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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위원들이 15일 오후 성남 수정구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서 기록물 예비열람을 마친뒤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실을 나서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위원들이 15일 오후 성남 수정구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서 기록물 예비열람을 마친뒤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실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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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대화록이 없다', 사실일까요? 너무 놀래서 말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18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여야가 두 차례 예비열람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을 찾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치권은 혼란에 빠졌다. 이는 지난 17일 <오마이뉴스>의 단독 보도(관련기사 : 국가기록원에 2007년 정상회담 회의록 없다)로 알려졌다. 여야 열람위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에 회의록 원본을 찾지 못한 예비열람 결과를 보고하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만약 여야가 끝까지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회의록 원본을 찾지 못한다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은 회의록 유실·폐기 여부라는 새 국면을 맞게 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예비열람 실패 이유로 세 가지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 회의록 원본이 워낙 엄격히 관리되고 있어 못 찾고 있을 가능성과 회의록이 유실됐을 가능성, 참여정부 쪽에서 회의록 원본을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않았을 가능성 등 세 가지다.

[가능성①] 문재인 "없다고 판단하는 건 너무 섣부르다, 시간 걸릴 뿐"

회의록 원본이 엄격히 관리되고 있어 못 찾고 있다는 관측은 여야 모두 제기하고 있다.

여야 열람위원들은 지난 15일 1차 열람에서 ▲ NLL ▲ 북방한계선 ▲ 남북정상회담 ▲ 등거리·등면적 ▲ 군사경계선 ▲ 남북국방장관회담 ▲ 장성급회담 등 7개 검색어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걸러진 자료 목록을 열람한 위원들은 정상회담 회의록 원본이 목록에서 빠진 것을 확인하고 추가 검색어 'NLL 대화록'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난 17일 2차 예비열람에서 통하지 않았다. 총 8개의 검색어로도 정상회담 회의록 원본을 찾을 수 없었던 셈이다.

회의록 원본 '유실'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여야 모두 섣불리 단정하진 않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부속실장을 지낸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지난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가기록원이 참여정부 청와대의 e지원 시스템과는 다르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못 찾을 수 있지만 없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면서 "회의록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면, 찾고 있는 과정으로 봐야 할 거다"라고 말했다.

즉, 회의록 원본이 여야 열람위원들이 선정했던 8개의 검색어와 다르게 관리되고 있거나 특수기호 등을 통한 보안장치를 걸어놓은 상태라면 검색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 역시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문서 작성 시기 등이 아니라 검색어를 통해 찾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며 "없다고 판단하는 건 너무 섣부르다"고 말했다. 또 "검색어로 찾는 것과 함께 (참여정부 청와대의) e지원 시스템 복원을 병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측도 마찬가지다. 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TBS라디오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에 출연, "국가기록원이 보유하고 있는 내용물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일부 훼손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 그 부분은 살펴봐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가능성②] 김재원 "회의록 유실? 결과 달리 나오면 뒷감당 어떻게"

하지만 회의록 유실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고위정책회의에서 "현재까지는 회의록이 폐기됐다기보다 아직 원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면서도 "만약 회의록이 폐기됐다면 이명박 정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참여정부가 회의록 원본을 분명히 국가기록원에 넘긴 이상, 손을 댈 수 있었던 것은 이명박 정부란 얘기다.

이같은 의심은 이명박 정부 들어 참여정부의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상당히 흔들었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교체 기간 동안 대통령 기록을 봉하마을로 유출했다는 이유로 임상경 대통령기록관장을 직권면직한 뒤 공석으로 남겨뒀다. 또 2010년 3월 김선진 당시 청와대 메시지기획관리관실 행정관을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장으로 임명했다. 이는 당시 대통령 기록관리 근본취지를 흔드는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2007년 4월 제정된 대통령지정기록물 관리법에 따르면, 대통령기록관장의 임기를 5년으로 정했다.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대통령기록관장의 임기를 후임 정권이 끝날 때까지 보장해 전임 대통령의 지정기록물을 둘러싼 신·구(新·舊) 정권 간 갈등 발생 소지를 차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 같은 취지를 훼손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관련기사 :MB맨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 기록 관리 맡기나)

그러나 새누리당 쪽은 이 같은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김재원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전 원내대표의 발언과 관련, "그렇게 경솔하게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며 "만약 (회의록 원본을 찾아내는 등) 결과가 달리 나타나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려고 하나, 전자기록은 수사하면 금방 (결과가) 나온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야 열람위원들이 (회의록 원본을) 못 찾는 과정일 수도 있다,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면서 "만약 (원본이) 실종됐다면 이건 역사가 '분실'된 일이다, 역사의 심판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록 '유실'이 아닌 '은폐 및 회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정호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못 찾고 있거나 고의로 회피하고 있는 게 아니냐라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 정치적으로 이게 진위가 가려지면 불리한 측에서 그런 기술적인 문제를 이유로, '그 검색어를 치면 안 나온다', '그거 없는 게 아니냐' 이런 식으로 호도하기 위해서 (원본 열람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국가기록원의 어떤 전문가가 다른 검색언어로 찾아줘야 하는데 혹시 못 찾는 척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냐"는 질문에도 "(예비열람) 하면서 좀 더 시간을 끌고, 오히려 진위를 가릴 수 있는, 검증 자체를 회피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 그런 의혹이 든다"고 답했다.

[가능성③] "참여정부 이관 안 했다? 이중·삼중 '백업'해서 넘겼다"

지난 2008년 7월 1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방문한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 1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방문한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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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회의록 원본을 국가기록원에 처음부터 이관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부 언론은 "이명박 정부 초기 노 전 대통령이 기록물을 봉하마을로 대거 가지고 갔다가 '자료 유출 논란' 끝에 국가기록원으로 이관시키면서 상당수를 폐기했다는 설이 있었다"면서 이 같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을 처음 제기했을 당시, 국가기록원에 회의록 원본이 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즉,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있던 회의록 원본이 지금에 와서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무엇보다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100% 이관됐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김정호 전 비서관은 이날 "청와대의 모든 문서를 전송하고 보존하는 청와대 e지원에 탑재돼 있던 모든 기록물을 통째로 이관했고 혹시나 싶어서 외장하드에 담아서 기록물만 별도로 보냈다, 그 하드를 구성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까지 해서 이중, 삼중으로 백업될 수 있도록 다 보냈다"고 밝혔다.

또 "모든 의사결정의 과정들이 계통을 밟아서 다 보존하게 돼 있다, 중간에서 누가 한 단계라도 안 거치면 위로 안 올라간다"면서 "이렇게 결재를 하게 되면 이 기록물들은 다 그대로 컴퓨터에 저장이 돼서 누가 중간에 조작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즉, 참여정부 당시 지정기록물을 '백업'까지 해서 통째로 이관했고 누가 중간에서 조작할 수도 없기 때문에 회의록 원본 역시 완벽하게 국가기록원에 이관됐다는 설명이다.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항상 기록물을 강조했고 기록물이 한번 시스템에 탑재되면 누구도 삭제 권한이 없다"며 회의록 원본을 포함한 지정기록물 전체가 이관됐음을 강조했다.


태그:#노무현, #남북정상회담, #국가기록원, #회의록, #N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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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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