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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과 막말·반말, 욕설(?)과 퇴장. 25일 경찰청 기관보고가 진행된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의 한 단면이다. 시종일관 여야 간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 국정원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는 오후 8시, 회의가 속개되면서 극한에 치달았다.

위원들은 서로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상대 위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 발언을 하면 퇴장해 버리기 일쑤였다. 급기야 하루 뒤인 26일, 특위 소속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조사를 진행하던 중 박영선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막말을 들었다"며 박 의원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박 의원이 사과하지 않을 시 형사 고소와 국회 징계요구를 하겠다"고 강한 한 방을 날렸다.

이에 박영선 민주당 의원 측은 "회견 내용 자체가 왜곡되고 조작됐다, 이걸 브리핑했다는 것이 충격적"이라며 "국정원 기관조사가 예정돼 있는 날 기자회견을 한 것도 정략적"이라고 맞불을 놨다.

도대체 25일 밤 국조특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막말 사건'을 시간대별로 재구성 해보자.

[25일 밤 오후 8시] '경찰' 편들던 새누리당, '박영선' 향해 화살

25일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에서 권성동 의원 등 새누리당 소속 위원들이 신기남 특위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전원 퇴장하고 있다. 이 상황을 민주당 박범계 박영선 의원이 지켜보고 있다.
 25일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에서 권성동 의원 등 새누리당 소속 위원들이 신기남 특위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전원 퇴장하고 있다. 이 상황을 민주당 박범계 박영선 의원이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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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속개된 국조특위 회의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회의 당시, 경찰 분석관들이 국정원 불법 댓글 의혹 사건을 수사할 때 증거를 발견하고도 '댓글은 없다'는 결론에 맞추기 위해 논의하는 모습이 담긴 CCTV가 공개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찰도, 새누리당도 "검찰이 해당 CCTV 동영상을 기소결과에 맞춰 임의대로 편집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새누리당이 경찰 수호대를 자처한 것.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은 "검찰 기소 내용을 보니 굉장히 왜곡된 게 많다, 경찰 입장에서 굉장히 억울할 것 같다"며 "민주당에 의한 제 2의 정치공작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발끈했다. "(공개한) CCTV는 자동으로 찍힌 거지 자의적으로 찍은 게 아니며, 127시간 분량을 다 틀어줄 수 없으니 필요한 부분을 잘라서 틀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발언하는 내내 웅성거리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회해요"라며 자켓을 들고 회의장을 빠져나가 버렸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 경찰청 수사국장은 기소가 돼야 한다, 정의로운 정권이면 그렇게 됐을 것"이라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발언에 "이러니 막말 당이라고 하는 것이다, 혼자 수사하고 재판하라"고 받아치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는 끝내 정회로 이어졌다.

신기남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은 "(국정조사 현장에) 검사와 변호인이 있는 것 같다, 야당이 검사역할을 하고 여당이 변호사인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25일 밤 오후 9시] 박영선 향한 2차전, 3차전 이어져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소속인 새누리당 김재원, 김진태, 김태흠 의원이 25일 경찰청 기관보고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머리를 맞대고 얘기하고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소속인 새누리당 김재원, 김진태, 김태흠 의원이 25일 경찰청 기관보고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머리를 맞대고 얘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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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께 속개된 국조특위에서 또 다시 박영선 의원 이름이 오르내렸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사실을 자의적으로 단정해서 자기 마음대로 재단하는 위원들의 행태가 슬프다"고 말했다. 직전, 이성한 경찰청장을 대상으로 질의한 박영선 의원을 직접 겨냥한 말이다. 그러자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발끈했다.

직후, 김진태 의원이 얘기한 '막말'이 등장한다. 당시 회의록 원문을 그대로 옮겨보자.

박범계(민주당 이하 민) : "김진태 위원! 당신이 소속된 법사위의 위원장이야!"
김진태(새누리당 이하 새) : "공과 사를 구분하세요. 흥분하지 말고."
박범계(민) : "내가 모욕적이어서 못 듣겠어."
박영선(민) : "사람 취급하지 마."
박범계(민) : "어떻게 자기가 부리는 초임 검사를 모욕하고, 동료 의원 처벌하라고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김진태(새) : "내가 뭘 잘못했어."
박범계(민) : "우리 위원장이에요. 위원장!"
김진태(새) : "질의해야 하는데."(새누리당 의원들 하나 둘씩 나감)
박영선(민) : "아니 오죽하면 자기가 데리고 있던 검사를 공개석상에 나와서... 그런 사람이 인간이야, 인간? 나는 사람 취급 안 한 지 오래됐어요."
김진태(새) : "인간이야 인간?"
이장우(새) : "야, 막말 진짜 심하다."
박영선(민) : "신문에도 났잖아. 오죽하면 기사를 썼겠어 기자들이."
김진태(새) : "내가 그 소리 들으려고 앉아 있는 거 아니잖아요."

우여곡절 끝에 김진태 의원의 질의응답이 끝나고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3차전이 또 다시 일어났다. 동은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떴다.

김재원(새) :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얘기가 오갔다,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부끄럽다. 박범계·박영선 의원은 좀 심하다."
박영선(민) : "조용히 하세요."
김재원(새) : "조용히 하라뇨."
박영선(민) : "점잖은 척 하지 말고 시비 걸지 마세요. 그냥 하세요."
김재원(새) : "욕설 하는 건 진짜 박범계 의원 정말 실망했다."
박범계(민) : "언제 욕설을 해요."
김재원(새) : "어떻게 해요."
신기남(민, 위원장) : "의사진행 발언 하고 있으니 대꾸 마세요. 양측 다 자제하세요."
김재원(새) : "박영선 의원님. 사람 취급 하지 말라뇨. 어떻게 그런 말씀 해요."
박영선(민) : "행동 그렇게 하면 해야죠."
김재원(새) : "김진태가 뭘 어쨌습니까"
박영선(민) : "신문기사에 났습니다. 양의 탈을 쓰고 나와가지고 그러지 마세요."
김재원(새) : "어떻게 양의 탈을 쓰고 나왔다고 이야기 할 수 있냐. 내가 지금 의사 진행 발언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막말을 함부로 하시니 무슨 국조가 진행될 수 있냐. 박범계는 옆방에 있는 휴게실까지 와서 씨X 이라고 하고 갔다. 어디 삿대질 하고 씨X이라고 하고 가냐. 내가 언제 박범계한테 시비걸었냐."
박범계(민) : "내가 언제 그랬어."
신기남(민) : "박 의원 대꾸하지 마세요."
박영선(민) : "저게 의사 진행 발언입니까. 못됐다 진짜로. 일부러 저러는 거야."
김재원(새) : "못됐다니요. 일부러 그러다뇨. 서로 사과하는 절차 거치고."
박영선(민) : "절대, (사과) 할 게 뭐가 있습니까. 저 사람들이 재미를 붙였어요, 완전히."
김재원(새) : "(사과) 할 게 뭐가 있냐고요? 가만히 좀 있으세요. 사과 하고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진태 의원이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게 된 '막말'의 전모다.

김 의원은 이날 "박 의원은 나를 향해 '야 너 인간이야 인간, 사람으로 취급 안 해'라며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후) 박영선 의원은 김재원 의원을 향해 '양의 탈을 쓰고 못된 놈이야 저거'라고 말했다, 사람도 아니고 양의 탈을 썼다면 국정조사장이 동물의 왕국이냐"며 "국정조사가 저질 정치 공세장으로 변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박영선 의원 측은 "김진태 의원이 후배 검사에 대해 근거 없는 인신공격을 했고, (당시) <한겨레> 신문이 '사람이 살면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고 보도했다"며 "박 의원은 언론에 보도된 것을 인용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진태 의원은 박범계 민주당 의원을 향해서도 "새누리당 전원이 (박영선 의원의 발언에) 이에 항의해 국정조사를 중단한 후 자리를 떴는데, 박범계 의원이 여기까지 따라와서 심한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의원은 "박영선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마자 김진태 의원이 토를 달길래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했지 욕은 안 했다"며 "같은 검사 출신인데 너무 심하지 않냐고 '에이X'라고 했지 어떻게 씨X이라고 하냐,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공격에 민주당은 "박영선 의원이 국정조사를 주도하니, 새누리당 위원들이 박 의원을 자극하는 꼼수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것이 김진태 의원의 '막말 고소' 사건의 전말이다. 어느 쪽의 '과민반응'인지 판단은 독자의 몫일 것이다.


태그:#국정원 국조특위,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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