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지난 밤 혁명이 일어났던 게야북경 하늘에 이데올로기 한 점 없다 디카시(詩)라는 말은 2004년도에 내가 만든 신조어다. 나는 늘 시라는 것이 문자로만 표현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나는 시인이지만 내가 쓴 시보다 훨씬 아름다운 시적 형상들이 도처에 즐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난 1·2일, 북경에 다녀왔다. 1일 아침 김해공항에서 대한항공으로 북경을 갔는데, 북경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우중충한 모습으로 시야가 불투명함은 물론이고, 후텁지근하기까지 해 '아, 내가 이제 중국에 왔구나'라는 걸 실감했다. 아들이 다니는 중국 어느 대학의 구내 호텔에서 여장을 풀자마자 피곤해 바로 누웠는데, 창밖에는 뜻밖에 폭우가 쏟아지는지, 빗소리가 요란했다. 다음날(2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대학 인근 노점에서 만두를 먹고, 바로 버스·지하철 등으로 천안문에 갔다. 그런데 왠 일인가. 북경의 하늘이 너무 청명한 것이다.
나는 북경에 비교적 자주 가는 편이지만, 이날 봤던 북경 하늘은 정말 낯설기만 했다. 한국의 가을하늘 못지 않게 맑고 깨끗했다. 이때의 북경의 풍경은 그 어떤 시보다 아름다웠다. 나는 이럴 때 문자로 표현되지 않았을 뿐이지 언어를 넘어선 시적 형상을 '날시'(raw poem)이라고 명명했다.
2004년 4월 디지털카메라를 하나 사서 '날시'를 디카로 찍어 그것을 문자로 짤막하게 재현해 '디카시'라는 신조어로 내 인터넷 서재에 연재를 하기 시작했다. 너무 신이 나 동년 4월부터 6월까지 2개월간 50편을 썼고, 그것을 묶어 최초로 디카시집 <고성 가도>(固城 街道)를 그해 9월 문학의 전당에서 출간했다. 디카시는 그렇게 해서 공론화돼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시의 한 장르로 서서히 자리 잡았다.
디카시는 날시를 디카(스마트폰)로 순간 포착해 순간 소통하는 게 콘셉트다. 내가 2004년도에 디카시를 공론화할 때는 스마트폰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스마트폰으로 디카시가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무르익었다.
북경에서 스마트폰으로 포착한 것을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실시간 순간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디카시의 매혹이라 할 것이다.
앞으로 <오마이뉴스>에 '디카시로 여는 세상'이라는 이름으로 연재할 것이다. 아름다운 디카시를 중심으로 세상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볼까 한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이제는 채호석 교수가 쓴 『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두리미디어, 2009)에 새로운 시문학의 한 장으로 소개되어 있을 만큼 대중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