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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한국군 병사 너머로 북한군 병사의 모습이 보인다.
▲ 판문점 지난 1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한국군 병사 너머로 북한군 병사의 모습이 보인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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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은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이 되는 날이다. 정전협정은 한반도에서 적대행위를 일시적으로 멈추고 항구적인 평화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 상태가 60년이나 지속되고 있다.

정전협정에 따라 남북한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DMZ)가 설치됐다.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휴전선으로부터 남북이 각각 2km씩 후퇴해 폭 4km, 길이 248km의 완충지대를 만든 것이다.

쌍방의 협정 준수 여부를 감시하기 위한 중립국감독위원회(NNSC) 또한 정전협정의 산물이다. 당초 중립국감독위는 유엔측이 추천한 스웨덴·스위스, 그리고 공산 진영의 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 등 4개국으로 구성되었지만, 북한이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 대표단을 추방한 데 이어 1995년에는 폴란드 대표단까지 쫓아내 현재는 스웨덴과 스위스 대표단이 실질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초기에 각 국별로 100여 명씩에 달했던 인원도 줄어들어 현재는 스웨덴 5명, 스위스 5명, 그리고 폴란드(비상주) 2명 등 총 12명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전협정문에 명시된 중립국감독위원회의 임무는 정전협정에 규정된 감독·감시·시찰 및 조사의 임무 집행과 이를 통한 조사 결과를 군사정전위원회에 보고하는 것이다. 연평도 포격도발 등 정전협정 위반 사건을 조사하고, 한미 연합훈련의 정전체제 위협 여부를 감시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군사분계선 코앞에 자리 잡은 스웨덴과 스위스 대표단의 캠프 건물 벽에는 임시(Temporary)를 의미하는 'T'자가 그려져 있다. 하지만, 한시적으로 끝날 것 같았던 이들의 임무는 60년째 이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전협정, 남북 모두에게 도움"

지난 8일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을 맞아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령부에서 국방부 출입기자단과 만난 중립국감독위원회 스웨덴 수석대표 앤더스 그랜스타드(55) 해군 소장은 "언젠가는 한반도가 통일될 것을 확신하며 아마도 그때 나는 관광객으로 이 땅에 다시 올지 모르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중립국감독위원회 스웨덴 수석대표인 앤더스 그랜스타드 해군 소장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전체제일지라도 남북 모두에 도움이 됐다”고 정전협정을 평가했다.
▲ 중립국감독위 스웨덴 그랜스타드 수석대표 중립국감독위원회 스웨덴 수석대표인 앤더스 그랜스타드 해군 소장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전체제일지라도 남북 모두에 도움이 됐다”고 정전협정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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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살에 해군 참모총장을 역임한 그랜스타드 소장은 27개월째 한국에서 스웨덴 수석대표를 맡고 있으며, 오는 10월 스웨덴으로 돌아가 합참의장 안보전략 보좌관에 취임할 예정이다.

그는 "정전협정을 무효화시키려는 북한의 협박에도 협정은 여전히 유효하며, 이 협정을 기초로 해야만 남북이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며 "그러나 남북의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곧 다른, 더 안정적인 협정이 빨리 체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랜스타드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올해로 정전협정을 맺은 지 60주년이 됐다. 정전협정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정전협정은 남북한 모두에게 도움이 돼 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전협정일지라도 한반도 안정과 평화라는 측면에서 남북한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올 봄에도 북한은 정전협정 파기를 주장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협정의 95% 이상이 잘 지켜지고 있다. 이 협정을 기초로 해야만 남북이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또 다른 60년을 기다리지 않는다면 더 좋겠다. 만약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남북한 군대를 축소시킬 수 있을 것 아닌가. 이런 군대를 운영하려면 경제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 북한 측이 지속적으로 정전협정을 무효화하려는 의도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더 이상 자국에 유리한 협정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협정체결 당시에는 소련이 있었고, 폴란드와 체코 역시 한반도에서 중립국감독위 소속으로 활동했다(지금은 폴란드만 바르샤바에서 활동). 중국 역시 경제화 때문에 바쁜 와중에 한미 동맹은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데, 북은 자국이 고립될 수 있는 이런 상황에서 정전협정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 중립국감독위원회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의견도 있다.

"1995년 이후로는 북한과 중립국감독위원회 사이의 대화가 단절됐다. 특히 체코슬로바키아와 폴란드가 북한으로부터 퇴출 당한 뒤 입지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우리는 전 세계에 남한과 미국은 방어적이고 (전쟁)억제를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북한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또 이것이 북한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남북이 원하면 평화협정... 중립국감독위 빨리 없어져야"

- 앞으로도 정전협정은 유지될 것으로 보는가. 또 향후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정전협정은 남북 신뢰와 대화의 토대가 된다. 이것을 기초로 개성공단도 금강산도 논의할 수 있다. 정전협정을 대신할 더 나은 협정이 나오기 전에는 유지 될 것이다. 남북관계는 한국전쟁 이후로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한국은 지금까지 북한을 변화시키려고 숱한 대화를 비롯한 햇볕정책을 폈고, 심지어 이전 (이명박) 정부는 강경노선도 취해 봤다. 어떤 것도 소용없었다. 지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있다. 북한이 위협을 통해서는 그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한반도는 긴장과 완화가 반복 되고 있고 60년 동안 한국에 주둔했던 중립국 감독위원회도 북한의 의도를 아직도 분석하기 힘들다. 다만, 북이 먼저 태도를 바꾸어야 관계가 좋아질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본다."

- 한국에 주둔하면서 느낀 남북관계 긴장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연평도와 천안함 사건을 보면서 아직도 한반도 긴장상태는 상당히 높다고 본다. 특히 서구에서는 북의 위협, 협박을 한국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북한은 1995년 이후로 중립국 감독위원회와 어떠한 대화도 일절 하지 않고 있지만, 우린 항상 북쪽을 향한 문을 열어두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는 언제나 환영이다."

- 일각에서는 통일을 위해서는 점차적으로 미국의 역할을 축소하고 중립국감독위원회의 역할을 증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미동맹은 63년간 지속되어왔고 한국에 이로운 동맹관계였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자진해서 떠나지 않는 한, 또 한국에게 동맹 관계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지지 않는 한 한미동맹은 계속 이어지는 게 맞다. 통일을 위한 남북관계발전은 북의 태도변화가 더 중요하지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과는 관계가 없다고 본다."

- 중립국감독위원회의 향후 역할은.

"남북한이 원하면 평화협정이 맺어질 수 있다. 그러면 중립국감독위원회는 없어질 것이다. 사실 빨리 없어질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날까지는 공정하게 활동할 것이다. 우리는 한국전에서 (북한과) 싸운 당사자가 아니다. 스웨덴은 (한국전쟁 당시) 야전병원을 운영했고 스위스는 돈과 물자를 지원했다. 중립국감독위원회가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한국이나 미국이 잘못을 해도 이것을 (유엔에) 보고한다."


태그:#정전협정, #중립국감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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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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