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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당은 말로만 국정원 개혁을 외치면서 여야 간에 말만 주고받지 말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국정원의 국내정치파트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당은 말로만 국정원 개혁을 외치면서 여야 간에 말만 주고받지 말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국정원의 국내정치파트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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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新·舊) 정권 간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친이(친이명박) 좌장'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17일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무단공개와 감사원의 4대강 감사결과 등을 놓고 청와대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양건 현 감사원장은 물론, 남재준 현 국정원장의 자진사퇴까지 주장했다.

앞서 이 의원은 정상회담 회의록 논란 등과 관련, 국정원의 국내정치파트 해체 등 개혁안을 주장한 바 있지만 남 원장에 대한 자진사퇴는 요구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청와대를 압박한 셈이다.

이는 청와대가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결과에 사실상 '동의'하고 나서면서 해묵은 친이·친박(친박근혜) 갈등에 불을 붙인 탓으로 보인다. 앞서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해 사업비가 4조 4400억 원 더 들었다"는 감사원의 발표에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고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 일(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라고 즉각 반응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현재 새누리당 내 친이 쪽은 이번 감사결과가 박근혜 대통령의 '입맛'을 맞춘 기획 감사라고 질타하고 있다. 이 의원도 당시 자신의 트위터에 불교경전 문구인 '一默如雷'(일묵여뢰 : 한 번의 침묵은 우레와 같다)라고 글을 남기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현재 청와대는 이같은 당내 일각의 반발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신구 정권 간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에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도 아니고 감사결과에 대해 원칙적으로 접근한 것은 옳았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친이계 좌장인 이 의원은 이날 당 공식회의석상에서 청와대를 전방위적으로 질타하고 나섰다. 4대강 감사결과로 점화된 신·구 정권 간 갈등이 청와대의 '침묵'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남재준 국정원장과 양건 감사원장, 국정 안정 위해 자진 사퇴해야"

먼저,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권력기관이 정권 초기에 정치에 과도하게 개입해선 안 된다"며 "권력기관이 정쟁 유발 동기를 제공하거나 갈등의 골을 깊게 파면, 결국 그 권력기관은 국민에게 불신 받게 되고 그 부담은 여권 전체가 지게 된다"고 비판했다.

즉, 국정원의 회의록 공개나 감사원의 4대강 감사결과 발표 모두 '정치개입'이란 얘기였다.

특히, 국정원과 관련 "지금 정국이 매우 험악하게 된 원인은 국정원에 있다"면서 "오늘 이 정치적 혼란의 원인을 제거하려면 국정원장의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당이 슬기롭게 문제를 풀어가려 했는데, 국정원이 정상회담 회의록을 던지면서 그 때부터 일이 꼬였다"면서 "그래서 국정원 개혁 문제가 나왔는데 이것도 국정원 스스로 개혁하라는 것 때문에 여당이 말도 못 붙이는 형국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국정원 개혁은 야당이 먼저 할 게 아니라 여당이 먼저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원 '셀프 개혁' 주문을 우회 비판한 셈이다.

4대강 사업을 '한반도 대운하 사업' 전초 단계로 진단한 감사원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정국의 안정을 위해 감사원장의 자진사퇴도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감사원은 정치적 감사를 하면 안 된다"면서 "전 정권의 국책사업을 몇 차례나 바꿔 감사결과를 내놓는다면, 현 정권 끝나고 다음 정권 들어서면 현 정권의 일도 맞춤형 감사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원장은 감사원 발표 때마다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현장에 가봐야 한다, 지위가 높을수록 현장을 멀리 하면 안 된다"면서 "그렇게 해보지도 않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깊숙이 개입한다는 건 여권 전반에 매우 큰 부담을 가져다준다"고 비판했다.

"당 원내대표도 해보고 다 해봤지만 청와대 논평 감당 안 된다"

무엇보다 이 의원은 "비공개 때 말하려 했지만 어차피 나가는 거니깐 공개적으로 말하겠다"면서 청와대를 향해서도 포문을 열었다. 그는 "청와대는 국민대통합이 급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게 급하고 일자리 창출이 급하다"면서 "그런데 집권 5개월 동안 청와대가 정쟁의 중심에 서면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청와대는 말도 아껴야 하고 가려서 해야 한다"면서 "야당 대변인이나 여당 대변인보다 청와대가 더 세게 치고 나가면 여당이 할 게 있나"라며 "저도 당 원내대표도 해보고 다 해봤지만 청와대의 논평을 보면 감당 안 될 정도"라고 비판했다.

또 "(4대강 사업 감사결과와 관련) '대국민사기극'이라든지, '무리하게 추진된 것은 원점으로 돌려놔야 한다든지' 등 국정을 안정시키고 갈등을 해소해야 할 청와대가 갈등의 중심에 서면 되겠나"라며 "여당은 청와대가 제기하는대로 맨날 설거지나 하고 싸움 대신하고, 청와대가 벌여놓은 싸움에 야당과 맞붙어 싸워야만 하나"고 지적했다. 

민주당 측의 '귀태' 발언 등에 대한 당·청의 대응도 과하다고 지적했다. 역시 초점은 청와대였다. 이 의원은 "야당은 틈만 나면 청와대 걸고 넘어지고 여당 걸고 넘어지는 것이다"며 "우리도 지난 10년 야당할 때 그러지 않았나, 저 스스로도 빌미만 잡으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걸고 넘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이 거기에 대응하면 청와대는 말려야 한다, 필요하면 여야 원내대표를 초청해 조찬도 하면서 국정을 풀어갈 생각을 해야지 어떻게 정쟁 전면에 청와대가 나서나"라며 "(청와대가 정쟁 전면에 나서면) 여당이 아무리 노력해도 국민들에게는 무능하게 비친다"고 꼬집었다. 또 "각종 정치사안에 대해 청와대는 당 지도부와 상의해야 함은 물론, 뭘 발표할 때는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친이 중진인 이병석 의원도 당 차원의 감사원 개혁을 주장하며 이재오 의원을 지원사격했다. 그는 "4대강 감사결과를 보면, 감사원이 정치감사, 코드감사를 하고 있다"며 "4대강 사업 감사는 한 마디로 원칙도, 기준도 없는 감사"라고 혹평했다.

이병석 의원은 "MB정부에서 문제 없던 사업이 현 정부로 권력이 바뀌었다고 문제 사업이 되고 명백한 증거 없이 작은 정황성 추측으로 감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이미 독립적 감사기능을 상실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당은 본격적인 감사원 개혁을 위한 다각도의 여러 조치들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태그:#이재오, #4대강, #친이 친박, #국정원,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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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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