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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경제개혁연대소장(한성대 교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소장(한성대 교수)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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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가 변했고, 지난 대선 이후 한국사회가 변했다. 이제는 삼성이 변할 차례다. 하지만 현재의 이건희 체제에선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선 좀 더 세상과 소통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의 말이다. 그의 이름 앞엔 항상 수식어가 붙는다. '재벌개혁 전도사', '삼성저격수' 등이다. 그가 17일 삼성에 갔다. 이날 오전 삼성그룹 사장단 앞에서 경제민주화와 삼성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김 소장은 "2달 전에 (강연) 요청이 왔을때 고민을 했다"고 했다. 내부적으로 반대의견도 많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강연으로) 삼성도 노력하고 있다는 식으로 포장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설사 삼성이 나를 이용할 수도 있을지라도 삼성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삼성이 변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삼성이) 나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 변화의 핵심은 패쇄적인 리더십을 극복하는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기 위해선 열린 공간으로 나와서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자리에 이재용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삼성 사장단 앞에 선 김상조, "나도 삼성을 사랑한다, 방법 다르지만"

김 소장은 이날 강연에 앞서 "저도 정말 삼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물론 (사랑하는) 방법이 다르긴 하다"고 하자, 참석자들로부터 웃음과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이어 강연은 자연스레 경제민주화로 이어졌다. 김 소장은 그동안 인터뷰 등에서 "경제민주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재벌개혁과 양극화 해소가 핵심"이라고 말해왔다.

이날 강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는 시대정신으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선을 넘었다"면서 "거대담론으로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라면 경제민주화의 본령은 양극화 해소"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변하고, 지난 대선 이후 한국사회도 변했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역시 한계가 있지만, 기업의 입장에선 변화하지 않을 수 없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익편취나 불공정 행위 등에 제재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과거보다 한 발 나아간 것은 맞지만 여전히 우리가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 자리에서 최지성 삼성미래전략실장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김 교수 입장에선 기대에 미치지 못할지 몰라도 기업 쪽에선 여전히 강도가 세다"면서 "기업의 입장을 감안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사회에서 삼성이 호평과 악평을 받는 진짜 이유

김 교수는 또 이날 강연에서 삼성의 미래와 리더십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솔직하게 말했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 삼성의 패쇄적인 문화와 총수 리더십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삼성이 놀라운 경영성과를 올리면서도 한국 사회에서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고 있는데 왜 그런 줄 아느냐'고 사장단에 물었다"고 했다.

그는 "세상은 변했고, 삼성도 한국사회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면서 "삼성의 차기 리더십도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으려면 열린 공간으로 나와서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벌문제를 다룬 조정래 작가의 소설 <허수아비춤>을 인용하면서 "재벌총수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걸러진 왜곡된 정보를 가지고 한쪽 면만을 바라보며 춤을 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 역시 사업에 관한 의사결정은 스마트하면서 지배구조와 관련된 정보는 왜곡돼 있다"면서 "진정한 리더십은 세상의 다른 면을 보는 것에서부터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어떻게 세상과 소통해야 하느냐'고 기자가 묻자, 김 교수는 "우선 당장 자신에게 비판적인 사람들부터 찾아가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말했다. 이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신부님을 만나든, 시민사회와도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소통하는 자세를 가지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 쪽에선 이번 강연 취지 등을 두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은 "김 소장의 강연에 대해 사장단에서 많은 부분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면서 "김 소장이나 삼성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태그:#삼성, #경제민주화, #김상조, #재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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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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