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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고라니들이 고구마 잎을 다 뜯어 먹었어요!"
"저런, 고라니들의 파티장소가 되어버렸군."

장맛비를 헤치고 상추를 뜯던 아내가 소리를 질러 나가 보니 고라니들이 고구마 잎을 상당히 잘라먹어 버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곳 연천군 금굴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 집에는 고라니들이 드나들지 않았었다.

고라니들에게 뜯어 먹힌 고구마 잎
 고라니들에게 뜯어 먹힌 고구마 잎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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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금년 봄부터 고라니들이 나타나 상추를 똑똑 잘라먹기 시작하더니 이제 급기야 고구마 밭으로 진출하여 고구마 잎을 무자비하게 뜯어먹기 시작했다. 요 며칠 새에 고구마 밭의 3분의 1정도를 뜯어 먹어 버렸다.

이러다간 금년 고구마 농사는 헛농사를 지을 것 같다. 당뇨가 있는 아내가 고구마를 좋아하여 다른 작물을 줄이고 작년의 3배 정도를 늘려서 심었는데 이렇게 고라니들이 극성을 부린다면 단 한 알의 고구마도 캐지 못할지도 모른다.

처음 고라니 출현 장소를 조사해 보니 우측 뒤꼍에 산으로 연결된 부분으로 들어오는 것 같아 지난 7월 1일 그곳에 망사를 치고 허수아비를 만들어 놓았다(http://bit.ly/12qrZYS).  다행히 그 방향에서는 고라니가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아 안심을 했었다.

고라니 발자국으로 보이는 자국
 고라니 발자국으로 보이는 자국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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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우측 이장님 콩밭으로 통하는 보리수나무 밑으로 뚫린 구멍으로 고라니들이 드나드는 것 같았다. 그 쪽에 고라니 발자국으로 보이는 자국이 찍혀 있었다. 고라니들은 고구마 밭에서 그 방향에 가까운 이랑에 있는 고구마 잎을 작살내 놓고 있었다.

토끼 석고상을 놓아두기는 했지만 이미 고라니는 그게 움직이지 않는 석고라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다. 주변에 넓은 콩밭이 많기도 한데 왜 하필 고구마 순을 잘라 먹을까?

"쥔장님만 맛있는 고구마 순을 먹을 게 아니라 나도 맛좋은 무공해 고구마를 좀 먹어야지요."
"허허, 그렇기는 하구나. 허지만 너무 많이 먹어버리면 고구마 밑이 전혀 들지 않거든."
"그래도 미안하지만 그 맛있는 고구마를 포기 할 수 없어요."
"그럼 나도 할 수 없지. 망사를 더 견고하게 칠 수밖에."

석고로 만든 토끼 인형을 세워두었지만 무용지물이다.
 석고로 만든 토끼 인형을 세워두었지만 무용지물이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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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와 고라니는 고구마 순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나는 장맛비를 맞으며 고라니가 나타나는 방향으로 망사를 추가로 둘러쳤다. 녀석들은 생각보다 영리하다. 약하게 친 망사는 머리로 수차례 들이받아 무너뜨리기도 한다.

다행히 아직 당근 있는 곳까지는 고라니가 오지 않고 있다. 만약에 오늘 둘러친 망사까지 방어망이 뚫리면 텃밭 전체를 망사로 둘러쳐야 할 판이다. 그렇게 하려면 철물점에 가서 상당한 비용을 들여서 망사와 쇠말뚝을 더 사와야 한다.

고라니가 출현하는 방향으로 망사를 둘러쳤다.
 고라니가 출현하는 방향으로 망사를 둘러쳤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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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어요."
"그래도 정성들여 키운 고구마와 당근, 땅콩을 고라니에게 몽땅 바칠 수는 없지 않소?"

내일 아침에 살펴보아서 만약에 방어망이 뚫리면 돈이 더 들더라도 자재를 사와 공사를 해야 한다. 고라니들은 밤에만 살그머니 나타나기 때문에 잡을 수도 없다. 사냥개를 하나 키우면 좋겠지만 집에 동물을 키우는 것은 아내가 질색이다.

"고라니야 그만큼 먹었으면 이제 좀 참아주오."
"생각을 좀 해 보아야겠는데요."

과연 방어망이 뚫릴 것인가? 이대로 고라니 출입이 막아질 것인가? 내일 아침 고구마 밭이 매우 궁금하다.


태그:#고라니 피해, #고구마 밭, #연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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