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6만4612명. 1959년부터 2011년까지 해외로 입양된 대한민국 아동의 수다. 대한민국은 2011년 한 해만 916명의 아동이 해외로 보내졌다. 여전히 우리는 'OECD 국가 중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내는 나라 1위' '아기 수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아동의 인권보장을 위해 입양 절차에서 아동 최우선의 원칙이 준수되도록 하는 입양특례법을 개정해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올해 5월에는 헤이그입양협약에 서명하고 비준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동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기수출국' 대한민국, 아동인권 보장 위한 과제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아동의 인권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아동인권 보장을 위한 출생신고제도 개편, 헤이그입양협약 비준 등 아동 인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가 제기됐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아동의 인권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아동인권 보장을 위한 출생신고제도 개편, 헤이그입양협약 비준 등 아동 인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가 제기됐다.
ⓒ 정가영

관련사진보기


지난 10일 오후 국회의원 김세연·김회선·남윤인순·민현주·박홍근·서영교·윤재옥·진선미 의원과 국회인권포럼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아동의 인권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생신고제도 개편, 헤이그입양협약 비준 등 아동의 인권보장을 위한 다양한 개선 과제들이 논의됐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소라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입양제도는 사회·경제적인 사유로 불가피하게 친 가정에서 양육이 어려운 아동에 대한 사회적 돌봄 장치"라며 "따라서 입양제도에서는 아동 인권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고, 이러한 원칙하에 영아 유기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책이 보완·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 변호사는 "입양특례법에 법원허가제가 도입된 이래 이번 달부터 민법 상 입양 절차에도 전면 법원허가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두 법의 이원화된 절차로 인해 법 적용대상을 가리기 어렵고 그에 의한 아동인권 보호의 공백이 발생한다"며 "친부모가 직접 아이를 입양할 입양부모를 찾으면 민법이 적용되고 입양기관에 입양을 의뢰하면 입양특례법이 적용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장기적으로 입양특례법과 민법으로 이원화된 입양절차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족관계등록법 개정해 미혼모 사생활 보호해야 

특히 소 변호사는 "입양을 선택하고 양육을 결정한 모든 미혼모의 사생활이 가족관계등록법상 노출되고 있다. 미혼모가 사회적 편견에 노출되는 걸 최소화하기 위해 가족관계증명제도를 '현재'의 관계만을 공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도록 법 개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입양특례법상 입양 시 법원허가제가 도입되면서 아이의 출생신고 서류가 반드시 제출돼야 한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미혼모들의 사생활이 노출돼 아동유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문제 등을 거론하며 입양특례법 재개정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과도한 개인정보를 공시하도록 돼 있는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미혼모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다면 아동의 출생등록 될 권리와 미혼모의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공존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 변호사는 "수 년간 잘못된 탈법적 입양관행이 있었고 정부가 이 관행을 바꾸기 위해 여러 제도를 도입했지만 결국 이를 담당하는 입양기관이 어떤 입장을 갖고 실현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입양 문제가 입양 선진화 등으로 가기 위해서는 기존 입양기관을 공적지원체계로 포섭하고, 현행 중앙입양원이 각 입양기관의 입양업무를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그동안 우리사회가 당연시 여겨왔던 출생신고·입양제도·가족관계등록제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며 "이 과도기적인 혼란의 시기를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기회로 삼는다면 아동과 미혼모 인권을 위해 진일보한 제도 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고 전했다.

아동 인권보호 위해 출생신고제도 바꿔야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아동의 인권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아동의 인권보장을 위해 ▲미혼모 보호정책 ▲헤이그입양협약 비준을 위한 이행 계획 마련 ▲출생신고체계 개선 등의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아동의 인권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아동의 인권보장을 위해 ▲미혼모 보호정책 ▲헤이그입양협약 비준을 위한 이행 계획 마련 ▲출생신고체계 개선 등의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정가영

관련사진보기


헤이그입양협약 비준을 위한 우리나라의 완전한 이행 계획 마련도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5월 24일 국제입양 아동에 대한 권익보호 강화를 위해 헤이그협약에 서명한 상태다.

통합발제자로 나선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는 먼저 중앙국가기관을 담당할 부처를 지정하고 중앙국가기관이 담당할 역할과 기능을 정해야 한다"며 "중앙국가기관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국외입양 전달체계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결연 및 사후관리 입양부모와의 의사소통 등을 민간입양기관이 계속 담당하면 입양전달체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석광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양협약은 국제입양의 적법 절차를 보장하고자 아동의 출신국과 수령국의 중앙당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을 요구하므로 장래에는 입양절차가 달라지게 되고 입양기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이라며 "다만 입양협약상으로도 중앙당국의 기능의 일부를 인가된 단체에게 위임할 수 있으므로 입양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적절히 규정함으로써 종래 국제입양의 체제와 마찰을 최소화하면서도 입양협약에 따른 적법절차를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아동의 인권보호를 위해선 출생신고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박정한 대구가톨릭의대 예방의학 명예교수는 "현행 출생신고제도는 신고 내용이 부정확하거나 신고 지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특히 출생신고하기 전에 신생아가 사망하는 경우는 대부분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므로 인해 주산기사망률·신생아사망률·영아사망률의 산출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산망을 이용해 출산이 일어난 의료기관으로부터 직접 출생신고를 받는 전산신고체계를 확립한다면 현행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함과 동시에 불법입양 또는 아기 매매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비박스 때문에 침해된 아동 권리 회복 어려워"

이날 토론회에서는 언론에 자주 보도된 베이비박스 문제도 거론돼 눈길을 끌었다. 소라미 변호사는 "영아유기죄의 피해자가 된 아동은 인격권, 자신의 정체성을 알 권리, 친부모와 살 권리 등을 침해받게 된다"면서 "일단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 이상 친부모와의 어떠한 연계 가능성도 확보할 수 없는 베이비박스의 특성으로 인해 침해된 아동의 권리는 회복 가능성조차 갖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소 변호사는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동유기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써 시설 폐쇄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현주 보건복지부 입양특별대책팀장은 "최근 3년간 영아유기는 꾸준히 증가해왔는데 혼전출산·가정해체 등의 증가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베이비박스를 통한 유기가 큰 폭으로 증가해 전국의 영아유기가 베이비박스로 집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는 만큼 서울시·관악구와 협조해 안내판 설치, CCTV 설치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아동인권센터 대표인 이양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든 아동이 어디에서든지 행복하게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아동권리 입장에서 모든 논의가 출발하고 마무리돼야 한다"며 "새롭게 태어나는 아동들이 그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존중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최선책을 찾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육아전문지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아동인권, #입양특례법, #출생신고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