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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참의원 선거 최종 결과를 보도하는 NHK 홈페이지
일본 참의원 선거 최종 결과를 보도하는 NHK 홈페이지 ⓒ NHK

일본의 연립여당인 자민당·공명당 연합이 21일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과반을 확보해 '1강 시대'를 열었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전체 242석의 절반인 121석을 새롭게 뽑는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65석을 획득했고, 공명당은 11석을 얻어 합계 75석을 기록했다. 자민당·공명당 연합은 이번 선거 대상이 아닌 기존의 121개 비개선(非改選) 의석까지 합하면 총 135석을 확보하게 된다.

자민당·공명당 연합은 과반을 무난히 돌파하며 참의원의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개헌 발의 요건인 참의원 3분의 2 이상은 넘기지 못했고, 자민당의 단독 과반도 무산됐다.

비록 자민당에 정권을 내줬으나 참의원에서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창당 이후 최소인 17석을 얻는 데 그치며 비개선 의석 42석을 포함해 59석으로 대폭 줄어들면서 더욱 입지가 좁아졌다.

지난해 중의원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일본 유신회는 하시모토 도루 공동대표의 일본군 위안부 망언으로 8석에 그치면서 선거 성패의 기준으로 거론되던 10석 이상을 달성하지 못했다. 반면 12년 만에 지역구 의석을 따낸 일본 공산당은 이번에 얻은 8석과 비개선 의석 포함 11석을 확보했고, 다함께당 역시 8석을 얻어 비개선 의석 포함 20석을 돌파해 중견 정당의 입지를 굳혔다.

이로써 자민당은 참의원과 중의원 모두 다수당에 오르면서 확고한 '여대야소' 구도를 이루게 됐다. 높은 지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2007년 실각의 계기가 되었던 참의원 선거 참패를 설욕했고, 더욱 강력한 정책 추진력과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투표율은 기대보다 낮았다. 각 지역이 발표한 결과를 집계한 결과 이번 참의원 선거 투표율은 52.61%를 기록하며 2007년 58.64%, 2010년 57.92%보다 떨어졌다. 비록 1995년의 역대 최저 투표율 44.52%는 넘겼지만 전후(戰後) 3번째로 낮은 투표율에 그쳤다.

6년 전 참패 설욕... 장기 집권 발판 마련한 아베 내각

이번 선거는 지난해 12월 자민당 정권 출범 후 첫 전국 선거로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한 '중간 평가'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일본 의회에서 참의원은 중의원에서 결정하고 통과시킨 법안을 거부할 수 있는 통과 의례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권한이 크지 않다.

그러나 4년 임기와 상관없이 총리의 뜻에 따라 수시로 해산될 수 있어 사실상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중의원과 달리 참의원은 6년의 임기를 보장받으며, 3년마다 전체 242석의 절반인 121석을 교체하는 선거를 치른다.

이처럼 3년마다 절반씩 '물갈이'를 하기 때문에 정권에 대한 심판 역할을 한다.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할 경우 더욱 막강한 힘을 얻게 되지만, 만약 패할 경우 급격한 지지율 하락과 중의원 해산으로 이어진다. 2006년 출범했던 '아베 1기 내각'도 이듬해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하며 1년 만에 사라지고 말았다.

 참의원 선거 출구조사 발표 후 승리 소감을 밝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NHK 방송 인터뷰 화면
참의원 선거 출구조사 발표 후 승리 소감을 밝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NHK 방송 인터뷰 화면 ⓒ NHK

참의원 선거에서 아픈 추억이 있는 아베 2기 내각은 출범 초기부터 이번 선거를 목표로 과감한 정책을 펼쳤다. 일본의 가장 큰 고민인 장기 불황을 해결하기 위해 쉴새 없이 화폐를 찍어내는 '아베노믹스'를 추진했고, 주변국과의 갈등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역사 인식, 영토 문제 등과 관련한 망언을 쏟아내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일본의 경상수지는 흑자로 돌아섰고 증시는 1만5000선을 돌파하며 '아베노믹스'는 수많은 논란을 뒤로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또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던 하시모토 공동대표의 위안부 망언으로 일본유신회의 인기가 한풀 꺾였고, 민주당은 사실상 들러리로 전락한 것도 아베 내각의 압승을 도왔다.

<아사히>, <마이니치> 등 일본 언론의 출구 조사에 따르면 자민당은 기존의 지지 세력인 노년층은 물론이고 20대 40% 이상, 30대 35% 이상으로 젊은 층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만큼 아베노믹스의 경기 회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다.

위안부 관련 망언으로 위기를 맞으며 "참의원 선거 결과로 심판받겠다"던 하시모토 대표는 투표가 끝난 후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결국 승리하지 못했다"며 "다음 주 열리는 당 집행위원회에서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개헌 요건 162석은 못 넘겨... 우경화 가속화?

일본 언론은 "중의원을 잡고 있는 여당이 참의원에서는 야당인 이른바 '비틀림 국회'를 해소했다"며 "여당이 정책을 더욱 강하게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일본의 우경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한국, 중국 언론의 반응도 함께 소개했다.

자민당은 당선자 1명인 1인 선거구 대부분을 석권했다. 그만큼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아베 총리는 앞으로 커다란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현재 중의원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16년 12월까지 정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개헌안 발의 요건을 '중의원과 참의원 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규정한 헌법 96조를 '중의원과 참의원 각 2분의 1 이상 찬성'으로 완화하겠다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발판으로 군대 보유, 교전권 등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고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자민당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공명당이 부진하면서 자민·공명의 의석 합계는 참의원 3분의 2(162석)보다 한참 부족해 아베 내각 임기 내에서 개헌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더구나 연합 세력인 공명당도 개헌 추진에는 소극적이다. 결국 아베 총리는 야당에 손을 내밀었다.

아베 총리는 선거 결과가 발표된 후 기자회견에서 "안정된 정치 상황 속에서 개헌 추진을 놓고 깊은 논의를 하고 싶다"며 "일본 유신회도 우리와 같은 생각이며 다른 야당과도 협력할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또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지금 당장 참배 여부를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확답을 회피했고, 소비세 인상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라며 "디플레이션 탈출의 기회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지만 경제 지표를 살펴보고 최종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참패를 당하며 당 재건이 더욱 어려워진 민주당의 가이에다 반리 대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에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원전 반대' 외치는 영화배우, SNS 앞세워 당선

 일본 참의원에 당선된 영화배우 출신 정치인 야마모토 다로의 선거 운동 SNS 화면
일본 참의원에 당선된 영화배우 출신 정치인 야마모토 다로의 선거 운동 SNS 화면 ⓒ 야마모토 다로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아베 내각과 반대의 공약을 내건 38세의 영화배우 야마모토 다로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어 주목을 받았다. 장동건과 함께 한국 영화 <마이웨이>에도 출연했던 야마모토는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반대 운동가로 변신해 정계에도 뛰어들었다.

후쿠시마에서 첫 유세를 펼치며 원전 재가동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아베 총리와 달리 원전 반대, 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 등을 공약으로 내건 야마모토는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과 달리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한 연설 동영상과 자원봉사자 모집 등 기존 방식과 다른 선거 운동으로 격전지인 도쿄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2008년에는 방송에서 "독도는 한국에 주는 것이 좋겠다"는 발언을 했다가 엄청난 비난에 시달리자 며칠 뒤 "한국에 비해 일본은 독도를 지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다는 뜻"이었다고 공식 사과했다. 야마모토는 당선이 확정되자 "식품의 방사능 안전 기준부터 바꾸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프로레슬러 출신 안토니오 이노키도 일흔의 나이에 다시 국회 진입에 성공했다. 이노키는 1989년 스포츠평화당을 만들어 그 해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며 정치를 시작했다. 이노키는 다음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일본 유신회의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18년 만에 의원직을 되찾았다.


#일본 참의원#아베 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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