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의 편집국 봉쇄 사태가 장기화되자 사회 각계에서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학교 교수·학생·교직원들도 '<한국일보> 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학에서 '<한국일보> 사태'에 목소리를 낸 건 처음이다.
서울대 소속 이정재 교수협의회장, 박종석 노조위원장, 홍성민 전국대학노조 서울대지부장, 김형래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2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한국일보> 경영진은 편집국 폐쇄 조치를 풀고 신문을 정상적으로 발행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한국일보> 경영진이 편집국을 폐쇄하고, 경영진의 뜻에 따르는 극소수의 인원들만으로 비상식적인 신문 발행을 지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일보> 스스로가 결함을 감추고 부조리를 강행하며 분란을 조장하는 처사는 '제 눈의 들보는 모른 체하고 남의 티끌을 험 잡는 형상'으로 어떤 미사여구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며 "<한국일보>가 가장 중요한 언론의 핵심기능 마저 잃은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며 "하루바삐 편집국 폐쇄조치를 풀고 정상화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공동 성명을 주도한 이정재 교수협의회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사회적 문제를 고발해야 할 언론이 도리어 논란을 일으키는 주체가 된 현실에 분노하게 됐다"며 "갈등이 일어났으면 회사 쪽에서 빨리 해결하기 위해 노력이라도 해야 할 텐데 그런 모습마저 전혀 안보여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성명 발표 이유를 밝혔다.
한편, '<한국일보> 사태 해결'을 위한 국회 차원의 움직임 또한 활발히 진행되는 모습이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를 신속하게 수사할 것을 검찰에 촉구했다. 앞서 1일에는 이인영 등 민주당 의원 7명과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일보사를 방문해 기자들을 격려했다. 지난달 28일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가 청문회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한국일보>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음은 서울대 4개단체의 공동 성명 전문.
<한국일보> 경영진은 편집국 폐쇄 조치를 풀고 정상적으로 신문을 발행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국일보>는 춘추필법(春秋筆法)의 정신, 정정당당(正正堂堂)한 보도,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자세를 사시(社是)로 하여 오랫동안 우리 언론의 선두에 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발전 시켜왔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한국일보>의 정론과 사회 감시를 고마워하고 있고, <한국일보>를 통하여 정치와 사회 현상을 느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우리나라의 역동적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였다고 믿습니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그동안 서울대학의 많은 졸업생들이 <한국일보>에 헌신해 왔고, 지금도 <한국일보>에 속하여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연히 서울대학에서 학생을 지도하고 계시는 많은 교직원과 재학생 역시 <한국일보>의 발전과 올바른 정론활동을 항상 기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한국일보> 경영진이 편집국을 폐쇄하고, 기자들에게 경영진의 지시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근로제공확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를 거부하는 기자들에 대하여 기사작성·송고 전산시스템 접근을 차단한 채, 경영진의 뜻에 따르는 극소수의 인원들만으로 비상적인 <한국일보> 발행을 지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당황스러웠고, 우리의 좋은 전통이 훼손되는 절망감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일보>의 가치는 재화로서 보다는 정론을 펼치는 언론의 표상으로서의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치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일보> 스스로 사시에 걸 맞는 올바른 윤리경영을 펼쳐야 하고, 부족함에 대해 언제나 가차 없는 자기성찰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언론의 사명이 타자의 결함을 밝히고, 사회에 부조리를 고발하여 경각심을 고취하며, 해결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음은 설명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한국일보> 스스로가 결함을 감추고, 부조리를 강행하여, 분란을 조장하는 처사는 '제 눈의 들보는 모른 체하고 남의 티끌을 험 잡는 형상'으로 어떤 미사여구로도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진정으로 신문이 쇠락하는 것은 재산이 줄어들기 때문이 아니라 소속기자가 투철한 기자정신을 잃은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편집국 밖에서 취재일선으로 복귀하기 위해 애쓰는 대다수의 기자들을 볼 때, <한국일보>가 많은 것을 잃은 중에도 가장 중요한 언론의 핵심기능 마저 잃은 것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하루바삐 이 파행을 멈추어 소중한 언론의 정신이 보전 되도록 편집국 폐쇄조치를 풀고 정상화하기를 바랍니다. 2013. 7. 2 서울대학교 교수협의회장 이 정 재 서울대학교 노동조합 위원장 박 종 석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학교 지부장 홍 성 민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김 형 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