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노동자들이 부품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노동자들이 부품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현대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지난 한 달 사이 6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사고로 인한 사망이 아닌 자연사인데, 원인은 심장마비 사망이다. 이에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50대 노동자의 '급사 증후군'에 대한 긴급 역학조사를 실시해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기 근속 노동자들, 한 달 사이 6명 돌연사

5월 말부터 6월 26일 현재까지 1개월 사이에 현대차 노동자들이 1주일에 1~2명씩 사망했다. 이들은 현대차에서 20~30년 동안 주야 맞교대로 근무한 40대 후반에서 50대의 장기 근속자들이다.

현대차 울산2공장의 한 조합원은 지난 5월 말 집 화장실에 갔다 앉은 채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또 같은 2공장 조합원 한 명은 6월 초 휴일날 동료와 산행을 갔다가 현장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현대차 전주공장 한 조합원은 6월 중순 휴일 텃밭에 가서 풀을 매다가 사망했고, 현대차내 우리사주조합장은 출장 중 과로와 지병이 겹쳐지며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3공장 한 조합원은 현장에서 쓰러져 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하고 심폐소생술을 해 간신히 살아나 의식은 회복했지만 중환자실에 입원해 중태인 상태로 있다. 그 바로 다음 날 새벽에는 사내 교통순찰을 하던 노동자가 심장발작으로 죽음 직전 살아 나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현재 많은 현대차 노동자들이 각종 뇌심혈관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3월부터 창사 46년 만에 처음으로 야간 근무를 없애고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고 있다. 1, 2조가 각각 8시간과 9시간을 일을 하는데, 일주일간은 오전 6시 40분에 출근해 오후 3시 20분까지 8시간 근무를 하고, 다음 주는 오후 3시 2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 10분까지 9시간 일하는 형태다.

종전에는 주·야간 2교대 방식으로, 주간조가 오전 8시 출근해 오후 7시 퇴근하고, 야간조는 오후 9시부터 일해 다음날 오전 6시 근무를 마쳤었다.

이같은 근무형태 변경은 심야 노동에 따른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자는 취지였지만, 수십년 간 일해 온 근무형태가 바뀌면서 돌연사가 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건강관리 잘못해서 일어난 죽음 아냐... 세밀히 살펴야"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현대차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심야와 특근 등 장시간 노동을 해온 결과라는 의견이 많다.

현대차의 장시간 노동은 전세계 최고였다. 이들은 밤샘 노동 외 휴일도 특근을 해왔다. 2010년 기준 OECD 평균 노동시간이 연 1768시간이지만 현대차는 연 2678시간 일을 하면서 연간 910시간 더 일을 해왔다.

현대차노조 하부영 교육위원은 "보수층을 중심으로 현대차 노동자를 귀족노조라 매도해 왔지만, 세계 자동차 노동자에 비해 임금은 시간당 절반 또는 3배나 적다"며 "즉 현대차 노동자들은 외국 자동차 공장보다 연간 5개월 일을 더 하면서 임금은 절반을 받는 것으로, 바꾸어 말하며 2~3배의 부족한 시간당 임금을 채우기 위해 외국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보다 5개월의 일을 더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일어나는 사망이 조합원 모두에게는 나의 일이다"며 "이같은 죽음은 개인이 건강관리를 잘못해서 발생하는 사망사건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근무형태 변경에 아직 적응을 하지 못해 많은 노동자들이 부조화 현상으로 몸이 붕 떠 있는 상태"라며 세밀히 살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똑같은 1년을 보내면서 외국의 자동차 노동자들보다 연간 5개월의 일을 더 하고, 그것도 주야간 맞교대 근무를 20~30년을 지속해 왔으니 나이는 50대라도 몸은 70대가 되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차 회사 측은 노동자들의 돌연사에 대해 "직원들의 돌연사 문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사 간 임단협에서도 주요 안건으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노사가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현대차 조합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