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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IN>이 공개한 현대백화점 내부문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을 대비해 작성됐다.
<시사IN>이 공개한 현대백화점 내부문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을 대비해 작성됐다. ⓒ 시사IN 제공

국내 3대 백화점 업체인 현대백화점이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에 대비해 도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면접과 설문 방법 등을 교육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급관계에서 원청은 하청업체의 직원을 교육시킬 수 없다. 이에 최근 불법파견이 적발된 신세계 이마트 사례와 같은 위장도급 의혹이 제기된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은 15일 현대백화점 본사 인재개발팀이 하청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만든 내부교육문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2013년 상반기 도급관리 현장점검'이라는 제목의 이 문서에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시 설문지 작성방법과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 등이 정리돼 있었다. 문서에는 '교육 후 관련 자료 폐기처리 요망'이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시사IN>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측은 이 문서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하고 "합법적으로 도급관리를 위해 문제요소의 발생을 개선하는 용도"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백화점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원청에서 하청업체 직원을 지속적으로 교육해 왔다면, 위장도급의 가능성이 높다. '업무의 완성'만을 놓고 거래하는 도급계약관계에서는 원청이 하청의 인사나 노무 등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로감독 설문지, 인터뷰 모법답안 제시... 문서 파쇄지시도

 <시사IN>이 입수한 현대백화점 내부 문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에 대비한 설문 응답 메뉴얼이 적혀있다.
<시사IN>이 입수한 현대백화점 내부 문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에 대비한 설문 응답 메뉴얼이 적혀있다. ⓒ 시사IN 제공

 <시사IN>이 입수한 현대백화점 내부 문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에 대비한 인터뷰 응답 메뉴얼이 적혀있다. 현대백화점 측은 이러한 교육을 하청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해 위장도급 의혹이 제기됐다.
<시사IN>이 입수한 현대백화점 내부 문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에 대비한 인터뷰 응답 메뉴얼이 적혀있다. 현대백화점 측은 이러한 교육을 하청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해 위장도급 의혹이 제기됐다. ⓒ 시사IN 제공

현대백화점이 작성한 문서를 살펴보면 우선,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실시할 때 사용하는 설문지의 내용이 자세히 담겨 있다. 이는 지난 2010년 고용노동부가 작성한 하도급실태 관리점검용 설문조사와 거의 유사하다. 현대백화점 측은 '현장점검 준비사항-설문지'라는 항목에서 이 12가지 질문을 제시하면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지 적어 놓았다.

또 '현장점검 준비사항-인터뷰 준비'라는 항목에서는 업무지시, 업무보고, 결제처리, 조회종례 관련, MOT평가/기타사항 등의 세부항목을 나눠놓고 각 사안마다 답변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백화점 담당 직원이 직접 업무지시를 하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에는 "네,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답변하라는 식이다. 여기에 백화점 조직도, 비상연락망을 파쇄하고 사훈, 경영방침 부착 시 파쇄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이 이러한 도급관계를 (주)HCDM이라는 업체를 통해 관리해 온 사실도 확인됐다. HCDM은 지난 2009년 현대백화점 그룹 건설사업부에서 분사한 업체로 현대백화점의 모든 공사를 대행 관리하고 있다. 이 업체 홈페이지에는 건설 분야 이외에도 시설관리, 소방, 조경, 통신, 주차, 보안까지 현대백화점이 도급으로 운용하는 대부분의 분야를 업무분야로 공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이 업체를 통해 하청업체의 업무를 간섭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시사IN>에 따르면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현대백화점과 계약서를 썼는데, 우리랑 계약한 적도 없는 HCDM이라는 업체가 우리 업체를 지휘, 명령, 관리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본사가 하청업체 직원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대리인 격'인 HCDM을 내세워 하청업체를 관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백화점 측은 "별도 업무협약서를 통해 현대백화점과 HCDM, 하청업체 3자 간 업무 협의를 할 수도 있게 돼 있다"면서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하청업체 중에서도 (HCDM이) '갑'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확인해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제2의 이마트 될까?

이러한 내용의 내부문서는 올해 초 불법파견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신세계 이마트 사례와 상당히 유사하다.

지난 1월 <오마이뉴스>가 입수해 이마트의 내부자료에도 역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에 대비한 하청업체 직원 대상 교육자료가 포함돼 있었다(관련기사 : 이마트, '불법파견 알고도 조직적 은폐). 현대백화점 역시 자신들의 불법파견 여부를 은폐하기 위해 이 같은 교육을 실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형유통업체 하도급 인원'은 4만여명에 달한다(관련기사 : "엘리베이터도 못 타고, 화장실도 못 쓰게 해요"). 현대백화점의 경우 2010년 기준 2480명 가량의 도급 직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파견이 적발돼 1만여명을 정규직 채용한 이마트 사례처럼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나설지 주목된다.


#현대백화점#이마트#위장도급#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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