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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영남지역농협에서 작성한 '국정원 요청자료' 문건. 여기에는 국정원으로부터 농민 동향을 파악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나와있다.
 지난 4월 16일 영남지역농협에서 작성한 '국정원 요청자료' 문건. 여기에는 국정원으로부터 농민 동향을 파악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나와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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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대학가 시국선언 동향 파악에 이어 농협에 농민 의견 청취를 요청하는 등 고유 업무가 아닌 국내정보 수집에 나선 정황이 또 드러났다.

<오마이뉴스>는 '국정원 요청자료'란 제목으로 지난 4월 16일 작성된 문서를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영남지역의 한 농협 농촌지원팀은 국정원으로부터 "본격적인 영농철 이후 농업인들이 느끼는 대정부 불만·요구사항을 청취해 작성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제출 시한은 4월 17일까지였다.

국정원은 구체적으로 ▲ 대선공약을 포함한 농업정책과 농산물 가격 불안 ▲ 한중자유무역협상 ▲ 축산물 가격 약세 지속 ▲ 대기업 농업생산분야 진출 등 네 가지를 농업인들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파악해달라고 요청했다. 의견 청취 대상은 각각 수도작 농업인 1명, 과수농가 1명, 축산농가 1명, 기타 시설농가 1명이었다.

국정원의 직무 가운데 국내 동향과 관련 있는 분야는 국정원법 제3조 1항 1호가 정한 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국제범죄조직 관련 정보의 수집·작성·배포다. 농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일은 국정원 고유 업무와 거리가 먼 국내 정보 활동이다. 게다가 국정원의 이러한 활동은 줄곧 해당부서를 해체하거나 업무를 제한해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분야다.

'대선공약' '한중FTA 협상' 등에 대한 농민 의견 청취 요구

그런데 '남재준 체제' 국정원의 이 같은 활동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6월 인하대 총장실에 전화를 걸어 국정원 규탄 시국선언 관련 동향을 묻고, 다른 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인권법학회와 함께 국정원 규탄성명서를 낸 인하대 로스쿨 인권법학회의 촛불집회 참가여부, 외부단체·민주노총과 연관성 등을 확인했다. 당시 논란이 불거지자 국정원은 '인하대 담당자가 바뀌어 인사차 전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이번 일은 국내 보안정보도 아닌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국정원) 업무 범위를 초과했다"며 "제도적으로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을) 완전히 끊고 새로운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정원 개혁이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주도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원 스스로 개혁하라'는 말은 국정원이 제 발을 잘라내라는 뜻인데, (그렇게) 안 할 것"이라고 했다. 박 사무차장은 "대통령이 '국정원을 더 이상 그렇게 안 쓰겠다'고 결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엄청난 국민적 압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정원 대변인은 1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국정원은 농협에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농협·인하대 건 모두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그런 일을 두고 '국정원이 국내 정보 수집 활동을 계속한다'고 볼 수 없다, 또 (국정원) 입장을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태그:#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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