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대기 상태'로 요약되는 기후는 원래 시간에 따라서 변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의 기후변화는 산업화 이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증가와 그에 따른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에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구온난화 현상은 기상이변이나 기후변화에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환경문제를 초래했고 환경이 악화되면서 그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중 전문가들이 모여 기후변화의 건강에 대한 영향, 유해화학물질 사고 대응 등 환경보건 이슈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원장 김삼권)은 중국 환경과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지난 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제2회 한중 환경건강포럼'을 개최했다.
한중 환경건강포럼은 국립환경과학원과 중국 환경과학연구원이 환경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상호이해 및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인식해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이번에 열린 '제2회 한·중 환경건강포럼'에서는 '최근 한국과 중국의 환경보건 이슈'를 주제로 환경보건정책 소개와 함께 유해화학물질 사고 대응, 유해폐기물오염 및 건강위해성 등 총 10개 과제와 관련된 내용이 발표됐다.
CO2·기온 상승 → 제주 삼나무 꽃가루와 분포시기 늘려'기후변화의 건강영향'을 주제로 발표한 제주대 이근화 교수는 "삼나무 화분 꽃가루의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연구 결과 최근 제주지역에 삼나무 꽃가루가 많아지고 분포 시기도 길어지고 있다"며 "이와 같은 현상은 남쪽인 서귀포시에서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1970~2011년 사이의 기온변화를 조사한 결과 서귀포시의 평균기온은 2℃가량 올랐고, 제주시는 1.4℃가량 높아졌다. 서귀포시의 경우 제주시에 비해 삼나무 꽃의 개화가 빠르고 꽃가루의 분포일도 더 오래 지속됐다.
2011년의 경우 제주도 남쪽인 서귀포시는 삼나무 꽃의 개화가 빠르고 화분의 양이 많고, 분포 시기가 길었다. 반면 제주도의 북쪽에 위치한 제주시는 꽃의 개화가 비교적 늦게 시작됐고 분포일도 짧았다.
또 2012년에는 2011년(2월 17일)에 비해 19일(2012년 1월 30일) 일찍 삼나무 꽃이 개화했고, 꽃가루의 분포 시기는 2011년 48일에서 2012년 74일로 기간이 길어졌다.
이 교수는 "제주도에는 삼나무가 많이 식재돼 있다, 삼나무는 유용물질인 피톤치드를 뿜어내지만 봄철마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를 날린다"며 "제주도에서 봄철 삼나무 화분에 의한 알레르기 질환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삼나무 꽃가루의 분포와 알레르기 질환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초·중·고교생 600명을 대상으로 삼나무 화분에 대한 피부 감염률을 조사한 결과 제주도 남쪽인 서귀포시는 23.6%, 북쪽인 제주시는 10.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제주도의 남쪽이 북쪽에 비해 감염률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교수는 "꽃가루가 봄철 알레르기 질환과 상관관계가 있는데 특히 CO2의 농도가 증가하거나 기온이 상승하면 꽃가루가 더 많이 발생하고 이것으로 인한 알레르기 질환이 심화될 수 있다"며 "기후 요소 중에서는 강수량보다 기온에 영향을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조사에 따르면 삼나무가 개화하는 2~3월의 기온 조사 결과 서귀포시의 기온이 제주시에 비해 1.8℃가량 높았다. 서귀포에서 삼나무 화분의 꽃가루 피부 감염률은 1998년에는 9.7% 였던 반면 2008년에는 18.2%로 증가했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는 온실가스의 효과 때문인데 그 중에서도 CO2가 주된 요인이 된다"며 "기후변화가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지만 사람의 건강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생기면서 폭염이나 태풍과 같은 기상 재해가 발생해 건강에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고,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 매개체에 의한 감염병, 대기오염에 의한 호흡기 질환,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 질환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취약지역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기온이 비교적 높은 지역이 취약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인데 만약 기온이 더 오르고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지 않는다면 사람의 건강에 부정적인 작용을 하는 질환들이 더 발생하게 될 것"을 우려했다.
전 세계 전자폐기물의 70% 상당 중국서 분해 처리 최근 중국은 전자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어진 발표에서 중국 환경과학원 마진(Ma Jin) 연구사는 "전 세계의 전자폐기물(e-waste)가운데 80%가 아시아로 오고 있고 그 중 90%가 중국에서 분해 과정을 거치고 있어 이에 따른 토양오염 등 환경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2006년 7월 1일부터 납·수은·카드뮴·6가크롬(Cr6+)·브롬계난연제(PBB·PBDE) 등 6개 유해물질이 포함된 전기·전자제품은 시장에서 판매할 수 없다는 '유해물질 사용제한 지침'을 통해 규제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등 선진국들의 전자제품 쓰레기를 중국이나 베트남 등으로 실어 내는 것이 금지돼 있지만, 불법통로를 통해 중국 등지로 유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에선 전자폐기물을 분류한 뒤 회수 작업을 거쳐 구리 등의 소재를 추출해 재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수작업 과정이 열악해 PBDEs(폴리브롬화디페닐에테르)와 같은 중금속이 유출돼 상당한 환경공해가 일어나고 있다.
마진 연구사는 "전기전자제품을 폐기소각 및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야기한다"며 "이 과정에서 나오는 브롬계난연제(PBB·PBDEs)가 토양을 오염시키는데 중국의 동쪽에 위치한 산둥성의 오염이 특히 심각하다"고 밝혔다. 그는 "난연제가 환경과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PBDEs(폴리브롬화디페닐에테르)는 브롬계난연제로 난연제(難燃劑·불에 잘 타지 않도록 하는 용도의 물질)에 사용되고 있다. PBB(폴리염화페닐)는 수지 성형 등에 사용되는 난연제에 포함된 물질이다. 불연성이며 독성이 강하고 환경을 오염시켜 사용이 금지된 상태다.
중국 국립환경과학원 양유(Yang Yu) 연구사는 '유해물폐기물 매립에서의 지하수 오염에 대한 위해성 등급 선정방법' 발표를 통해 "폭우 등과 같은 이상기상 현상으로 매립지의 오염물질이 지하수로 흘러가고 스며드는 경우가 많다"며 "오염된 지하수는 사람이 먹거나 피부를 통해 노출되면서 사람의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번 포럼에서는 '양국의 올해 환경보건 연구 사업 소개'와 '캠프캐롤 미군기지 인근지역 주민 건강영향조사' '한국에서의 유해화학물질 사고 대응' '폐기배터리의 오염과 제어기술 정책 개정의 주요요인 분석' 등의 환경과 건강에 대한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이번 포럼이 양국의 환경보건 문제 파악과 효율적인 해결 방법을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국제 환경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