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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 사고 10일. NTSB-국토부 왜 싸우나?
 아시아나 사고 10일. NTSB-국토부 왜 싸우나?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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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착륙사고를 냈던 아시아나항공 기장과 부기장 4명이 미국쪽 조사를 마치고 지난 13일 귀국했다. 국토교통부는 17일부터 이들에 대한 집중 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착륙사고 조사 주체인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현지시각으로 14일까지 현장 조사를 마치고 종합 사고원인 분석을 진행중이다.

사고 후 1주일간 나온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고 원인은 크게 조종사 과실과 기체 결함 두 가지로 좁혀지고 있다. NTSB 쪽은 조종사 과실 쪽에, 국토교통부 쪽은 원인을 섣불리 예단할 수 없으니 사고기 블랙박스를 분석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의 사례들을 보면 사고 원인이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피해자 보상액 등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조종사 과실일 경우 아시아나 쪽에, 기체 결함으로 밝혀지면 항공기 제작사에 책임이 돌아가게 된다. 항공분야 전문가들은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있어야 사건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고 원인 규명 놓고 NTSB와 국토부 '대립'

미국 교통안전위가 공개한 현장사진 미국 교통안전위원회가 8일 공개한 아시아나 사고 여객기 관련 사진. 아시아나항공 OZ 214편은 지난 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착륙 중 충돌사고를 일으켰다.
▲ 미국 교통안전위가 공개한 현장사진 미국 교통안전위원회가 8일 공개한 아시아나 사고 여객기 관련 사진. 아시아나항공 OZ 214편은 지난 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착륙 중 충돌사고를 일으켰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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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봤을 때는 조종사 과실 쪽에 좀 더 가능성이 있다. 사고원인 규명의 핵심인 비행기 블랙박스를 수거해 조사하고 있는 NTSB 역시 사고 이후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이런 점들을 지속적으로 부각시켰다.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은 조사 초기부터 조종사의 경력을 문제삼았다. 착륙을 맡았던 이강국 기장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사고기 기종인 B777을 한 번도 착륙시켜본 적이 없으며 일종의 '견습비행' 중이었다는 것이었다. 허스먼 위원장은 매일 브리핑을 통해 이 항공기의 조종사들이 ▲ 충돌 9초전에야 상황을 인지했고 ▲ 비정상적인 조종석 배치였고 ▲ 사고 90초가 지난 후 대피 명령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현재 사고기 조종실에 있던 조종사 3명은 일관되게 기체의 속도를 유지해주는 자동속도 조절장치(오토스로틀)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NTSB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11일에 열렸던 마지막 브리핑에서 이같은 의혹을 일축시키기도 했다. 사고기 블랙박스에 들어있던 1400여 개 데이터코드 중 220개를 분석했는데 자동항법장치, 자동속도 조절장치 등 자동 비행기능에 이상이 있었다는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이같은 태도를 놓고 일각에서는 NTSB가 조종사 과실쪽에 결론을 두고 조사를 몰아간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조종사 노조인 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현지시각으로 9일 성명을 내고 "현장 사고조사 진행 중에 이렇게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블랙박스 분석 전까지는 사고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던 국토부 역시 태도를 바꿨다. 국토부는 13일 항공철도사고조사위 명의로 허스먼 위원장에게 "사고조사 관련 정보를 충실하고 정기적으로 제공해달라", "사고조사는 국제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의 팩스를 보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사고 직후 NTSB 조사에 앞서 사고기 조종사들을 면담했지만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였었다.

전문가들 "사고 원인 규명할 결정적 증거 안 나와"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기에 탑승했던 승무원들이 1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기에 탑승했던 승무원들이 1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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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사고 원인 조사가 이같은 신경전의 양상을 띄는 것은 과실이 어느쪽에 있느냐에 따라 자국 기업이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조종사 과실일 경우 국내 항공사인 아시아나가, 기체 결함일 경우 미국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사가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될 전망이다.

항공사 운송책임을 명시하고 있는 몬트리올 협약에 따르면 아시아나 쪽은 1억 9000만 원까지 배상책임을 진다. 그러나 자사 과실로 판명날 경우 승객은 별도의 소송을 통해 추가 손해보상금을 요구할 수 있다. 반면 미 보잉사의 경우 기체 결함으로 판명날 경우 현재 판매 핵심 기종인 B777 판매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지난 1주일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 국내 항공계 전문가들은 '지금으로서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일주일 내내 브리핑을 했지만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연철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 교수는 "뭐든지 사고가 나면 사고를 분석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국제민간항공기구 책에 나온 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이렇다 저렇다 할 계제가 못 된다"고 설명했다. NTSB측에서도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둘 뿐 단정짓지 못하는 데도 그런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유창경 인하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가장 큰 포인트는 비행기 충돌 사고 당시 속도가 많이 줄었다는 것인데 그 부분에 대한 확실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조사가 더 진행되어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사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조사기관(NTSB)에서 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원래 사고 원인과 다른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양수석 항공우주연구원 박사는 "원래 항공기 사고가 규명되려면 1년 정도는 걸린다"면서 "지금까지 드러난 것으로는 조종사 과실도 있고 기체 결함도 어느 정도는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NTSB, #국토교통부, #아시아나, #비행기 사고, #보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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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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