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회의정관 101호, 일본의 전국노동안전위생센터연락회의와 한국의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일과건강 전문가들이 인쇄노동자의 화학물질노출실태를 고발하고 그 대책을 논의하는 한일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일본 발표에 따르면, 2012년 3월 첫 담관암 산업재해 피해자 상담을 한 이후 2013년 5월 현재까지 SANYO-CYP사 1개사업장에서만 교정인쇄부문 70명의 노동자 중 17명이 발병하여 7명이 사망하였고 미야기현과 후쿠오카현 사업장 각 2명 등 현재까지 일본 전체에서 72명의 발명자가 산재신청하고 계속해서 피해자접수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담관암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을 십이지장으로 보내는 관인 담관에 생기는 암으로 조기진단이 어렵고 생존율 30%, 완치율 20%에 불과한 병이다.
이번 인쇄노동자들의 담관암 발병원인은 일본 후생노동성의 오사카 인쇄공장에서 과거 작업환경 재현실험 결과 인쇄 잉크세척 작업에 종사한 노동자에게 노출된 염소계 유기용제인 디클로로메탄(75-09-2)과1,2-디클로로프로판(78-87-5) 때문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물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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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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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시키는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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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클로로메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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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급 발암성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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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관암, 뇌암, 유방암, 췌장암, 전립선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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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디클로로프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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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독성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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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독성, 피부과민성, 호흡기계자극, 유방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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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세척제 성분으로 쓰이지 않고 있는 이 두 물질에 대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일본 후생노동성은 현재 일본 전역에 걸친 인쇄사업장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쇄노동자 더 독한 물질(벤젠, 톨루엔, 노말헥산)에 노출
작년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일과건강은 '건강한 일터, 안전한 성동만들기 사업단'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말, 2개월에 걸쳐 성동지역의 인쇄제화업종을 중심으로 한 세척제 노출실태를 분석조사하고 올해 3월부터는 작업장공기 중 평가, 작업환경실태조사 및 건강증상 설문조사 등의 2차 분석조사 사업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는 일본의 담관암 유발물질인 디클로로메탄과 1,2-디클로로프로판 물질은 우리나라도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어 나오지 않았지만 그 보다 더 독성이 강한 1급 발암성 물질인 벤젠과 신경독성 물질인 톨루엔(Toluene), 하반신 마비를 일으키는 노말헥산이 다량 검출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물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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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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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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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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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발암성, 생식세포변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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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 백혈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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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루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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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독성, 발달독성,생식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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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월경 영향, 전신성 경화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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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말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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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독성, 생식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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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 마비 앉은뱅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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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결과를 독성물질별로 따져보면 서울 성수동, 을지로 소재 23개 인쇄제화사업장 51개 제품 중 37개 제품에서 벤젠이, 33개 제품에서 톨루엔, 22개 제품에서 노말헥산이 검출되어 평균 검출률이 50% 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반적으로 디클로로메탄보다 독성이 훨씬 강한 것으로 알려져 일본에서 조차 세척제 성분으로 쓰다가 그 위험성 때문에 디클로로메탄으로 교체되었던 톨루엔이 우리나라는 현재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고 평균 함유량도 50%가 넘게 나왔다는 것은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무방비 상태에 있는 한국의 인쇄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물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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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출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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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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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함유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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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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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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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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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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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루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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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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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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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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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말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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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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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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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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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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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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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벤젠에 대한 분석결과는 발암성 제품으로 보는 0.1% 기준을 초과하는 제품은 없었으나, 현장에서 관리기준으로 보는 0.01%를 초과하는 제품은 56.5%(26개)로 절반이 넘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아래의 표와 같이 2009년 금속노조 진단사업 결과와 비교하면 인쇄업종에서의 세척제 벤젠 노출에 실태파악과 관리방안이 시급히 이루어져야함을 알 수 있다.
벤젠 농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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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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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금속노조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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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출제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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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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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출제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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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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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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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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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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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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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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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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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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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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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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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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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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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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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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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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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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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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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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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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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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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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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 상태에 노출된 인쇄노동자, 이대로라면 답이 없다
이번 조사결과 문제의 심각성은 51개 제품 중 제조사 확인이 가능한 제품은 전체의 30%에 머물렀고 심지어 같은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톨루엔의 함량 차이가 크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현장에서 유통보관관리가 전혀 되지 않다는 현장노동자들의 증언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더욱더 심각한 것은 위험노출에서 노동자를 그나마 보호해줘야 할 환기시설과 보호구실태 조사결과이다. 23개 사업장에서 환기시설 중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된 곳은 단 1곳도 없었으며 창문이나 팬 정도가 있는 사업장이 17곳이었다. 유독성물질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주는 최소한의 장비인 호흡보호구 착용율 또한 8%에 그쳤고 장갑마저 58%의 노동자만이 착용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고 일하는 노동자도 34%나 차지했다.
우리나라 인쇄노동자, 담관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한가지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제기되었다. 앞서 밝혔듯이 앞으로 정부가 나서서 전면적이고 세부적이니 조사를 해야겠지만 이제 한국,일본 인쇄업 세척제에 디클로로메탄, 1,2-디클로로프로판이 쓰이지 않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번 조사에서도 검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발암성물질이란 잠복기간이라는 것이 있어서 과거에 노출되었다면 언제든 발병이 가능한 것이다. 이번 일본 피해자 대부분이 1990년대~200년대 초까지 노출된 것이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디클로로메탄과 1,2-디클로로프로판을 썼을까!
위 표에서와 같이 우리나라도 세척제, 희석제용으로 이 두 물질을 90년대 말, 2000년 중반까지 사용한 것으로 환경부 유통량조사결과 나와있다.
과거 사용한 세척액 성분과 제품의 유통, 사업장별 사용실태를 정부가 나서서 시급히 조사해야할 이유이다. 어쩌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피해자가 나타나듯 인쇄노동자 담관암 피해자가 속출하지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일과건강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