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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수원대학교 연극영화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이며 학과 부학생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2013년도에 임기가 시작되면서 각오를 다졌습니다. 학과의 부실한 교육환경과 노후한 강의실 및 연습실 문제, 그리고 학생들의 불만족 등을 토대로 요구사항이 생길 때마다 학교 측에 건의하기로 말입니다.

그 시작은 올해 초에 있었던 연극영화학부 연기전공 실기입시시험 진행요원에 대한 부당한 대우였습니다. 통상 실기시험은 약 6~7일 정도 이루어지는데, 학과 학생회 구성원들이 진행요원으로 투입됩니다.

대부분 학교의 연극영화과 연기전공실기가 이런 제도로 운영됩니다. 문제는 학교에서 주는 급여에 있었습니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시험이 진행되는데, 진행요원 개인이 받는 돈은 일당 2만 5천 원입니다. 정말 터무니없었습니다.

타 학교와 비교해보니, 최소 6만~ 8만 원까지 주는 학교도 있었습니다. 이에 학교 측에 불합리한 급여 문제를 건의했고, 학교 측은 1만 원 더 올려 3만 5천 원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학생들을 실기 입시시험의 진행요원으로 쓰면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지급하는 학교에 허탈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비롯해, 강의실 건물의 재건축 및 실습비 지급 등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학생지원처에 건의했습니다. 학교 측은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개강 이후, 3, 4월이 지나고 5월이 다 되도록 어느 한가지 해결된 것이 없었습니다.

정문 앞 시위, 통장에 바로 입금 된 2억여 원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열린 '수원대학교 등록금 환불 소송 기자회견'에서 수원대 등록금환불추진위원회(등환추) 채종국 학생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수원대 등환추는 "대학이 교육을 위해 지출돼야 하는 등록금을 사용하지 않고 쌓아둔 돈만 4천300억원으로 알려졌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열린 '수원대학교 등록금 환불 소송 기자회견'에서 수원대 등록금환불추진위원회(등환추) 채종국 학생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수원대 등환추는 "대학이 교육을 위해 지출돼야 하는 등록금을 사용하지 않고 쌓아둔 돈만 4천300억원으로 알려졌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결국, 저희는 5월 말 연극영화과 학생 100여 명을 주측으로 학교 정문 앞에서 이틀동안 시위를 벌였습니다. 저희가 요구한 안건은 두 가지 였습니다. 첫번째는 연극영화과 실기에 사용되는 실험실습비를 지급하라는 것. 두번째는 노후화한 연극영화과 건물을 리모델링 및 재건축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두 개의 건의사항 모두 매년 학교에서 약속했었으나, 결코 실천으로 보여주지 않던 것들입니다. 학교지원처 관계자는 학생 대표랑 이야기를 하겠다며 모인 학생들을 돌려보내려 했습니다. 같은 말만 되풀이 되는 상황에서 그 말을 믿지 못한 저희는 대학본부로 올라갔습니다.

올라가 보니, 그곳에는 학교 측 모든 교직원과 보직 교수(교수 신분이면서 학교 관련 직책을 부여받은 사람)들이 와 있었습니다. 대학본부 안으로 들어가려하자, 그분들은 철저하게 저희를 막아섰습니다. 언성을 높이는 분들도 허다했습니다.

보직교수들은 지금 당장 이 돈을 줄 수 없으니 돌아가서 기다리라고 타일렀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직접 돈을 지급하기 전까지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텼습니다. 그러자 학교 측 관계자는 공금 2억 150만 원이 든 통장을 보여주며 돈이 현재 있으니깐 담당 교수가 직접오면 돈을 주겠다고 하며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교수님을 모셔와서 재차 실험실습비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그동안 학과 교수님은 학교 측에 실습비 결재를 올렸지반 번번이 결재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날 오후 저희는 학과 계좌로 2억 150만 원을 송금 받았습니다. 지금 당장 돈을 줄 수 없다던 학교가 학생들의 강력한 시위와 요구가 계속되자, 바로 입금을 해 준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날까지 강의실 및 연습실 리모델링 약속을 지키라며 시위했고, 보직 교수들로부터 내일 바로 시공에 들어갈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그 다음날 업자들이 와서 학과 공사에 착수했습니다.

어떻게 그 자리에서 공금 2억 150만 원을 바로 송금할 수 있으며, 리모델링 시공이 그 다음날 바로 들어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날짜에 맞춰 정확하게 지출돼야 할 공금이 어떤 처리과정도 없이 지급되는 것에 납득이 안 갔습니다.

적립금 4천여억 원··· "우리에게 돌려 주십시오"

수원대의 회계과정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아본 결과, 학교는 엄청난 적립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등록금 적립금이 약 3000억 원 정도이고 이월된 미사용금액이 약 1000억 원 이었습니다(2012년 결산 기준 수원대의 적립금은 3244억 원입니다).

저는 교수협의회 홈페이지와 언론을 통해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학교 측에 적립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응하지 않았습니다.

쓰지도 않는 등록금을 적립금으로 쌓아둔 것에 너무도 화가 났습니다. 다시 돌려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등록금환불추진위원회(이하 등환추)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5월 시위가 있던 당시 약 9천여 명의 학우들이 등록금환불추진 결의에 동의하는 서명을 해 줬습니다.

그렇게 해서 상임공동대표인 저를 비롯해 5명의 공동대표 주측으로 지난 6월 등환추를 결성했습니다. 준비 끝에 지난 15일, 88명의 학우들을 원고인으로 해 서울지방법원에 등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추가적으로 2차·3차 소송을 계획 중입니다. 수원대 학생들의 지지가 이어지고 있고, 학교 교수협의회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반값등록금 혹은 70%~80% 등록금인하를 학교 측에 요구할 계획입니다.

지난 일련의 과정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의 변호사분들도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분명한 건 학교 측은 투명하지 않은 방법으로 공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학생들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 빨리 이런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제 저희는 첫 발을 내디뎠으며, 수원대 정상화를 위해 1만2천 명의 학우들도 가만이 있지 않을 것입니다. 함께 힘을 모아서 자신들의 학교를 만들어 갈 수 있을거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채종국 수원대 등록금환불추진위원회 상임대표 입니다.



#수원대 #등록금환불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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