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킬로볼트(kV) 송전선로가 인근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한국전력 내부보고서가 공개됐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29일 "한전 송변건설처로부터 입수한 <가공 송전선로 전자계 노출량 조사연구> 보고서(아래 한전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765kV 송전선로에서 80m 이내에 거주할 경우 어린이 백혈병 발병률을 3.8배 높이는 3밀리가우스(mG)규모 전자파에 연중 상시 노출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한전이 송전선로 건설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2009년 대한전기학회에 연구용역을 의뢰, 2010년 보고받은 것이다.
당시 연구진은 송전선로의 지역별 점유율을 기준으로 전국 242개소를 선정, 154kV와 345kV, 765kV 송전선로를 대상으로 전자계 노출량을 측정해 연평균 노출량을 추정했다. 그 결과 765kV 송전선로는 80m 이내 전구역이, 345kV는 40m 이내, 154kV는 20m 이내가 항상 3mG 이상 전자파에 노출되는 '전자파 위험지대'였다.
실제 측정한 전자파량을 바탕으로 연평균값을 계산해본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연구진이 765kV 송전선로 38개소 전자파 노출량을 측정한 결과 80m 지점에서 측정된 전자파의 평균값은 3.6mG, 345kV 송전선로 83개소의 경우 40m 지점에서 평균 4.0mG, 154kV 송전선로 121개소는 20m 지점에서 평균 3.3mG였다.
이를 토대로 연평균 노출량을 추정해보면 765kV 송전선로에서 80m 이내에 거주하는 사람은 매일 3.7mG 전자파에 1년 내내 노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54kV 송전선로로부터 40m 이내에 거주할 경우는 하루 평균 3.8mG, 154kV 송전선로에서 20m 이내에 거주할 경우 2.9mG 전자파에 항상 노출되고 있었다.
3mG 이상 전자파에 상시 노출되면 건강 위협한다는데... 전자파 '3mG'는 여러 연구에서 '상시 노출될 경우 암 또는 백혈병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노벨상 심사기관인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는 1993년 발표한 <페이칭(Feychtion) 보고서>에서 3mG 전자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소아 백혈병 유발률이 3.8배 증가한다고 밝혔다.
당시 스웨덴 정부는 이 보고서를 계기로 주택 단지 주변 고압송전선을 대대적으로 철거했다. 2000년 <그린랜드(Greenland) 보고서>는 같은 경우 소아 백혈병 발생이 2배 이상 증가한다고 했다. 국제보건기구(WHO)도 지난 2007년 3~4mG 이상 전자파에 일상적으로 영향 받은 어린이의 경우 백혈병에 걸릴 위험이 2배 가량 높다는 환경보건기준을 세웠다.
그런데 한전이 밀양에 세우려고 하는 송전선로는 주민들 주거지나 농경지와 인접해 있다. 이계삼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자체 조사를 해보니 송전탑에서 80m 이내에 7가구, 80~100m 이내에는 10가구 이상이 살고 있었다"며 "또 송전탑으로부터 80m 이내 지역에는 농민들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농지가 상당수 포함된다"고 말했다.
장하나 의원은 "최근 4년간 송전탑이 약 460개 세워졌고, 2015년까지 새로 3621개를 건설하는 만큼 누구도 송전선로 전자파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며 "대기업의 저렴한 전기 요금을 위해 (밀양 송전탑을 건설함으로써) 시골 노인들을 전자파 위험으로 내모는 정책은 더 이상 지속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또 국제비전리방사선 보호위원회가 단기 노출 기준으로 권고한 833mG를 전자파 관리 기준으로 삼을 게 아니라 2mG로 한 스웨덴, 4mG인 네덜란드 등 선진국처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전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 "밀양지역에 건설 예정인 765kV 송전선로 80m 이내에는 1가구 밖에 없고 WHO 등 8개 국제기구와 54개국이 전자계(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12년 동안 합동연구한 결과 '전자계 노출로 암이 진전된다고 확증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이어 "현재까지 어디에도 국제노출 가이드라인(2000mG) 이하에서 건강에 영향이 있다고 입증된 사실이 없다"며 "우리나라는 국제기준보다 낮은 수치를 기준으로 제시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