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이 되는 날이다. 정전협정은 전투행위의 일시적 중지를 규정한 것으로, 평화협정이 체결되기까지 잠정적 효력만을 갖는다. 정전협정은 서문에서 협정 체결의 목적에 대해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쌍방에 막대한 고통과 유혈을 초래한 한국충돌을 정지시키기 위하여서 최후적인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한국에서의 적대행위와 일체 무장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는 정전을 확립(한다)"여기서 '쌍방'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그리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말한다.
한반도는 정전협정 체결 이래 60년 동안 '최후적인 평화적 해결'을 달성하지 못한 채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한 전쟁위기를 겪고 있는 열점지대로 남아있다. 특히 2013년 한반도는 2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한미합동군사훈련 '키리졸브'에 의해 야기된 핵전쟁 위기가 채 가시지 못하고 첨예한 대결국면에 휩싸였다.
사실상 핵대결을 펼친 상반기 전쟁위기2013년 상반기 전쟁위기는 북한의 인공위성 광명성 3호-2호기 발사에 대응하는 미국의 유엔안보리 제재에 의해 촉발되었다. 미국은 2013년 1월, 북한의 '평화적 우주이용 권리' 주장을 묵살하고 유엔을 통한 대북제제에 나서는 등 강경일변도로 나아갔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위협은 2013년 3월, B-52 전략 폭격기, 핵 잠수함 샤이엔 호 등 전략핵병기를 동원한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북한은 미국의 전략핵병기 전개에 대응하여 3월 26일 낮 최고사령부 성명을 통해 '1호 전투근무태세' 진입을 선언, 사실상 전시상태에 돌입하였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군 당국은 당시 북한이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을 전개하고 실제 기동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한반도 군사행동이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엄중한 국면이 형성된 것이다.
결국 미국은 북한과 핵전쟁을 결심하지 못하였다. 미국은 대북 무력시위계획인 '플레이북'을 잠정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통일뉴스>가 전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조지 리틀 미 국방부 대변인은 4월 2일, 플레이북 중단의 배경에 대해 한반도의 '온도'를 낮추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같은 보도에 의하면 헤이글 국방장관도 4월 3일, "복잡하고 불붙기 쉬운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키길 원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미국은 예정된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 3 시험발사도 연기했다.
<문화일보>에 의하면, 척 헤이글 국방부 장관은 4월 5일, 미니트맨 3 시험발사 연기 이유와 관련해 "한반도 긴장 고조와 북한의 오판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 밝혔다. 이와 같은 미국의 군사조치는 이례적인 것으로, 북한과의 핵대결에서 뒤로 물러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
미국은 결국 대북 대화를 제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마이뉴스>에 의하면, 존 케리 미국 국무부장관은 4월 12일 한국을 방문하여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한과) 대화를 하는 것"이라며 "6자회담이든 양자회담이든 북한과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대화를 나누길 원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에 의하면, 미국은 5월 19일로 예정된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방한계획을 전격 취소한 채 베를린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과 접촉을 가졌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자문역인 이지마 이사오 특명 내각 관방 참여가 5월 17일 3박4일간 북한을 전격 방문하였다. <미국의 소리>에 따르면, 이지마 참여는 지난 14일 평양에 도착한 뒤 방북 기간 동안 김영일 노동당 국제비서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잇따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최룡해 북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5월 22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갖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화 흐름을 근거로 핵전쟁위기가 해소되었다고 판단하기는 무리다. 미국은 4월 22일 니미츠 핵항공모함을 서태평양에 파견하고, 5월 6일 서해에서 핵추진 잠수함 브리머톤이 참가하는 대잠수함 훈련을 벌이는 등 군사적 대응을 지속했다.
또한 미국은 대화재개 조건으로 2012년 2·29 합의보다 추가된 조건까지 제시한 상태다. 대북적대정책을 완전히 철회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박근혜 정권은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6차 회담에서 개성공단 중단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북한에만 있다면서 회담을 결렬시켰다.
이러한 가운데 2013년 8월, 또 다시 한미합동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이 예고되어 있다. 북한은 일찌감치 이 훈련에 대해 경고하였다. 서울신문 보도에 의하면, 북한은 노동신문 7월 21일 보도에서 "오는 8월 미국은 또다시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을 벌여놓으려 하고 있다"며 "UFG(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가 진행되면 한반도 정세가 파국적인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반도가 여전히 전쟁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전쟁위기를 양산하는 정전체제한반도 전쟁위기는 정전협정 체결 이후 60년간 끊이지 않고 발생해왔다. 최근 20년간만 보아도 1994년, 1998년, 2003년 등 세 차례나 전면전 위기가 발생한 바 있다.
국지적인 무력충돌 또한 상시적 군사대치상태로 인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서해다. 서해는 1999년, 2002년, 그리고 2009년까지 세 차례에 걸친 교전이 발생했으며, 2011년에는 연평도 포격전까지 발생하여 분쟁수역임이 드러났다.
서해가 분쟁수역화된 원인도 정전협정 때문이다.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를 규정한 정전협정 제1조에 아래와 같이 해상의 군사분계선이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1조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1항 한 개의 군사분계선을 확정하고 쌍방이 이 선(線)으로부터 각기 2km씩 후퇴함으로써 적대(敵對) 군대 간에 한 개의 비무장지대를 설정한다. 한 개의 비무장지대를 설정하여 이를 완충지대로 함으로써 적대행위의 재발을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의 발생을 방지한다. 2항 군사분계선의 위치는 첨부한 지도에 표시한 바와 같다.
이와 같이 정전협정을 근거로 첨예한 군사적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 분단 구조를 흔히 '정전체제'라 한다. 대구대학교 법학부 교수 최철영은 "한국정전협정의 한계와 한반도 평화협정의 모색"에서 정전체제를 "한국전쟁을 통해 형성된 남북 간의 적대관계가 한국정전협정을 정점으로 하여 남과 북의 내부에서 법적, 정치적 제도를 통해 견고화된 적대성의 사회적 그리고 심리적 기대구조"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는 한반도가 이러한 적대적인 기대구조 때문에 "상호간의 불신과 무력위협, 그리고 군비경쟁으로 이어지며", 심지어 "주민의 정치적 자유와 인권을 제한하고 기득권층의 정치권력을 유지하는 기재로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전쟁위기는 정전체제에서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정전체제를 넘어서: 평화체제의 필요성과 정당성"에서, "남북이 전쟁을 잠깐 중단한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한시라도 전쟁은 재개되고 시작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정전체제"라 언급했다.
미국은 이른바 '북한의 비핵화'가 한반도 문제의 해법이라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북한의 비핵화'로 압축되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은 역사적으로 보아도 전쟁위기만 증폭시켰을 뿐 항구적인 평화 정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은 군사대결을 강요하는 정전체제에서 이익을 얻고 있다. 한반도 위기를 증폭시키는 것은 미국의 이익과 패권 유지에 부합한다. 북한을 고립시키고,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여 동북아 패권을 유지하는 수단이 바로 한반도 분단이다. 미국이 한반도 정세 긴장을 이용해 한국에 그들의 대량살상무기를 팔아넘기는 것은 부차적인 이익일 뿐이다.
평화협정 체결만이 해답북미간 적대관계를 청산하기 위한 정전체제의 종결은 오로지 북미간 직접해결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는 이미 아래와 같은 정전협정 제4조 제60항에도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제60항)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기 위하여 쌍방 군사사령관은 쌍방의 관계 각국 정부에 정전협정이 조인되고 효력을 발생한 후 삼(3)개월 내에 각기 대표를 파견하여 쌍방의 한 급 높은 정치회의를 소집하고 한국으로부터의 모든 외국군대의 철거 및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이에 건의한다.8월,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핵전쟁 발발단계로 접어들었던 한반도 3~4월 전쟁위기가 재현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을 유보 내지 재검토하는 등의 전향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절실하다. 미국은 1992년,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핵전쟁 훈련인 팀스피리트 훈련을 전격 중단한 바 있다.
'쌍방'의 "한 급 높은 정치회의"를 통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전쟁을 막고 통일로 항구적인 평화를 실현하는 유일한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