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7일 현대차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에 올라가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 지 9개월. 농성 중인 비정규노동자 천의봉, 최병승씨의 건강이 악화됐고, 특히 외상후 스트레스 증세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월 한 번 철탑농성장에 올라가 두 노동자의 건강을 점검하고 있는 울산건강연대에 따르면 이들은 장기적 고립, 운동조건 미비, 소통 부재의 영향으로 정신적 건강이 현저히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건강연대는 18일 성명을 내고 "지난해 가을 철탑에 올라갈 때만 해도 건강했던 천의봉, 최병승 두 노동자는 혹독한 겨울을 철탑에서 보내고 장기간의 고립생활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인 건강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며 "철탑 농성과 희망버스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이번에 두 노동자가 내려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진료 의사 "건강기능 현저히 떨어져... 두 노동자 건강체질이라 그나마 다행"울산건강연대는 지역의 건강단체 및 보건의료인들로 구성됐다. 박영규 울산건강연대 상임대표(의사)는 "두 노동자의 전반적 건강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며 "다행인 것은, 두 사람이 모두 건강한 체질이라 치명적 증상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철탑 위에서의 장기적 고립과 이에 따른 사회적 소통 불가, 그리고 운동을 할 수 없는 조건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증세가 심하다"며 "농성이 끝난 후에도 증세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박영규 상임대표는 이어 "두 노동자를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자신들은 물론 비정규직 동지들의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이번 20일 희망버스가 이들에게 한줄기 빛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울산건강연대는 전국에서 5000여 명 가량이 올 것으로 예상되는 20일의 희망버스를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나온 지 수년이 지났다"며 "현대차는 수천 명의 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해 오면서 임금착취를 통한 엄청난 규모의 부당 이익을 챙겨왔다"고 밝혔다.
이어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차의 사내하청제도를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지 3년. 최병승, 천의봉 두 노동자가 지난해 10월 17일 현대차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에 올라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싸운 지 9개월이 지났다"며 "하지만 현대차는 아직도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법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박근혜 정부는 현대차의 이러한 불법행위를 해결할 의지는 보이지 않고 집권여당은 사내하도급법을 발의해 불법파견을 합법화하려하고 있다"며 "오는 7월 22일은 '현대차 사내하청은 정규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3년이나 되는 날이며, 철탑농성이 280일이 되는 날인데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울산건강연대 소속단체 및 보건의료인들은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와 철탑농성 승리를 위한 희망버스 제안에 적극 동의하며, 7월 20일~21일 희망버스기간 동안 의무실을 운영하는 등 적극 희망버스 활동에 함께할 것"이라며 "철탑 위에서 장기간 농성하고 있는 두 노동자가 하루빨리 내려올 수 있도록 현대차와 박근혜정부의 불법파견 비정규노동자 정규직 전환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울산건강연대는 ▲ 현대차는 두 노동자가 가족과 동료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 ▲ 박근혜 정부는 불법파견을 합법화하려는 사내하도급 법안을 폐기하고 현대차를 비롯한 전체 산업현장에서 불법파견의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사용자들을 처벌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