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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도 없는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김대형 간사
 간판도 없는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김대형 간사
ⓒ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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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남양유업 본사 앞에는 서너 대의 트럭들이 대로변 한 차로를 점유하고 있다. 바로 남양유업 사태가 터진 이후 농성에 들어간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의 배송차량이다.

이번 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에는 전국 1800여 대리점주 중 200여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 중 30여 명의 점주들이 돌아가면서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지난 1월 28일 농성에 돌입한 이후 160일이 넘었다. 하지만 해결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이번 농성을 주도한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이창섭 회장을 만나기 위해 현장을 찾았지만, 단식 농성 19일째인 지난 7일 병원으로 후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성 현장을 지키고 있는 김대형 간사를 지난 9일 만나 그간의 진행상황을 들어봤다. 

- 회장님께서 병원에 계신 것으로 전해들었는데, 몸 상태가 궁금합니다.
"몸 상태가 나빠져서 후송된 것은 아닙니다. 회장님의 건강을 염려한 사회단체 관계자의 권유로 단식 농성 19일째(7월 7일)에 병원에 후송되었습니다. 아마도 그런 권유가 없었다면 계속 이 자리를 지켰을 것입니다. 입원 후에도 복식호흡 등으로 몸을 추스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농성 이후 변화가 있었습니까.
"남양유업은 참 나쁜기업입니다. 남양유업은 농성에 들어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마치 우리를 미수금을 탕감해달라고 요구하는 집단으로 몰고 갔으며, 언론에도 그렇게 기사화되었습니다. 또 농성 16일째에는 "우리가 7000억 원을 요구했다"라고까지 언론에 거짓 정보를 흘렸습니다. 비록 회장까지 나와서 대국민사과까지 했지만, 아직까지 대리점주에게는 그 어떤 공식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남양유업, 지금도 밀어내기 하고 있다는 제보 들어와"

- 농성에 들어간 지 160일이 지난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간의 진행상황에 대해 간략히 언급해주세요.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이면서까지 사죄했지만, 그들(남양유업)의 진정성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농성을 시작한 것은 단 두 가지 이유에서였습니다. 첫째는 가정파괴로까지 몰고 간 남양유업의 공식적인 사과였습니다. 정작 피해를 본 당사자는 우리를 포함한 대리점주인데, 왜 대국민사과를 합니까. 실제로 200여 명이 협의회에 가입을 한 상황이며, 이들 중에는 늘어나는 빚 때문에 이혼을 당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남양유업이 진정으로 사과를 원한다면, 먼저 빚만 진 채 가정까지 잃게 된 200여 명의 대리점주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했어야만 했었습니다.

둘째는 (밀어내기) 재발방지 약속이었습니다. 참 어처구니없게도, 남양유업은 지금도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는 제보가 우리들에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겉으로만 사과를 하고, 그것도 당사자가 아닌 국민과 언론에게 사과하고, 뒤로는 밀어내기를 하는 남양유업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돌아가면서 농성장을 지키는 30여 명의 회원들은 이 두 가지를 반드시 받아내기 위해서라도 농성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 실제로 이혼을 당한 점주가 있었습니까.
"물론입니다. 경기도의 한 대리점주는 여성분이었는데, 최근에 남편과 이혼을 하게 된 이유를 그녀로부터 직접 듣게 되었습니다. 주문도 하지 않는 물량이 지속적으로 들어오자, 여기 저기서 빚을 냈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그녀는 결국 대리점까지 처분하게 되었습니다. 이혼 후 아들과 함께 살게 된 그녀는 대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배달, 대리운전 등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는 것으로 전해 들었습니다. 

한 점주는 남양유업 직원으로부터 소개를 받고 권리금을 포함해 약 1억 원을 투자해 남양유업 대리점을 시작했는데, 한 달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그 점주는 택배, 유통 등 수십 년간 이 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였지만, 늘어나는 빚을 줄이기 위해 한 달 만에 손해를 감수하고 권리금 1000만 원을 받고서 대리점을 처분했던 것입니다. 우스운 것은 남양유업 직원이 또 다른 인수자를 데려와 권리금 1000만 원만 받고 넘기라고 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그 점주는 빚으로 가정이 완전히 파탄이 났을 뿐만 아니라 아내분과의 사이도 극도로 나빠졌다고 들었습니다. 이처럼 남양유업은 대리점의 존폐를 떠나 가정파괴 주범이나 다름없습니다."

- 실질적으로 피해는 어느 정도나 됩니까.
"현재 협의회에 가입한 2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평균 2억 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저도 대출금 1억 원을 포함해 약 2억 원의 빚을 지고 있는데, 며칠 전에 은행으로부터 압류통지를 받았습니다. 현재 저는 알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하루 약 50만 원 어치 정도의 물건을 받아 거래처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하루 수입은 약 2~3만 원 정도입니다. 대다수 대리점주 상황이 저와 비슷할 것입니다."

- 공정거래위가 최근 밀어내기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들었습니다.
"남양유업은 공정위의 이번 과징금 부과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것입니다. 과거에도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수차례 부과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는 잘못을 지적받고도 고치려하지 않은 그릇된 기업가 정신이 쌓여오다가 곪아터진 것에 불과합니다.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받았던 기업이 과징금액이 많다고 해서 그 버릇을 쉽게 버리겠습니까. 어떻게 보면, 공정위의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이 면죄부를 줬기 때문에, 남양유업은 법 테두리 안에서 이런 일(밀어내기)을 저질러왔던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잘못했다고 하겠지만 1년 내 다시 아주 교묘하고 더 치열하게 밀어내기를 시작할 것입니다. 그 싹을 자르기 위해 대로변에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싹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우리들의 싸움은 계속될 것입니다."


태그:#남양유업,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이창섭회장, #김대형간사, #밀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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