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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교육청 소속 진천교육지원청이 지난 17일 이 지역 중학교 교감에게 보낸 '가채점' 요구 문서.
 충북교육청 소속 진천교육지원청이 지난 17일 이 지역 중학교 교감에게 보낸 '가채점' 요구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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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치른 중고교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와 관련 충북교육청 소속 진천교육지원청이 "부진학생 위주로 가채점을 한 뒤 그 결과를 보고하라"는 비밀 지시를 내린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충북교육청의 다른 교육지원청 소속 중고교에서도 "교장실 등에서 비밀리에 가채점을 했다"고 해당 학교 교사들이 증언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충북지부는 "시험 부정 조장 외에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강력 대응하기로 했고, 교육부도 조사에 착수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가채점은 답안지 등을 복사해 미리 채점해보는 것인데, 교과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이 답안지 채점 업무를 담당'하는 일제고사 관련 지침에서 이를 금지하고 있다. 

"일제고사 부정 조장" 주장에 "순수한 마음으로 한 것" 해명

25일 오후 입수한 진천교육지원청의 한 장학사가 보낸 전자메일 자료를 보면, 이 교육지원청은 이 지역 중학교에 가채점을 할 것을 지시하면서 "진천지역 기초 미달 제로 달성!!!"이라고 적었다.

진천교육지원청은 지난 17일 오전 10시쯤에 발송한 '성취도평가 가채점 결과 부탁드립니다'란 제목의 문서에서 "25일 시험을 치르면 가채점을 해주시고(특히 학습부진 예상 학생) 그 결과를 보내주기 바란다"면서 "인원이 많은 학교는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채점을 해주셔도 된다"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이 교육지원청은 "진천지역 기초 미달 제로 달성!!! 꼭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 가채점 지시 행위는 일제고사 지침 위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최근 시도교육청에 보낸 '2013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세부시행 계획'에서 "답안지 복사 등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고, 학교장은 즉시 회송용 봉투에 답안지를 넣고 밀봉한다"고 규정했다. 답안지를 통한 가채점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박을석 전교조 충북지부 정책실장은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교육부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가채점을 지시한 것은 시험 부정을 조장하는 것 말고는 달리 생각할 이유가 없다"면서 "4년 연속 일제고사 1등이라고 자랑하면서 일제고사 돌탑까지 세운 충북교육청이 올해도 여지없이 시험 부정 시비에 휘말렸다"고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답안지를 갖고 가채점을 했다면 지침 위반"이라면서 "실태를 조사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했는지 빨리 보고 싶어 순수하게 가채점을 하도록 한 것이지 시험 부정을 조장한 게 아니었다"면서 "문제가 될 것 같아 이미 3일 전에 가채점을 하는 것을 중지시켰다"고 해명했다.

"교장실에서도 가채점"... 충북교육청 "우리가 지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교육지원청이 아닌 다른 충북 교육지원청 소속 ㄱ중과 ㄴ고가 실제 교장실 등에서 가채점을 진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ㄱ중 한 교사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일제고사 뒤 교장실에서 교사들이 모여 답안지를 꺼내 가채점을 해 어느 학생이 몇 점인지 교무실에서 다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가채점 지시 행위가 충북교육청 차원에서 진행된 것 아니냐 하는 의혹도 나왔다. 하지만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우리는 오히려 가채점을 하면 안 된다는 지시를 따로 내렸다"면서 "상식적으로 우리가 가채점을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태그:#일제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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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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