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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서울고법은 파시환송심을 열고 일본 전범기업 중 하나인 (주)신일본제철에게 피해자들에게 각 1억 원씩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판결을 했다. 여운택(사진 오른쪽)씨 등 피해자 4명은 지난 1997년 일본 법원에 소를 제기한 이후 16년만에 처음으로 배상판결을 얻어냈다. 사진은 지난 2010년 1월 일본정부의 후생연금 99엔 지급에 대한 항의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이다.
10일 서울고법은 파시환송심을 열고 일본 전범기업 중 하나인 (주)신일본제철에게 피해자들에게 각 1억 원씩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판결을 했다. 여운택(사진 오른쪽)씨 등 피해자 4명은 지난 1997년 일본 법원에 소를 제기한 이후 16년만에 처음으로 배상판결을 얻어냈다. 사진은 지난 2010년 1월 일본정부의 후생연금 99엔 지급에 대한 항의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이다. ⓒ 일제피해자공제조합 제공

한국 법원이 처음으로 일본 전범기업에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다.

10일 서울고법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여운택(90)씨 등 4명이 전범 기업 (주)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각 1억 원씩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피해자들이 일본 법원과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지 16년 만에 얻어낸 첫 배상 승소 판결이다.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신일철주금, 피해자에 각 1억 원씩 배상하라"

이날 판결은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일본 정부와 법원이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과 관련 '65년 한일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은 소멸됐다'는 입장을 뒤엎고 '전범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며 파기환송 한 후 내린 첫 원고 승소 판결이다.

서울고법 민사19부(부장판사 윤성근)는 선고 공판에서 "피해자들은 노동 내용도 알지 못한 채 어린나이에 징용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구타까지 당했다"며 "피고가 일본 정부와 함께 반인도적 행위를 일삼은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구 일본제철은 일본 정부와의 동일성 문제나 소멸시효를 내세우는 등 법리적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국제질서나 일본과 국내 헌법 가치에 모두 반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 취지를 밝혔다.

여운택씨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스무 살도 안돼 일본으로 끌려가 70여 년 동안 억울해서 울고 살았는데 오늘 이런 판결이 나와서 다행이고 기쁘다"면서도 "아직은 최종적으로 결정이 난 것이 아니어서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피해자 여씨 등 4명은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최초로 소를 제기해 2003년 일본최고재판소의 기각 판결까지 모두 패소했다. 이후 2005년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역시 개인청구권 문제 등을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지난해 5월 24일 원고 패소 판결 한 원심을 파기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당시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2건의 소송에 대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서울고법과 부산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날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처음으로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있었다.

시민모임 "일제 피해자에게 제2의 광복"... 신일본제철 측 "재상고"

서울고법 판결 결과에 대해 관련 단체들은 "일제 피해자들에게 오늘은 68년만에 맞는 제2의 광복"이라며 "대한민국 사법부가 우리 헌법 정신에 입각해 전범기업에 배상의 철퇴를 내린 오늘은 사법주권을 다시 세운 날"이라고 환영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과 일제피해자공제조합은 논평을 통해  "반인륜적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반성은 커녕 철면피로 일관한 전범기업에 큰 경종을 울릴 것"이라면서 "신일본제철 등 피고 기업은 대법원 재상고 음모를 즉각 중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국언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오늘 판결은 일본정부와 전범기업이 개인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근거로 삼았던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사실상의 파산선고"라며 "강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한국 정부는 범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모임 등은 현재 국내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승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신일본제철 측은 대법원 재상고 의사를 밝히는 등 실제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받기까지는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YTN> 보도에 따르면, 신일철주금 보도 담당자는 "징용자 등 문제를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한 1965년 일한 청구권 협정, 즉 국가간의 정식 합의를 부정하는 부당한 판결이어서 진정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신속히 대법원에 상고해 회사 주장의 정당성을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이 아니고 더구나 청구권협정으로 포기된 것은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일 뿐 개인의 청구권 자체가 소멸한 것은 아니다"라고 파기환송 취지를 밝힌 바 있다.

또 대법원은 "일본 법원의 판결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한 것이다"며 "일제 강점기의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국내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지난 1일 홍순의씨 등 피해자와 유가족 14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국내에서는 모두 6건의 관련 손배소가 진행 중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은 부산고법(파기환송심·7월 30일 선고 예정), 광주지법, 서울중앙지법에서 3건이 진행 중이다.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과 후지코시를 상대로 한 소송은 각각 2건(10일 서울고법 선고 포함), 1건이 재판 중이다.


#강제징용 강제동원#신일본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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