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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철 보양식, 옻닭 삼계탕입니다.
여름철 보양식, 옻닭 삼계탕입니다. ⓒ 임현철

오늘(23일)은 복날 중에서도 '중복'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더위를 이기기 위해선 몸보신이 필요하다고 여겼습니다. 생활의 지혜입니다. 복날 음식으로 손꼽히는 건 삼계탕, 보신탕, 낙지탕 등 다양합니다. 여러분은 복날에 뭘 드실 거죠?

"옻닭 좋아하시는가?"
"좋지요…."

"2시쯤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늦지 않나?"
"괜찮아요. 알았어요."

22일, 지인이 '옻닭 삼계탕'을 먹자고 제안했습니다. 중복 하루 전날, 옻닭 삼계탕을 먹어도 좋겠더라고요. 두말 않고 '콜' 했습니다. 그렇잖아도 고기도 먹지 않는 아내가 지난 초복에 "삼계탕 못해줘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삼계탕 못해주는 게 미안할 일은 아닌데…. 그냥 중복에는 스스로 찾아 먹기로 했는데 기회가 하루 전날 온 것입니다.

처음에는 여수 봉산동에 있는 옻닭 삼계탕 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음식점이 중간에 바뀌었습니다. 이왕이면 드라이브 겸, 한결 여유로운 도심 외곽으로 빠지기로 한 겁니다. 또 여수 봉산동의 유명 옻닭 집과 이곳은 가족 관계로, 맛에 별 차이 없으니 어딜 선택해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찾은 곳이 여수시 돌산읍 평사리 모장마을 '참옻닭정'입니다. '참옻닭정'은 참옻과 닭, 그리고 정자를 합성한 이름입니다. 이곳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본래는 간판 없이 출발했습니다. 그러던 게 간판이 생겼더라고요. 간판도 도로에 드러나 있지 않고, 담벼락 나무 사이에 숨겨져 있습니다. 간판 찾기가 '숨은 그림 찾기'입니다. 여수의 숨은 맛집이지요.

힘이 달리는 여름, 보양식 옻닭 삼계탕 먹으러 가는 길

 옻닭 삼계탕 집 앞의 해안 풍경입니다.
옻닭 삼계탕 집 앞의 해안 풍경입니다. ⓒ 임현철

 옻을 다려 낸 옻차입니다. 물통에 든 노란색이 반갑습니다.
옻을 다려 낸 옻차입니다. 물통에 든 노란색이 반갑습니다. ⓒ 임현철

 예쁘게 지은 가정집이 옻닭 삼계탕 집입니다.
예쁘게 지은 가정집이 옻닭 삼계탕 집입니다. ⓒ 임현철

여수에서 돌산대교와 무술목을 지나 평사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평사 해안드라이브 길은 해넘이가 몹시 아름다운 곳입니다. 푸른 바다와 점점이 섬, 예쁜 구름이 어우러져 운치를 자아내는 풍경입니다. 음식점을 찾아 가다가 이상해 한 마디 했습니다.

"어~, 교수님. 음식점 지나지 않았나요?"
"그랬나? 나도 헷갈려."

차를 돌리려는데, 아직 지나치지 않았더군요. 토박이인데도 간혹 헤맵니다. 예전엔 일반 가정집이었는데, 예쁘게 지은 후로 더 헤맵니다. 저녁노을이 유명한 곳이라 동네에 예쁜 별장과 숙박업소가 많이 생겼습니다. 음식점은 모장 수퍼와 돌로 세운 모장마을 이정표 못 미처 자리하고 있습니다.

늦은 점심인데도 손님들이 있더군요. 자리에 앉아 기다리던 중 색깔 있는 물이 나왔습니다. 이곳 별미인 옻차입니다. 무더운 여름날 특히 몸에 좋다는 참옻을 다려 우린 차입니다. 은은하고 묘한 맛입니다. 물 대신 옻차를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보통,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옻은 알레르기 있는 분은 피해야 합니다. 이거 심하면 장난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곳은 옻이 타지 않게 요리한다더군요. 이게 기술이랍니다.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엄나무 넣은 '엄닭 삼계탕'을 권합니다. 요즘엔 엄나무 삼계탕도 많이 찾더군요.

뜨거운 걸 먹으면서 "어~ 시원타!"... 역설의 해학

 옻닭 삼계탕 한상 차림입니다.
옻닭 삼계탕 한상 차림입니다. ⓒ 임현철

 옻닭 삼계탕이라 찰쌉 색깔까지 더 노르스름합니다.
옻닭 삼계탕이라 찰쌉 색깔까지 더 노르스름합니다. ⓒ 임현철

 옻닭 삼계탕이라 색깔이 더 노르스름합니다.
옻닭 삼계탕이라 색깔이 더 노르스름합니다. ⓒ 임현철

밑반찬으로 마늘장아찌, 고추, 양파, 돌산갓김치, 배추김치, 소금, 된장, 무 물김치, 무장아찌 등이 나왔습니다. 사실, 삼계탕은 고추와 양파만 있어도 좋습니다. 하여간 나오는 거니 먹어야지요. 게다가 돌산의 특산물 돌산갓김치까지 나오니 금상첨화입니다. 또 돌산 식으로 투박하게 담은 물김치가 맛있습니다.

주 메뉴가 나왔습니다. 옻 삼계탕을 먹기 전 준비자세가 필요합니다. 따끈따끈한 옻닭 삼계탕 뚝배기 그릇에 얼굴을 바짝 대고, 옻 향기를 맡습니다. 스멀스멀 밀려나오는 옻 향과 닭 내음이 코를 간질입니다. 이는 양식을 먹을 때 주 메뉴에 앞서 먹는 스프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속을 준비시켜야 뱃속 놀람이 줄어드는 이치랄까요.

"어~, 시원타~~~."

지인이 옻을 넣어 끓여 노르스름한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한 숟갈 떠 한 입 마시고서 말했습니다. 뜨거운 걸 먹으면서 '시원하다'고 하는 건 우리네 역설입니다. 맛의 역설을 알아야 삶의 깊이가 있는 것이랄까. 이건 복날의 역설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하나 생각나는 말이 있습니다.

어른들이 목욕탕의 뜨거운 온탕 속에 몸을 담근 디 때를 불리며 내뱉는 한 마디, "어~ 시원타~~"와 같은 이치지요. 우리 선조들은 이열치열의 운치를 어느 민족보다 즐겼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우리선조들에게 역설은 곧 '해학'인 셈입니다.

토실토실한 닭 한 마리를 후다닥 해치우니, 힘이 불끈 솟는 것 같습니다. 물론 기분입니다만 이건 고기 먹은 후의 포만감일 뿐이지요. 고기는 천천히 잘근잘근 꼭꼭 씹어 먹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야채는 천천히 씹어 잘 넘기는데….

어쨌든 자기 몸에 맞는 보양식을 먹는 것도 현명한 여름나기의 한 방법입니다.

 보양식 삼계탕, 여름나기의 한 방법입니다.
보양식 삼계탕, 여름나기의 한 방법입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 올릴 예정입니다.



#옻닭#삼계탕#여름 보양식#여수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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