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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국의 섬>이란 책이 총 13권 나오는데, 그 중에 2권이 출간되었다. 필자는 국립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의 초빙을 받아 일하면서 지난 6월부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후원으로 전국 섬을 직접 탐사선 등대호를 타고 세 번째 순회하면서 글을 쓰고 사진을 촬영한다. - 기자말

U자식으로 된 항구는 천혜의 태풍 피항지이다.
▲ 다물도 마을에서 바라다 보이는 포구와 선착장 U자식으로 된 항구는 천혜의 태풍 피항지이다.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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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자꾸만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섬과 섬사람들의 이야기 그 숨겨진 사람 냄새를 진솔하게 남기고 싶다. 70~80년대 대부분 사람이 도회지로 떠나서 텅빈 섬이지만, 섬은 여전히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무엇보다 아직도 섬을 꿋꿋이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섬사람들은 고기를 잡고, 미역을 따고, 김과 전복을 양식하며 바다와 조그만 땅덩어리에서 고된 일상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의 애환과 환경 변화, 문화, 역사, 경관과 자연 생태 등 잊혀가는 근현대사를 담으려고 애를 썼지만, 지면에는 한계가 있는 법 그래서 아쉬움이 더하다.

어떤 섬은 이미 사람들의 왕래가 끊기면서 여객선조차 다니지 않는 곳도 많이 있다. 하지만, 물길이 험하고 멀수록 인정이 넘치는 섬사람들과 만났다. 곧 무인도로 남을 수많은 섬을 더 늦기 전에 섬과 섬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기록으로 남기는 것, 그것은 내게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오늘도 그 숙명을 기꺼이 받아 안으며 대부분 탐사선 등대호를 타고 가지만 때로는 여객선을 타고 섬에 들어간다.

흑산도 옆에 있는 작은 섬 다물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듯한 섬

주변에는 전복과 고기 가두리양식작으로 온통 뒤덮여 있다.
▲ 흑산도행 여객선에서 바라다 보이는 섬 다물도 주변에는 전복과 고기 가두리양식작으로 온통 뒤덮여 있다.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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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물도는 목포에서 94km 떨어져 있는 섬이다. 쾌속선을 2시간 정도 타고 가는데, 지리적으로 흑산면 11개 섬 중에서 가장 먼저 여객선이 닿으니 흑산면 도서지역의 관문이라 할 수 있다. 흑산도 옆에 있는 작은 섬 다물도는 흑산도 북쪽으로 4㎞ 떨어진 곳에 있다. 면적이 1.62㎢에 불과하니 흑산도의 1/12 크기의 자그마한 섬이다. 장고 모양을 한 이 섬은 1650 년경 김씨가 처음으로 입도하여 유인도가 된 섬이다.

작은 섬답게 섬 전체가 하나의 부락을 이루며 살고 있다. 섬의 모양새는 중간부분이 장고처럼 잘록하여 동서로 깊숙한 만을 형성하고 있어서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파도가 거세기 짝이 없는 이곳이지만, 천연 포구로서의 지형을 갖추고 있어 사람들의 생활 터전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별달리 수입이 없는 주민들은 해초가 나는 시기에는 바쁘다
▲ 해초 말리는 주민 별달리 수입이 없는 주민들은 해초가 나는 시기에는 바쁘다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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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파도에 몽돌 구르는 소리로 인하여 잠을 설친다.
▲ 뒤짝지 몽돌 해수욕장 겨울에는 파도에 몽돌 구르는 소리로 인하여 잠을 설친다.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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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5월 13일 이곳을 처음 방문하여 하룻밤을 지낼 수 있었다. 그 뒤 여러 번 흑산도를 가면서 그냥 지나치다가 2012년 봄, 필자가 19년 만에 다시 찾은 다물도는 섬의 외양부터 정감을 불러일으켰다. 종선으로 갈아타고 섬 안쪽으로 뱃머리를 돌리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듯한 섬의 품 안으로 포근히 이끌려 들어가게 된다.

섬은 대개 그 형상이나 빛깔 등 형태에서 비롯되는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다물도의 경우는 다르다. 다물도를 둘러싼 바다에는 봄과 여름에 난해성 어족이 많이 모여들어 여러 종의 고기가 잡힌다. 천혜의 어장을 갖고 있는 이곳은 해산물이 풍부하다 하여 다물도라고 불리게 되었던 것이다.

포구에 다가갈수록 잘 지어진 집들과 크고 작은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어 한눈에도 부자섬 임을 짐작하게 한다. 실제로 다물도 주위는 어종이 풍부하여 고기가 잘 잡히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고기를 양식하는 가두리 양식장도 배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을 정도로 많았다. 이곳은 잡는 어업과 기르는 어업이 성행한 곳이다.

다물도는 물산(物産)에 있어 흑산군도 중 으뜸으로 치는 섬이었다. 이웃섬 흑산도의 명성에 눌려 일반적으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기실 흑산도가 본격 개발되기 이전인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다물도는 서남해에서 속칭 가장 잘나가던 섬이었다.

흑산항은 허허벌판이어서 겨울철 북풍에 밀려오는 파도를 막을 방파제가 없지만, 다물도는 겨울철 북풍을 막아주는 천혜의 요건을 갖추고 있어, 1960년대 다물도 항에는 수백 척의 조기잡이 배들과 안강망 중선 그리고 홍어 잡이 배들이 모여드는 중심을 이루었다 한다. 그 덕분에 목포에서 흑산도를 오가는 여객선들이 화물을 가장 많이 하역하는 경유지이기도 했다. 그만큼 다물도는 부자마을이었다.

1960~1970년대 대부분의 섬들은 농토가 적고 인구가 많은 관계로 보릿고개가 닥칠 때마다 기아에 허덕이며 살았지만, 다물도는 흑산면 11개 섬 중에서 가장 배고프지 않게 살아간 섬이었다. 당시에는 흑산도나 홍도가 다물도 덕분에 생계를 꾸릴 만큼 평범한 섬에 불과했다는 60대 한 섬주민의 회고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다물도는 부자마을... 홍어 잡이의 근거지

다물도는 홍어 잡이의 근거지였다. 무동력선(멍텅구리배) 수백 척이 만선을 이루며 내항에 홍어를 내려놓던 당시에는 흑산도 홍어라 불리지 않고 다물도 홍어로 불렸다. 이런 호황에 힘입어 주민들은 너나없이 목포에 집 한두 채씩을, 이웃 큰 섬엔 논밭을 사놓기도 했다. 그 뒤에 홍어 값의 폭락, 인건비, 홍어 어장이 점점 쇠퇴했고 어장이 풍요로웠던 다물도의 명성은 이제 옛이야기가 되고 만 것이다. 홍어 어장이 사라져가자 섬사람들은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한 자구책으로 가두리 양식업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또한 만만치 않았다.

초창기에는 호황을 누렸으나 국내 양식업의 난립과 함께 중국산 활어의 수입으로 큰 타격을 입어 위기를 맞게 되었던 것이다. 내항 바깥쪽으로 드넓게 펼쳐진 가두리 양식장은 섬의 주된 경제수단이기는 하나, 지금은 섬사람들의 주름살이자 애물단지가 되었다. 5년 전에는 정부의 가두리 양식장 축소정책에 따라 규모가 예전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한다.

호수 처럼 잔잔한 해변에 집들과 배들이 함께 있다.
▲ 선착장에서 바라다 보이는 다물도 마을 호수 처럼 잔잔한 해변에 집들과 배들이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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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짝지와 뒤짝지(파도에 씻기고 닳은 차돌로 이루어진 해변) 사이에 있는 마을은 절경 속에 있다. 이튿날 아침 일찍 눈이 떠져 새벽 산책길에 나서기로 했다. 원형의 호안을 이루고 있는 다물도 앞바다 선착장은 흐릿한 해무에 둘러진 신비로운 정경을 그리고 있고 싱그러운 바다내음이 더해져 더할 수 없이 평화롭고 안온해 보였다.

호안을 따라 주요 기관들이 자리 잡고 있다. 교회 아래 짧은 방파제가 있는 곳에서 호안의 왼편으로 보건지소와 정자쉼터가 있다. 에둘러진 호안을 따라 좀 더 돌면 경로당과 다물도리 사무소가 나란히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계류장 안의 바다는 갯벌로 보이기보다는 바닷물이 가득한 호수처럼 보인다.

마을 중간에 나 있는 골목길로 곧장 가면 바로 해안이 나타난다. 마을 뒤쪽은 해변이다. 장고모양의 이 섬은 장고의 잘록한 가운데 부분에 해당하는 곳에 포구와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만이 깊숙한 편이고 잔자갈이 널려 있는 호젓한 해변이다. 이곳에서는 주로 뒤짝지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마을의 앞뒤로 연해 있는 천혜의 포구다. 그 옛날에는 앞짝지와 뒤짝지가 바닷물로 통해 있었다는데, 지금은 그 사이에 마을이 자리 잡았으니 앞으로도 바다가 트여 있고 뒤로도 바다가 연해 있는 절경 속의 마을이라 할 수 있다.

앞짝지는 동남향이라 겨울철의 북풍이 닿지 않아 온난하고 여름철의 태풍은 바로 바라다 보이는 대둔도가 막아주므로, 배들이 어머니 품속처럼 마음 놓고 드나드는 천혜의 항이다. 크고 작은 고깃배들이 이 포구에 가득한 이유일 것이다. 

자연이 조각한 섬... 가는 곳마다 입이 벌어지고 눈을 뗄 수 없어

뒷짝지 몽돌 해수욕장 전경
 뒷짝지 몽돌 해수욕장 전경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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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물도 해변의 기암괴석은 조각가의 작품처럼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자연의 조각품을 보기 위해서는 해상관광을 택하는 것이 좋다.

필자는 2012년 4명의 일행과 함께 탐사선 등대호를 타고 와 흑산도에서 일박한 후에 다물도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물도 주변의 동굴과 기암괴석의 황홀함에 정신을 빼앗긴 적이 있었다. 풍년학바위, 김삿갓바위, 촛대바위, 공룡바위, 칠성동굴, 쌍용동굴, 사성동굴, 석주대문, 제2금강산….

가는 곳마다 입이 벌어지고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나같이 남성적이고 우람한 바위들. 그 중에서도 촛대바위는 밑둥만 남은 촛불의 모습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푸른 바다 위로 우뚝 솟은 이 바위는 높이가 50m 정도인데, 아래쪽으로 큰 동굴이 뚫려 있다. 신라의 장보고가 당나라와 교역을 할 무렵에는 이 바위가 등대 역활을 했다고 한다.

동굴도 들러볼 만하다. 칠성동굴은 높이 20m, 깊이 100m의 해식동굴로 내부에 7개의 가지굴이 있다. 윗간여 옆으로 서 있는 칼바위와 돛단여가 우뚝 서 자태를 뽐낸다. 돛단여는 아치 모양으로 뚫린 구멍과 어울려 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제 다물도는 이웃 흑산도나 홍도처럼 관광의 섬으로 거듭나도 좋으련만 하는 염원을 담아본다.

아름다운 암석해안의 볼거리와 함께 인근 해역에는 우럭, 장어, 농어, 숭어 등이 많이 잡혀 낚시하기가 좋은 곳이다. 낚시꾼들과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도록 관광 인프라를 개발하는 것이 좋을 성싶다.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중죽도는 사연이 많은 섬이다.
▲ 다물도와 대둔도 사이에 있는 중죽도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중죽도는 사연이 많은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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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물도 지리
다물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으로 동경 125°26′, 북위 34°44′에 위치하며 면적 1.62㎢, 해안선 길이 13.5㎞, 산높이 99.7m이다. 연 평균기온은 14.1℃ 강수량 1,172㎜, 인구는 142가구 325명으로 하나의 부락을 이루며 살고 있다. 목포 서쪽 98㎞, 흑산도 북쪽 4㎞ 지점에 있다. 홍도와 흑산도, 대둔도, 영산도, 장도 등과 함께 흑산군도를 이룬다.

다물도 관광
마을 뒤 뒤짝지 해변의 몽돌해수욕장에서 여름철 수영을 즐길 수 있다. 풍년학바위, 김삿갓바위, 촛대바위, 공룡바위, 칠성동굴, 쌍용동굴, 사성동굴, 석주대문, 제2금강산 등 섬 둘레의 기암괴석을 배를 타고 둘러볼 수 있는데, 특히 칠성동굴 및 주변의 칼바위와 돛단여 등이 아름답다.

다물도 가는 길
뉴남해퀸호 / 목포 → 다물도 1일 2회(07:50, 13:20) / 소요시간: 1시간 50분

덧붙이는 글 | 필자는 21년 동안 한반도의 유인도 446개 직접 배를 타고 두 번 순회하였다.

오늘자 <전남일보>에 '이재언의 섬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처음 나갔으며 앞으로 격주간 나올 것입니다. <오마이뉴스>에는 매 주간 금요일 한국의 섬 이란 제목으로 섬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태그:#다물도 , #홍어 , #태풍, #피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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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이 기자의 최신기사책 '북한의 섬'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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