국정원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하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서한을 받고 "국정원에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정조사 필요성에 동의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다만,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서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전혀 알지도 못한다"며 "대선 때 국정원이 어떤 도움을 주지도,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자신과 국정원 사건 사이에 '선'을 그었다. 또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히는) 절차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회가 논의해서 할 일"이라며 공을 국회로 넘겼다.

민주당은 이에 "엄중한 국기문란 사건에 대해서 언급한 대통령의 발언 치고는 상당히 실망스럽다"면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지난 24일 기자와 만나 "사실 박 대통령이 우리의 질문에 이렇게 길게 답변한 것은 처음"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의중이 공개되자, 여당의 기류도 일부 변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원내대책회의 브리핑 내용 중 "검찰 수사 완료"를 전제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전제조건이 있다면 전향적으로 (국정조사를) 받는 게 아닌데"라며 "내가 알기론 국정조사 문제에 전향적으로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야당 입장에서도 검찰 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돼서 (내용이) 구체화된 시점에 국정조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도 "일단, (전임 원내지도부가) 국정조사 하기로 약속했으니 안 지킬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국정조사에 전격 합의한 배경 중 하나가 오는 27일 예정된 한중정상회담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이른바 '윤창중 사건'으로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한 청와대 입장에서는 이번 한중정상회담의 성과를 보다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실현시킬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됐던 남북 당국회담까지 '격'문제로 무산돼 버린 상황. 박 대통령은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중국 측의 협조 혹은 답변을 얻어내야 한다.

그러나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를 둘러싸고 사회 각계의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등 국내 여론 상황은 좋지 않았다. 민주당 등 야권이 장외투쟁마저 본격화할 경우, 2008년 촛불집회 상황이 재연될 것이란 관측도 흘러나왔다. 결국, 이를 사전에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정원 국정조사 실시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NLL회의록' 맞불 작전 사실상 실패했나... 민주 "서상기·정문헌 사퇴해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서상기 정보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귀엣말 나누는 최경환-서상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서상기 정보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새누리당의 '맞불 작전' 실패가 국정조사 실시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란 시각도 있다. 당초 새누리당은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을 재부각시키며 맞섰다. 그러나 여야는 이번 국정조사 합의 과정에서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NLL회의록'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박영선 법제사법위원장의 발언이 논란의 시작점이었다. 그는 지난 17일 법사위전체회의에서 "우리 당에 들어온 국정원으로부터의 제보에 따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것(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안 까는(공개하는) 척하면서 대신 검찰에게 까라면서 그 서류를 밀봉을 해서 갖다줬다"고 말했다. 또 "(NLL 관련 발언도) 중간 중간 오해받을 부분만 축약해 만든 보고서를 누군가가 청와대에 전달했고 그것을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깠다"며 황교안 법무부장관에게 수사를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즉각 이를 쟁점 사안으로 부각시켰다. 특히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등 새누리당 정보위원 5명은 지난 20일 이 회의록 발췌본을 단독열람한 뒤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NLL포기발언' 의혹을 기정사실화 했다. 일부 언론은 '새누리당 발(發)'로 발췌본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충수를 둔 꼴이었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주장대로 회의록을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로 보더라도 서 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은 불법적으로 '기밀'을 누설한 셈이 됐다. 국익을 좌우하는 외교문서를 정파적 이익을 위해 활용했다는 역풍이 불었다.

이를 둘러싼 여야 간 논쟁이 나흘째 거듭되는 가운데, 국정원이 나서서 회의록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전격 공개했다. 이 역시 '장고 끝의 악수'였다. 새누리당은 회의록 전문을 국정원으로부터 건네받고도 공개를 유보했다. 그러나 각 언론을 통해 발췌본과 전문 내용은 공개됐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국정조사에 앞서 선(先) 회의록 공개가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여부를 두고 해석상 논쟁이 붙었다. 새누리당이 기대한 것과 달리, 여론은 어느 한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과잉해석'이란 비판이 따라붙었다. 실제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대선 전 "노 전 대통령이 'NLL은 땅따먹기하려 미국이 만든 선'이라고 발언했다"고 주장했던 내용은 이날 일부 언론에 보도된 회의록 전문에 없었다. 서 위원장이 단독열람 직후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고드린다'며 굴욕적 자세를 보였다"고 한 발언도 확인할 수 없었다.

특히 서 위원장은 단독열람 직후 기자회견에서 "내 말에 조금이라도 과장됐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언까지 한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이날 공식적으로 서 위원장과 정 의원에 대한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당내에서도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날 "(회의록 내용 중) 대통령답지 않은 것은 있다"면서도 "(회의록) 자료에 대해 지켜야 할 선이 있는건데 그걸 넘어서 하는 것이라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아직 '2라운드' 남아 있어... 조사범위 및 증인채택 놓고 격돌 예상

그러나 아직 '2라운드'가 남아 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26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회동을 하고 국정원 국정조사의 세부 내용을 논의키로 했다. 특히 여야는 국정원 국정조사의 조사범위 및 증인채택 등을 두고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합의한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역시 같은 내용에 대한 입장 차로 지금까지 실시되지 않고 있다.

먼저,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여직원 불법감금 사건 및 매관매직 의혹 등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지만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전병헌 원내대표가 (여직원 불법 감금·매관매직 의혹 등을 국정조사 범위로) 받지 못하겠다는 의사 있었다면 이번 합의문에 넣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국정원 불법 댓글 사건'을 강조하고 있다. 이언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 "여직원 인권 유린에 대한 내용은 (국정조사의) 부수적 내용"이라고 말했다.


태그:#박근혜, #국정원 국정조사, #새누리당 , #NLL대화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