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274일째 폭염 속에서 송전철탑 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을 응원하기 위해 오는 20일 전국의 희망자를 실은 희망버스가 울산 철탑농성장으로 온다.
특히 울산에서는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계가 희망버스를 환영하는 '희망버스 울산준비위'를 발족하고 전국 응원자들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5일 울산 북구 명촌동 송전철탑 농성장에서 준비위 발족 선언을 하고 울산시민의 동참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 회사 측은 울산 방문을 앞둔 희망버스에 대해 "혼란버스이며, 외부세력이 개입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외부에 알렸다. 지역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이 내용을 중요기사로 보도해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로부터 비난이 일고 있다.
현대차 "희망버스는 혼란버스, 상황만 악화시켜"현대차는 지난 16일 회사 소식지 <함께 가는 길>을 통해 "지난 2011년 6월부터 11월까지 5차례의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행사에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동원됐다"며 "불법 공장진입시도, 폭력자행, 노사간 합의 이후에도 집회와 시위를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혼란과 무질서만 배달했던 혼란버스가 남기고 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다만 여전히 일감 부족으로 고통받는 노사의 어려움만 있었을 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 측은 인터뷰를 인용해 "희망버스가 합류한 크레인 농성은 실패한 정치투쟁, 외부세력이 개입해 노사간 대화 여지조차 사라지고 고용불안도 심화됐다"며 "급기야 한진중공업이 있는 부산 영도 시민들이 희망버스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발생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현대차 측은 최근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의 부분파업에 대해 "사내하청 지회가 불법파업, 라인점거 등을 자행해 올해 임단협이 중단되는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며 "사내하청 문제 해결을 위해 정녕 필요한 것은 특별협의에 임하는 하청지회의 변화된 자세임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의 이같은 주장에 17일 울산지역 보수일간들은 일제히 '희망버스가 상황 더 악화', '한진중 사례를 돌아봤을 때 희망버스는 혼란버스'라는 제목으로 회사 측 입장을 보도했다.
지역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회사 측의 이같은 행보를 성토하고 나섰다. 울산인권운동연대 최민식 대표는 "전국의 수많은 시민들이 이 무더운 날 왜 먼 길을 달려 울산 송전철탑으로 오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이처럼 전국에서 들끓고 있는 민심을 보고도 변화가 없는 회사측 모습에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비정규직의 부분 파업은 회사 측이 법 이행을 하지 않고 신규채용이라는 꼼수를 밀어붙이며 불법파견을 은폐하는 데 따른 것"이라며 "희망버스 탑승자들은 지난해 9조 원 가까이 이익을 낸 현대차가 부리고 있는 얄팍한 꼼수를 꾸짖기 위해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5일 울산지역 정당, 노동·시민·사회단체 등 50여개 단체로 구성된 '현대차 희망버스 울산준비위원회'는 철탑농성장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대차 희망버스를 환영하며, 희망버스는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을 찾는 새 출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는 지난 10년간 유지해 온 비정규직에 대한 불법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희망버스가 다시 시동을 거는 것은, 혹한의 추위와 폭염의 더위를 견디고 있는 철탑 위 노동자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까지 폭력을 일삼는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 비정규직의 철탑 농성 81일째이던 올해 1월 5일 울산에 희망버스가 온 적이 있다.
1월 5일 오전 9시 30분쯤 서울 중구 대한문 앞 600여명, 그외 서울 일대서 버스 2대가 출발한 것을 비롯해 인천, 경기, 대전, 경북, 충남 등 각 지역에서 1500여명이 탑승한 30여대의 희망버스가 출발해 오후 3시쯤 울산에 도착했다.
이날 울산지역 노동자 시민단체 500여명도 철탑농성장에 합류해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철탑 앞 광장을 가득 채운 채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연대 행사를 한 후 오후 5시 30분쯤 부산 영도의 한진중공업으로 향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