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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새콤·매콤·짭쪼롬·고소…, 얼큰·시원·칼칼·텁텁·담백….

식도락가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는 맛집을 기행하며 맛있는 음식을 소개할 때, 맛을 표현하는 수식어들은 아주 다양합니다. 뜨거워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시원하다고 하고, 매워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면서도 맛있다고 합니다. 조금은 과장된 표현으로 입을 실룩거리기도 하고,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맛을 나타내는 무수한 수식어나 표현 중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는 표현은 입맛을 짭짭 다시며 "맞아, 바로 이 맛이 어렸을 때 엄마가 해주던 그 맛이야"하며 상념에 잠기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맛은 식재료와 조미료만으로 내는 게 아닙니다. 미각만으로 느끼는 것도 아닙니다. 가장 맛있는 것은 잠재의식처럼 아련하게 기억하고 있는 추억일 수도 있을 겁니다. 

글맛으로 조리한 <시로 맛을 낸 우리 한식>

 <시로 맛을 낸 행복한 우리 한식>│지은이 한국시인협회│펴낸곳 문학세계사│2013.6.13│1만3000원
 <시로 맛을 낸 행복한 우리 한식>│지은이 한국시인협회│펴낸곳 문학세계사│2013.6.13│1만3000원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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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인협회 지음, 문학세계사 펴냄의 <시로 맛을 낸 우리 한식>은 76명의 시인들이 너무도 귀에 익숙한 우리음식 맛을 시로 다시 버무려서 맛을 낸 신간입니다.

쌀밥, 비빔밥, 쑥개떡, 수제비, 설렁탕, 묵, 빈대떡, 추어탕, 콩나물국, 비지찌개, 미역국, 막걸리, 동치미, 시래기, 고들빼기, 총각김치… 너무도 귀에 익숙한 우리 한식입니다.

오탁번 시인은 솥뚜겅을 엎어놓고 빈대떡을 부치고, 신달자 시인은 선술집에서 먹던 선지해장국을 시감으로 끓였습니다. 바닷가 아낙의 마음이 된 허영자 시인은 도다리 쑥국에 맛을 내고, 도종환 시인은 어두운 땅을 뚫고 나오는 희망의 싹으로 시래기를 무쳤습니다.

같은 무라고 해도 나박나박 써느냐 쫑쫑 써느냐에 따라 식감이 달라집니다. 라면을 끓일 때 넣는 파도 숭숭 썰어 넣느냐 쫑쫑 썰어 넣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같은 음식이라고 해도 배고픔으로 먹느냐 맛으로 먹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집니다.

<시로 맛을 낸 우리 한식>은 76명의 시인이 시인 개개인이 추억하고 있는 우리 한식 76가지를 숭숭 썰어서 버물버물 버무리고, 송송 썰어서 조물조물 버무려가며 맛을 낸 글들입니다.

가난했던 추억을 넣은 맛은 쌉싸래하면서도 고춧가루처럼 매콤하고, 달콤했던 추억을 조미한 맛은 참기름을 넣은 것만큼이나 고소하니 주방장이 된 76명의 시인이 시감으로 조리해낸 맛들은 또 다른 추억을 더듬게 하는 감칠맛 같은 상념입니다.

후각과 미각으로 느끼는 맛이 육신의 식욕을 배부르게 해 준다면 우리 한식 76가지를 시감으로 더듬어가며 느낄 수 있는 맛은 우려내고 있는 <시로 맛을 낸 행복한 우리 한식>은 영혼의 허기를 행복하게 해 줄 무형무취의 글맛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시로 맛을 낸 행복한 우리 한식>│지은이 한국시인협회│펴낸곳 문학세계사│2013.6.13│1만3000원



시로 맛을 낸 행복한 우리 한식

한국시인협회 엮음, 문학세계사(2013)


#시로 맛을 낸 행복한 우리 한식#한국시인협회#문학세계사#시래기#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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