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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 고양시장
 최성 고양시장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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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울보시장'인 최성 고양시장이 책을 출간했다. <울보시장>. 가슴으로 쓰는 시정일기다. 최 시장이 울보인 거는 아마도 주변 사람들은 죄다 알 거다. 툭하면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인다. 지난 해 6월, 최 시장과 인터뷰를 하면서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당황했다.

'이 아저씨가 창피한 줄도 모르고 기자 앞에서 울어'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몇 차례 반복되자 생각이 달라졌다. 그의 감정선이 폭발하는 계기가 있었던 것. 어려운 이웃의 이야기를 할 때, 청각장애인 누나 이야기를 할 때 최 시장은 어김없이 눈빛이 흔들렸고 목소리가 변했다.

그건 결국 그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그들의 어려움을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지. 그러자 그의 솔직담백함이 눈에 들어왔다. 감정에 솔직하다는 것은 그만큼 가식이 없고 진지하다는 것이 아닐까. 또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아닐지.

그런 최 시장이 책을 출간했다. <울보시장, 가슴으로 쓰는 시정 일기>. 최 시장이 이제는 아예 내놓고 '울보'라는 것을 광고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 그와 자주 대면하는 이들은 그가 울보인 것을 대충 눈치 챘겠지만, 고양 시민들은 모르는 이들이 태반일 테니까 말이다.

최 시장이 책을 출간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배움-김대중 잠언집>을 엮어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도 했으며, 지난 2012년에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갖춰야 할 자격과 조건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책을 출간해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최 시장은 <대통령은 어떻게 탄생하는가?>를 출간하게 된 동기에 대해 "대통령을 뽑은 뒤 손가락을 잘라 버리고 싶다는 후회를 하지 않도록 이번에는 정말로 대통령을 제대로 잘 뽑아야 한다. 유권자들이 대통령을 선택한 뒤 후회하는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책을 내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 지난 해 대선과 관련해 "손가락을 잘라 버리고 싶다"는 후회를 하는 유권자들이 얼마나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울보시장>은 최성 시장이 고양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가슴으로 쓰는 시정'이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의 가슴을 울린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거짓을 더하지 않은 나의 이야기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의 눈물겨운 삶의 모습들을 이 책에 담는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고들 하는데 이렇게 활자로 남긴 말은 오죽하겠는가? 아울러 시민들과 함께 열어갈 보다 나는 미래에 대한 나의 약속과 각오도 덧붙여 적어둔다. - 저자의 말에서

ⓒ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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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참으로 다양하다. 이름을 듣기만 해도 거품을 물고 욕을 하는 이도 있지만, 많은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면서 고마움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 아예 무관심해서 자치단체장이 누구인지 아예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이들이 모두 자치단체장들이 누구보다 청렴하면서 공정하고 정직하게 그리고 믿음직스럽게 시정을 펼쳐나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그런 자치단체장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오늘날 우리의 지방자치의 현주소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최성 고양시장은 어떤 시장일까? 과연 최 시장은 시민들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하고 있을까? 최 시장은 <울보시장>을 통해 자신이 어떤 시장인지, 어떤 시장이고 싶은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울보라는 건, 그것도 그를 선출한 고양시민들을 만나 툭하면 눈물바람을 한다는 건, 그가 어려운 이웃들의, 힘들게 살아가는 고양시민들의 편임을 고집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아닐지.

<울보시장>을 읽으면서 나는 그의 '눈물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순간을 여러 번 경험했다. 세속의 잣대로 보면 그는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이다. 젊은 나이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일했으며,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국회에서 뜻을 펼치기도 했다.

비록 18대 총선에서 낙선해 2년여를, 그의 표현을 빌자면 '눈물 젖은 빵'을 먹기도 했지만 지난 2010년 고양시장에 도전, 당선됐다. 선출직에 도전했지만 계속해서 낙선만 거듭한 이들이 더 많은 세상에서 그는 2년이라는 짧은 기간의 휴지기를 가졌을 뿐이다.

그런 이가 쓴 책이 쉽게 가슴을 울릴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가 만난 수많은 어려운 '민원인'들의 이야기는 고양시만이 아닌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기도 하기에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했고, 목이 메게도 했던 것. 아, 이래서 그가 울 수밖에 없었구나. 이해하게 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울보시장>이 눈물에 푹 젖어서 독자에게 '눈물바람'을 강요하는 건 아니다. 시민을 가족처럼 생각하면서 가족보다 우선 생각하는 최 시장에게 그의 가족이 "고양시민들은 참 좋겠다"는 불만을 털어놓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빵 터졌다. "시민은 가족처럼, 그러나 정작 가족은 시민처럼 대한다"는 푸념을 그의 자녀들이 했다는 것이다.

그의 연애사는 더 재미있다. 연애를 시작하면서 '아는 여자'들을 정리하는 대목은 정말이지 웃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나 사실은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어. 그래서 이제 너를 예전처럼 만나지 못할 것 같아. 우리 관계를 정리하자." 이런 내 말에 친구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한결 같이 대답했다.
"야, 너랑 나랑 무슨 사이인데 정리하고 말고 하냐?" - 115쪽.

최성 시장의 <울보시장>에 대해 사람들은 말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서 출간한 홍보용이라고. 최 시장뿐만 아니라 많은 자치단체장들이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두고 책을 출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내놓는 책들을 모조리 싸잡아서 폄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물론 옥석은 가려야 한다만.

<울보시장>을 읽으면서 '소중한 표'를 행사하고자 하는 유권자라면, 고양시의 유권자가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고 냉정하게 그를 살펴보고, 그가 한 일에 대해서 꼼꼼하게 따져보는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고양시민이 아니라면 최 시장을 자기 지역의 자치단체장과 비교, 분석해서 평가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그가 <울보시장>을 통해 제시하는 다양한 이 시대의 화두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울보 시장 - 세상에서 가장 눈물 많은

최성 지음, 다산3.0(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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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기, 이 정도면 괜찮네

태그:#최성, #고양시장, #울보시장, #고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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