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대기업과 부유층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현 정부의 경제성적을 평가하는 항목에선 '씨(C)'학점이 가장 많았다. 이어 정부의 경제정책 결정과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으로 다수의 국민들은 재벌과 대기업을 꼽았다.
26일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결과의 특징은 국민 상당수가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가졌던 경제민주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현 정부 출범에 맞춘 지난 2월 조사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대기업 중심이라고 대답한 국민은 52.6%였다. 지난 이명박 정부 내내 80%를 훨씬 웃돌던 수치가 크게 줄어든 것이었다.
강정민 연구원은 "지난 2월에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에서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4개월여 지난 이번 6월 조사 결과는 이같은 기대감이 실망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에서 정부의 기업정책이 '대기업 중심'이라고 답한 비율이 75.9%였다. 지난 2월에 비해 23.3%포인트나 올랐다. 대신 '중소기업 중심'이라고 답한 국민은 18.4%였다. 특히 이같이 응답한 사람들의 경우 월 평균가구 소득이 4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층(82.4%), 화이트칼라(84.9%), 학생(94.3%) 에서 높았다.
고소득층-화이트칼라-학생 중심으로 "박근혜노믹스는 대기업중심"
또 현 정부의 세금정책 역시 국민 10명 가운데 8명(78.9%) 정도가 부유층에 유리하다고 답했다. 서민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4.9%였다. 이어 현 정부 경제정책 평가에 대해서도 39.2%의 국민이 C학점을 매겼다. 이어 B학점이 36.3%였고, 낙제성적인 D와 F 학점을 매긴 사람들도 19.2%나 됐다.
정부의 경제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는 집단에 대해선 여전히 국민들 상당수는 재벌과 대기업을 꼽았다. 이번 조사에서 60.6%가 재벌과 대기업을, 21%가 전경련 등 경제단체를 지목했다. 국민들 10명 중 8명 이상이 재벌과 경제단체가 우리나라 경제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와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해 국민들은 아직 확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민주화 추진 속도에 대해서 '적절하다'가 47.0%, '느리다'가 47.3%로 양쪽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에 대해서도 49.5%가 적절하다고 한 반면, 42.1%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30대 연령층과 학생, 화이트 칼라 계층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강 연구원은 "박근혜 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한 후 중소기업과 서민 위주의 경제정책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데에서 오는 실망감이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나 지하경제양성화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KSOI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전국 만19세 이상의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2일 전화 및 휴대전화 설문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3.7%포인트(신뢰구간 9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