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의 쌉싸름한 맛이 어우러져 집나간 입맛을 불러 오기에 충분하더군요. 고사리 나물, 무채지, 애호박 몪음 나물, 콩나물, 참기름과 고추장이 조화로운 입맛 돋구는 점심 이었답니다. 자라뫼 마을에서 맛, 영양, 건강까지 챙겨 넣은 민들레 비빔밥으로 점심 한 끼 기분 좋게 먹었습니다"(네이버 블로그 '이재현의 행복한 푸른희망농장').
유기농 민들레 밥상에 대한 한 블로거의 평가다. 포털 사이트 블로그 등에선 민들레 비빔밥과 함께 민들레 김치·물김치·장아찌 등을 직접 맛본 이들의 칭찬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전남 장성군 북이면 오월리 자라뫼 마을(오현마을) 주민들이 만든 사회적기업 장성 자라뫼영농조합법인(대표 김정근·이하 자라뫼영농조합)의 유기농 민들레 밥상이 그 것이다. 예비사회적기업 2년차인 자라뫼영농조합은 '버릴 것이 없는 민들레'로 만들 수 있는 모든 먹거리와 마실거리를 상품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촌체험과 연계한 '유기농 민들레' 밥상과 차 상품화 '호평'
'유기농 민들레'를 직접 재배·채취·가공·판매하고 있는 자라뫼영농조합의 다양한 먹거리 상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마을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승희 자라뫼영농조합 사무장은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민들레 김치, 장아찌와 비빔밥으로 구성된 민들레 밥상으로 식사를 한 소감을 블로그와 카페 등에 올리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 같다"며 "여행 파워 블로거들이 단체로 마을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이럴 때 우리 민들레 상품에 대한 반응을 실감한다"고 즐거워했다.
인근 산이 자라를 닮아 예부터 자라뫼 마을로 불렸던 마을은 농림부와 장성군이 지정한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유기농 재배 단지와 생태 둠벙, 체험관, 주변 여행지 등을 활용해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지난 2005년부터 마을 주민들은 자운영 축제 등 계절에 맞는 테마형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체험 방문객이 급격히 줄었다. 2011년부터 초·중·고교생의 체험학습이 의무 사항에서 학교장 재량 사항으로 바뀌고, 지역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는 대형 박람회로 체험객이 몰리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농촌체험 시장 위축에 대응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김승희 사무장의 눈에 들어 온 것이 민들레였다. 김정근(72) 자라뫼영농조합 대표의 설명이다.
"우리 마을은 농촌체험향토마을로 지정 받는 등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마을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7년∼8년 전에는 농촌체험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이 많았지만 근래에는 많이 줄어서 적자를 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사무장이 마을에 많은 야생 민들레 차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말해 상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김정근 대표와 김승희 사무장은 2008년부터 우리 토종 하얀민들레 등 몇개의 종의 민들레를 유기농으로 시범재배하기 시작했다. 민들레 상품에 대한 수요 증가 가능성에 확신을 갖게 된 2011년 민들레 작목반과 자라뫼영농조합을 결성·등록한 후 본격적인 민들레 상품 개발과 판매에 나섰다.
민들레 차 티백, 매출 '껑충' 고무적...'오매조은' 브랜드 개발
자라뫼영농조합은 토종 민들레 연구개발 기관 견학 등을 통해 유기농 재배 기술을 익히며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할 수 있는 민들레 상품을 내놓으며 상품 다양화를 꾀했다. 민들레 재배와 채취를 하는데 일손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다 지난해부터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아 인건비를 지원받으면서 재배 면적을 늘려 나갔다. 현재는 1만 3200여㎡(4000여 평)에 유기농 민들레를 재배하고 있다.
자라뫼영농조합은 민들레 차 티백·잎차·환·농축액, 김치·물김치(냉국)·전·장아찌·비빔밥(밥상) 등을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해 판매하고 있다. '오매조은('아주 좋다'는 의미의 사투리)'이라는 브랜드도 개발했다.
김정근 대표와 김승희 사무장의 전략적 판단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민들레 밥상 등에 대한 체험 참가자들의 좋은 반응은 자라뫼영농조합의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 특히 체험 프로그램과 민들레 매출 규모가 역전돼 민들레 상품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조금씩 민들레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이후 총 매출은 2011년 4800여만 원, 2012년 7000여만 원, 2013년은 6월 말 현재 4000여만 원으로 부쩍 매출이 늘었다. 지난해 총 매출 대비 비율이 '체험 70% : 민들레 30%' 였다. 올 6월말 현재 '민들레 70% : 체험 30%'로 역전됐다. 민들레 상품은 전년 대비 150% 성장했다고 한다.
민들레 차 티백과 밥상 판매 규모가 두드러지게 늘어난 탓이다. 이중 민들레 차 티백의 인기가 높다. 전체 민들레 상품 매출 대비 80%를 점유하고 있다.
자라뫼영농조합의 시장경쟁력은 지난 6월 말 '사회적기업 활성화 전남네트워크'가 주관한 품평회를 통해서도 인정받았다. 품평회 전문 평가단 등의 평가를 거쳐 '브랜드 스톤(발전 가능성이 있는 원석이라는 의미)'에 선정된 것이다.
김승희 사무장은 "자라뫼 마을은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매년 매출이 늘어났지만 흑자 재정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면서 "지난해 말 개발한 차 티백은 재구매 비율이 50%∼60%에 달해 잠재수요 규모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고 품평회에서 전문가들로부터 시장경쟁력이 있다고 객관적으로 평가 받아서 기쁘고 새로운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공장 신축으로 홍보 본격화...매출 상승 기대
김정근 대표도 "건강을 중요시 하는 시대에 약재 등으로도 많이 쓰이는 민들레의 효능이 알려지고 있어 민들레 자체가 경쟁력"이라고 잘라 말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민들레는 한방에서도 약재로 쓰일 만큼 효능이 많은데다가 우리는 '선도 주자'에 속한다. 우리는 재배에서 판매까지 모든 공정 단계를 직접 관리하고 있고 '유기농 민들레' 인증을 받아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신뢰가 높다. 또 사회적기업으로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어서 가격경쟁력도 있다".민들레 상품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자라뫼영농조합은 장성군과 농림부의 지원을 받아 체험·가공·판매 공간으로 사용할 82㎡(25평) 규모의 공장을 최근 완공했다.
공장 완공은 자라뫼영농조합에게는 마케팅 범위와 판로 개척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공장 완공에 따라 준공검사 통과와 사용허가, 식품제조 허가 등 행정 절차를 거치면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자라뫼영농조합의 판매 범위는 농촌체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마을 내에서만 가능하다. 체험 참가자에만 현지 판매가 가능한 것이다. 농림부와 장성군의 '농촌체험향토마을'로 지정에 따라 별도의 공장과 허가 없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김승희 사무장은 "준공 검사와 사용 허가가 나면 농촌체험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전국 어디에서고 판매할 수 있다"며 "사회적기업에 지원해 주는 사업개발비 전체 지원금을 마케팅 및 홍보에 사용할 계획이고 서울 지하철과 광주 광천터미널 등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장성하면 '유기농 민들레 차'라는 말 나오게 할 것"
유기농 민들레 상품화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시장경쟁력을 평가받고 있지만 아직 살림은 넉넉하지 않다. 정부과 지자체의 인건비 지원을 받고 있지만 자생력 확보는 여전히 큰 숙제다.
김정근 대표는 "재배에서 완제품 생산과 판매까지 모두 조합이 관장하니 원료 안전성과 신선도 유지, 상품 관리측면에서 자신감이 있다"면서 "하지만 땅 임대, 재배, 채취와 가공 등 모든 공정을 관리하다보니 인건비 등 비용 발생 부분이 많아 아직까지는 재투자 여력은 물론 흑자 경영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염려했다.
자라뫼영농조합의 농촌체험 프로그램 운영과 민들레 상품 사업으로 자라뫼마을 고령 주민들의 일자리가 생겼다. 예비사회적기업 2년차인 자라뫼영농조합은 올들어 일자리를 더 늘려, 60세 이상 주민 6명과 차상위층 주민 1명 등 7명이 일하고 있다.
유기농 민들레 단지에서 만난 김금덕(70)씨는 올 3월부터 근로자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투잡을 하고 있다. 업무가 없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농사일을 하고 평일에는 민들레 농장 등에서 일한다. 김씨는 "평일에는 남편이 농사일을 한다"며 "나이 들어서 이렇게 월급 받으며 일하면서 농사일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체험관 주방과 상품 포장 일을 하고 있는 심순자(66)씨는 "집에서 노는 것 보다 소일거리로 일할 수 있어서 고맙고 감사하다"며 "사람들이 비빔밥 등을 먹고 맛있다고 하니 보람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을에 와 줬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김 대표는 "마을주민들이 영농조합 조합원이고 근로자로 참여하고 있다. 농촌의 고령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사회적기업을 하고 있는데 계속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고, '보성하면 녹차'라는 말이 있듯이 '장성하면 유기농 민들레 차'라는 말이 나오도록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라뫼영농조합은 미꾸라지 잡기·가양주만들기·민들레 차 덖기·민들레 장아찌 만들기·손수건 풀꽃물들이기 등 다양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에서 5분∼30분 거리에 백양사·축령산 휴양림·방자산 휴양림·장성호 수상 레져타운 등이 볼거리와 여행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