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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을 입은 문기주 한상균 전 지부장 시민들이 연대 행동 중이다.
▲ 상복을 입은 문기주 한상균 전 지부장 시민들이 연대 행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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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죽어야 합니까?"

문기주 쌍용차 정비지회 지회장과 한상균 전 지부장이 다시 상복을 입었습니다. 상복 입는 것이 죽기보다 더 싫다고 했던 그들은 왜 다시 상복을 입어야 했을까요. 대한문에 분향소를 만든 지 1년이 됐던 지난 4월  4일, 서울 중구청은 직원과 용역을 동원 분향소를 가습 침탈해 철거했습니다.

스물 네 분의 죽음이 철거 된 그 자리에 급조된 화단이 설치됐습니다. 구청과 경찰이 합동으로 살인 주먹을 날린 것이지요. 사람들은 '이 사회가 억울하게 사회적 타살을 당한 스물 네 분을 두 번 죽인 것'이라고 하더군요.

분향소가 철거된 뒤, 경찰은 24시간 동안 대한문 앞 화단을 지키고 서 있습니다. 코미디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문 분향소가 어떤 곳이던가요? 그곳은 쌍용차 해고자들만의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했던 시민들의 양심을 깨우고 잃어버린 공생의 삶의 방식을 되찾게 만든, 인간성 회복과 상처 치유의 장소였습니다.

경찰 말 지키는 것이 '국민의 의무?

경찰이 연대 시민들을 둘러싸고 있다. 경찰이 연대 시민들을 둘러싼 후 피켓을 빼앗고 있다.
▲ 경찰이 연대 시민들을 둘러싸고 있다. 경찰이 연대 시민들을 둘러싼 후 피켓을 빼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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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빼앗긴 고동민 쌍차해고자 경찰이 1인 시위 피켓까지 빼앗아 갔다가 항의를 하자 돌려주었다.
▲ 용기를 빼앗긴 고동민 쌍차해고자 경찰이 1인 시위 피켓까지 빼앗아 갔다가 항의를 하자 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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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한문 앞은 경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무법지대'가 되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침묵 시위중인 청년을 강제로 끌어내며 "나가서 조져 버려!"라고 막말을 하는가 하면, "경찰이 하지 말라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국민의 의무'"라고 까지 말하니까요. 언제부터 경찰의 말이 헌법과 같은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나요.

지난 5월 남대문경찰서장은 대한문 앞 옥외집회 금지를 통고했고, 이후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이에 힘을 받아서인지, 경찰은 미사나 연대를 위해 모인 시민들을 모두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걸핏하면 "범죄 예방 차원에서 강제 해산과 연행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겁박하고 실제로 마구잡이식 연행과 강제 해산을 일삼고 있습니다.

1일, 여든 네 번째 미사가 끝나기도 전에 경찰은 종교 의식에 사용하는 기구들과 사제복까지 침탈했습니다. 쌍용차범대위가 분향을 하려고 작은 종이 박스 위에 올려놓은 영정사진과 향을 피우는 용기를 가져가는 과정에서 쌍차 해고자 두 명이 머리와 허리에 부상을 입어 구급차에 실려갔습니다. 영정사진을 들고 있던 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씨는 경찰에 연행 되었습니다.

경찰은 시민들이 들고 있던 피켓은 빼앗아 찢어 버렸고 사진을 찍던 시민을 길바닥에 패대기쳤습니다. 수시로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과 침탈에 분노를 넘어 수치심과 공포감마저 느낍니다.

경찰은 상자와 영정 사진마저 빼앗아 갔다. 경찰은 더 상자와 사진을 빼앗아 갔다.
▲ 경찰은 상자와 영정 사진마저 빼앗아 갔다. 경찰은 더 상자와 사진을 빼앗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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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 시위 중인 박병우씨 금속노조 박병우씨가 릴레이 시위 중이다.
▲ 일인 시위 중인 박병우씨 금속노조 박병우씨가 릴레이 시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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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짐승이나 들짐승이 처마밑에 들어와도 내쫓지 않는 것이 우리네 인심이었습니다. 대한문 안도 아니고 대한문 앞 길거리 한 쪽에 시민들 마음을 모아 분향소 천막 하나 차린 것이 그렇게 커다란 잘못인가요?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곳에 불법 적치물을 설치해 미관상 좋지 않다고요?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 위에 길이  20여m 넓이 8m에 가까운 불법 화단을 만든 뒤 24시간 경찰을 상주시켜 시민 통행을 방해하고, 관광객들에게 경찰 공안 국가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괜찮은 모양이지요?

중구청과 경찰이 무슨 핑계를 대도 궁색해 보입니다. 지난 1년 간 대한문 앞에 쌍차분향소가 있었지만 관광객 누구도 그것 때문에 이상하거나 불편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같이 사진을 찍고 후원금을 넣으며 힘내라고 격려를 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며 가는 분들이 많았지요. 단순히 관광객만이 아니라 슬라예보 지젝같은 학자도 대한문을 찾아와 인사를 하고 갔고요.

분향소를 없앤 것은 미관상의 이유가 아니라 국가와 자본이 결탁해 저지른 범죄를 시민들의 기억에서 지우려눈 꼼수겠지요. 그러나 시민들은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시민들은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이 한 약속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더 똑똑히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국정조사가 아닌, 경찰과 구청직원을 앞세워 억압과 폭력을 일삼는 이 정부의 만행을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요. 분향소는 반드시 다시 세워져야 합니다. 죽음보다 더 싫다는 상복을 다시 입은 문기주, 한상균과 다른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마십시오.


#대한문 쌍차해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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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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