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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계곡에서
 천성산 계곡에서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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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엔 매미소리 자지러질 듯 쨍쨍 울어대고 불볕더위에 이웃 텃밭들엔 콩도 누렇게 익고 콩잎도 누렇게 물들었다. 고추는 달군 햇살받을수록 얼굴 붉어지고 야위었던 옥수수는 알알이 익어가며 몸이 불어온다. 칠월의 햇볕은 날로 날로 산천초목을 짙푸르게 하고 가을날을 대비해 열매를 알차게 익히고 있다.  윗 지방은 연일 비소식이건만 이곳은 불볕더위 계속되고 있다. 오늘(7.20) 양산 낮 최고기온은 36도를 웃돈다는데 한 달 동안 산을 못 갔는데 이렇게 무더운 날에 등산이 괜찮을까. 집에서 쉬는 게 나을까 잠시 갈등하면서도 배낭을 챙겨 집을 나선다.

지난 6월 영남알프스 영축산 산행 이후 딱 한 달만에 산을 만나러 간다. 오늘 목적지는 양산의 최고 명산 천성산이다. 여느 때보다 좀 이른 시각에 모이기로 해서 일까 아니면 너무 더워 등산을 지레 포기한 것일까 회원들의 참석륲리 낮다. 단촐하게 열두 명의 회원들이 속닥속닥 산을 만나러 간다.

교회서 출발해 양산 내원사 앞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전 9시 35분. 여름이면 내원사계곡은 입추의 여지가 없이 피서객들이 밀려든다. 이른 아침부터 내원사 입구는 차량진입으로 바빴다. 주차장에 도착,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고 성불암 계곡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하늘은 높고 푸르고 뜨거운 여름 햇살은 쨍쨍~ 그래도 좋아라~
▲ 천성산 하늘은 높고 푸르고 뜨거운 여름 햇살은 쨍쨍~ 그래도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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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은 양산의 최고 명산으로 웅산, 상북, 하북 3개 읍면에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깊은 계곡과 폭포가 많은데다 경치가 빼어나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오늘은 천성산 제2봉(855m)을 만나러 간다. 무더운 날시라 가만있어도 땀이 돋지만 이어지는 그늘진 숲길은 생각보다 상쾌하다. 계곡을 낀 숲은 내내 싱그러운 초록그늘과 바람으로 더위가 한결 덜하다. 계곡과 숲을 돌아 나온 바람은 싱그럽고 상쾌하다.

한참 걸은 것 같은데 가도 가도 오름길이다. 오늘 참석한 회원 중엔 새신자도 참석했는데, 처음엔 흰고무신을 신고 온 걸 봤는데, 산행을 시작하기 전엔 맨발이다. 맨발로 등산한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직접 보긴 처음이다. 발바닥이 안 아플까, 내심 걱정되건만 본인은 여유만만이다.

얼마쯤 걸었을까. 무더운 날시에 모두들 지치기 시작할 즈음에 발 담그고 놀 수 있는 계곡물에 발 담그고 잠시 휴식.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 청아한 계곡 길에 발 담그고 놀다가 다시 힘을 동원해 일어선다. 길은 호젓하고 고요해서 속닥속닥 걷기 좋다. 길은 여전히 오름길이나 완만한 흙길에 오솔길이라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 같다. 천성산 제2봉 정상은 아직도 까마득하다.

천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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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천성산 계곡길은 비슷비슷해서 와본 지 오래된데다 기억이 가물가물해 전에 왔던 길인 걸로 알고 그저 걷고 또 걸었다. 천성상 종주하듯 오래 걷고 나서야 처음 와 본 길이라는 것을 알았다. 최단거리 코스도 있지만 이 길은 일부러 돌고 돌아서 먼 길로 천성산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사람들은 조금씩 지쳤고 의견도 분분해 계곡에 발 담그고 쉬다가 짚북재까지만 갈 것인지 짚북재에서 점심을 먹고 계속해서 정상까지 갈 것인지 결정하기로 했다.

드디어 집북재에 도착했다. 숲으로 싸인 넓은 안부 짚북재 안부엔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시원상쾌했다. 한모금의 차가운 얼음물 맛 못지않게 시원한 바람을 받으며 짚북재에 자리를 깔고 두런두런 모여 앉았다. 초록 바람은 여전히 불어 시원하고 숲그늘이 쨍쨍한 햇살을 가려 숲 그늘 아래 앉아 힘들게 걸어온 피로를 씻으며 산상만찬을 즐겼다. 여러사람이 모인 만찬 자리엔 여러 가지 음식들과 간식거리들이 있어 먹거리도 풍성해라.

천성산 짚북재에서
 천성산 짚북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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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기 전까지만 해도 천성산 정상까지 못 가겠다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막상 짚북재에서 산상만찬으로 기력을 회복하고 휴식하고 보니 마음이 싹 변했나보다. "자, 정상가지 갔다 옵시다!" 그래도 짚북재에 남겠다는 사람도 있었으니 딱 한 사람...가방이 무겁다는 사람들의 배낭을 지키며 쉬겠노라 했다. 한 사람만 남겨두고 모두 천성산으로 향해 출발.

올라갈수록 길은 더 높이 일어서고 나무계단 길을 걷다가 흙길 바윗길 걸으며 얼마쯤 올라가보니 하늘이 탁 트인 조망바위가 나온다. 내내 숲길 이어지다가 햇빛 쨍하게 맑은 하늘을 보고 굽이굽이 펼쳐진 산 마루금을 보니 가슴이 탁 트이고 후련했다. 마치 가을하늘처럼 높고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 양털구름, 깃털구름 시리도록 흰 구름들이 수놓고 있다. 와~ 짚북재에서 중도포기하고 내려갔더라면 이 좋은 경치를 못 볼뻔 했구나. 탁 트인 조망, 멀고 가까운 산 능성들이 아름답게 솟고 뻗어 있는데다 다시 얼마쯤 올라가니 천성산 2봉이 저만치 우뚝 솟아 있다.

천성산 2봉 정상에서
 천성산 2봉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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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2봉 정상에서 추억의 아이스케키 맛이란
 천성산 2봉 정상에서 추억의 아이스케키 맛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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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은 바위들을 짚고 건너 드디어 천성산 2봉에 도착했다. 이 뜨거운 여름에도 천성산을 찾은 사람들도 많다. 천성산 2봉에 도착한 우리는 정상 주변에 모여 앉아 땀을 식히며 망중한. 이곳 정상까지 추억의 아이스케키 팔러온 장사치도 있다. 모처럼 등산에 참여한 집사님 한 분이 아이스크림을 쏘신단다. 추억의 아이스케키 하나씩 손에 들고 바위에 앉아 있으니 가만 있어도 아이스크림이 절로 녹는다. 무더운 날에 집에 있었다면 필시 비실비실 흐느적거렸겠다. 땀 흘리며 산에 올라보니 오히려 시원하고 상쾌한데다 몸도 가볍다.

이제 하산길로 접어든다. 정상 일대를 지나 다시 나무 계단길을 짚고 내려와 우거진 숲길로 들어섰고 짚북재에 도착했다. 홀로 짚북재에 남아 있었던 집사님은 숲속에서 낮잠 자다가 추워져서 일어났단다. 하산 길은 숲길로 이어지다가 희미한 계곡 물소리 들리다 점점 물소리 환해지고 계곡은 더 넓어졌다. 찰찰 흐르는 물소리 듣고 보며 바람 계곡 길을 걸어 제법 넓은 자갈 깔린 계곡에 퍼져 앉아 발을 담그고 몸을 담갔다. 누군가 웃통을 벗고 먼저 물에 뛰어들자 한 사람 두 사람 차례로 물속으로 풍덩 풍덩 빠졌고 모두들 아이들처럼 물놀이를 맘껏 즐겼다. 역시 여름엔 계곡 산행이 최고다.

천성산 계곡에서
 천성산 계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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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길고 긴 길을 걸었다. 천성산 2봉을 만나러 가고 오는 길이 돌고 돌아 천성산 종주하듯 했다. 하지만 숲속에서 계곡에서 마음껏 자연의 품에 안겨 어리광 부렸고 쉬었다. 길은 호젓하고 아름다웠고 바람은 상쾌하고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고 구름은 눈부셨다. 계곡을 끼고 걷는 숲길은 우리 몸과 마음을 밝고 맑게 했고 싱그러운 7월의 숲에서 우린 초록으로 짙게 물들었다. 숲과 계곡에서 속닥속닥 성도간의 교제도 깊었다. 내원사 매표소 주차장에 도착하니 어느새 오후 6시가 넘었다. 참 긴 길 걸었고 즐거웠던 천성산 계곡산행이었다.

천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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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7월의 숲에선 바람도 햇빛도 초록을 입는다
▲ 천성산 싱그러운 7월의 숲에선 바람도 햇빛도 초록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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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1. 일시: 2013년 7월 20일(토) 맑음
2. 산행: 부산 포도원교회 등산선교회: 12명
3. 정상에서의 조망: 탁월함
4. 산행시간: 8시간 40분(식사시간 물놀이 시간 포함)
5. 진행: 내원사 매표소앞 주차장(9:35)-성불암 계곡-성불암 입구(9:55)-짚북재(11:55)-점심식사(11:55~12:55)-출발(12:55)-삼거리(중앙능선, 정상, 갈림길 1:25)-천성산 2봉 정상(2:05)-하산(2:25)-짚북재(3:10)-산하동계곡(노전암 방향)-계곡(물놀이 1시간)-노전암 입구(5:45)-내원사 매표소 앞 주차장(6:15)
7. 내원사 매표소-성불암계곡-짚북재: 트레킹 코스, 폭포 계곡길 이어짐



태그:#천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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