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현 외 6인의 <뇌,약,구,체>는 각각의 제목처럼 뇌를 알고, 약을 알고, 입을 알고, 몸에 대해 알자는 취지로, 서울대학교 바이오 대중강좌의 강의내용을 엮은 것이다. 선진국을 향해 달리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수준이 올라가듯, 우리 몸에 관한 상식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함을 강조한 책이다.
우선 뇌는 1000억 개 가량 되는 세포가 있고, 성인의 무게는 약 1.5킬로그램이고, 먹는 밥의 4분의 1 이상이 뇌에서 소비될 정도라고 한다. 그야말로 우리가 섭취하는 칼로리의 25퍼센트 이상을 쓴다는 뜻이다.
그만큼 뇌는 우리 몸에서 중추 사령부로서 많은 에너지를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물리적 충격에도 잘 견딜 수 있도록 두개골을 감싸주고 있음도 알려준다. 아울러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그리고 후두엽 등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한다.
"인종, 즉 백인 흑인 황인종에 따라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소실 등 약효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최근 들어 분명해졌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이를 잘 몰랐기 때문에 인종을 구별하지 않고 동일한 양을 투여하였습니다. 이러한 종래의 약물요법은 분명히 잘못된 일입니다."(132쪽)이른바 약에 관한 내용이다. 이전에는 인종에 상관없이 약을 투여했지만 점차 인종 간의 차이가 확실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것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른바 생체시계를 고려해서 약물을 투여할 계획도 세워야 하고, 사람들 간의 유전적 특성까지도 고려하여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야말로 '맞춤약학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신약을 얼마나 개발했을까? 1960년대 후반에 서울대학교의 어느 약학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신약이 개발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작금에 이르러서는 18개의 신약이 우리나라에서 개발되었다고 한다. 비록 홈런을 친 신약은 개발되진 않았지만 단타와 안타를 계속 치다보면 머잖아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고 한다.
"12세 청소년의 몸무게를 1960년대와 2000년대를 비교하여 보면 굉장히 차이가 납니다.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10∼20년 사이에 과체중과 비만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어른하고 똑같이 살만 찌는 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대사성 질환을 앓기 시작합니다."(286쪽)이른바 우리 몸 속에 간직하고 살아가는 지방 조직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도 어른의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청소년들과 관련된 지방 조직이다. 그만큼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과잉 영양공급이 이뤄지고 있어서 비만과 관련된 대사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많다고 한다.
과연 그 같은 지방 조직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정상인이 100개의 지방세포를 지니고 있다면 청소년 비만은 150개 이상을 몸에 지니고 살아가는 셈이라고 한다. 그러니 아픈 것도 훨씬 일찍 찾아오고, 평생을 계속 아프거나 치료 받아야 한다고 한다. 그것은 환경을 바꾸는 것, 곧 운동과 식생활 개선밖에 달리 길이 없다고 한다.
어제 교회에서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60명 가까운 청소년들에게 주문한 건 그것이었다.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이 44세요, 청백리들의 평균 수명이 65세 정도라는 것. 산해진미를 먹던 왕들이 단명한 이유, 반대로 가난하게 살았던 선비들이 길게 살았던 이유는 먹는 데에 달려 있었다고 했다.
그랬더니 학생들 입이 벌어졌고, 눈이 반짝반짝 하는 것 같았다. 뭔가 새로운 정보를 듣고 난 데 따른 놀라움 같은 것이었다. 문제는 그 학생들의 반응이었다. 그 이야기와 함께 장을 비워야만 비만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고 했더니, 먹는 햄버거와 패스트푸드를 멀리할 길을 찾아보라고 했더니, 학생들의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
이유가 뭐였을까? 단명하는 것, 몸이 비대해지는 게 나쁜 것인 줄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의 병과 생명에 직결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그들이 고개를 끄덕끄덕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피를 맑게 해 주는 게 공부하는데도, 정신력을 집중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걸 깨우쳤던 것이다.
아무쪼록 뇌를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는 비결을 일깨워주는 이 책, 약은 어떻게 먹어야 하고, 입과 몸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알려주는 이 책을 통해 어른은 물론이고 자라나는 청소년들도 깊이 탐독했으면 좋겠다. 재미난 그림들도 잔뜩 들어 있으니 이해하기에 무척 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