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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표지
 <휴식> 표지
ⓒ 걷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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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교 4학년 <오마이뉴스> 애독자입니다. 요즘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이 겁이 납니다. 왜냐고요? 기사를 보면 너무 힘들고 가슴이 아픕니다. 저로서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사회의 쓴 맛을 간접적으로 맛보고 있는 것이니까요. 부정선거가 의심되는 사건부터, 노동자를 무시하는 한국일보 회장님 사태, 그리고 각종 흉악 범죄 등… 이미 수 년, 수십 년째 사회생활을 하고 계신 분들은 오죽하실까요. 쏟아져 나오는 기사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저는 지쳐만 갑니다. 어떻게 하면 좀 나아질까요?

울리히 슈나벨이 쓴 책 <휴식>은 휴식을 취하라고 합니다. 너무나 뻔한 말이지요. 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단순히 며칠 쉬면서 가족들과 여행을 가거나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 책에서는 휴식을 다시 정의하고 있습니다. 휴식에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데요, 그래서 저는 오늘 이 세 가지 조건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자기 통제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 통제력은 일정한 탄력을 가지고 있는데 지나친 하중이 걸리면 어느 정도 버티다가 결국 무너집니다.

바우마이스터는 실험 참가자에게 6분 동안 조금도 망설이지 말고 생각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며 그때그때 떠올린 것을 적어보라고 했다. 다만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그 어떤 경우에도 백곰은 생각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줄임) 거듭 의식을 비집고 들어오는 백곰을 몰아내려고 참가자들은 그야말로 의지력을 쥐어짜야 했다. 그런 다음 어려운 퍼즐과 같은 문제를 내주면, 백곰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한 다른 실험 참가자들에 비해 이들은 훨씬 더 빨리 문제 풀기를 포기했다. 아무튼 생각의 흐름을 의지로써 통제한다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게 틀림없다. 백곰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기진한 나머지 주어진 문제를 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다.(본문 72~73쪽)

그렇다면 저는 가슴 아픈 기사를 읽지 말아야 할까요?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로 이루어진다는 말에는 동의하실 것 입니다. 저는 '지속적인'에 주목합니다. 우리 모두는 지속적으로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자기 통제력을 잃지는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말을 한 것 입니다. 이 책에서는 이것을 휴식의 첫 번째 조건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한참 놀이에 푹 빠진 아이는 시간이 가는지 오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그 놀이가 결국 자신에게 무엇을 가져다줄까 하는 따위의 질문은 결코 하지 않는다. (본문 239쪽)

'흐름'이라고 옮길 수 있는 '플로우'는 어린아이처럼 바로 지금 하고 있는 행위에 몰입함으로써 주변의 모든 것을 잊고 편안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해주는 행복감을 가리키는 말이다. (줄임) 플로우는 그저 내가 지금 이 순간 몰두하는 일에서 느끼는 기쁨일 따름이다. "플로우의 전형적인 예는 암벽을 타는 등반가다. 오로지 자신의 장비에만 의지해 암벽에 매달린 사람은 온전히 지금 여기에만 몰입하면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종합소득세 신고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린다." 의사이자 풍자소설을 즐겨 쓰는 에카르트 폰 히르쉬하우젠(Eckart von Hirschhausen)의 말이다. 플로우의 또 다른 예로는 함께 연주하기, 열정적으로 정원 가꾸기, 게임, 댄스, 사랑의 밤, 밀도 높은 대화, 눈물을 찔끔거릴 정도로 박장대소하는 일 등을 꼽을 수 있다. (본문 241~242쪽)

신기합니다. 휴식이 결국 몰입이라니요! 제가 너무나 주변에만 신경 쓰느라 몰입을 한 지가 정말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 말을 '휴식 없이 살고 있다.'로 바꾸어서 생각해보니 더 와 닿습니다. 게다가 강신주 철학박사도 그의 강의에서 몰입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몰입의 가장 놀라운 느낌은 이런 거죠. 길을 가다가 너무나 멋있는 어떤 걸 봤어요. 예쁜 거, 꽃을 봤다고 하자고요. 딱 봤어. (그런데)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두 시간이 흘렀어. 이게 몰입의 강도에요. (줄임) 내가 없다는 느낌이 들어야 해요. (딴지라디오 팟캐스트 강의 벙커1특강 - 철학박사 강신주의 다상담 2회 고독 1부 강의 중 발췌)

그래요. 그렇다고 합니다. 하지만 몰입하기가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온전한 집중력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도전을 골라야 한다. 다시 말해서 지나치게 무리하거나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은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혀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도시인이 돌연 에베레스트에 오르겠다고 한다든가, 평소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던 경영자가 바로 휴가 첫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로 전환하려고 하면서 플로우를 체험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두 경우 모두 연습과 훈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서 행복이라는 것도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가꾸어주어야 하는 상태인 것이다. (본문 244쪽)

그래서 더더욱 저는 자기 통제력을 잃지 않아야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자기 통제력을 최대한 아껴서 플로우를 체험하는 데 써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 마지막 조건입니다. 하지만 책에서는 이 마지막 조건을 가장 먼저 언급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조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끝부분에 넣었습니다.

자신의 삶이 어떤 조건을 가져야 하는지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만 한다. 자신이 무얼 해야 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은 스트레스에 덜 시달렸으며, 더욱 건강했다. 한정된 시간에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느냐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업무량의 정도보다는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게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근심 걱정에 시달리며 위궤양을 앓는 사람은 항상 바쁜 경영자가 아니라, 쉬지도 않고 이런저런 지시를 해대는 상관에게 시달림을 당하는 부하 직원이었다. (본문 39쪽)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자기 시간의 주인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깨닫자'입니다. 주변에서 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급격한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해 잠시도 저는 저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은 내가 내 스스로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밑줄을 그으며 책을 반복해서 읽고 있습니다. 정리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몰입의 기쁨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방학이 되어도 취업 준비 때문에 항상 마음이 불편한 이때에 참 오랜만에 겪는 진정한 휴식입니다. 열심히 뛰다가도 이렇게 가만히 멈춰서 옷매무새를 고르고 갈 수 있는 휴식이 저에게도 필요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덧붙이는 글 | <휴식> 울리히 슈나벨 씀, 김희상 옮김, 걷는나무 펴냄, 2011년 6월, 301쪽, 1만5000원



30년만의 휴식 - 마음의 평안과 자유를 얻은

이무석 지음, 비전과리더십(2006)


태그:#휴식, #울리히 슈나벨, #몰입,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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