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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YMCA국토순례 3일째입니다. 처음엔 자전거 기어 조작이 서툴러 고생하던 아이들도 이제는 제법 익숙해지고, 자전거 라이딩의 기본규칙들도 몸에 배었습니다.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가고, 줄을 맞춰 달리고, 주행 도중에 장난을 치지도 않습니다. 또 문제가 생겼을 때는 길 옆으로 빠지고 천천히 갈 때든 빨리 갈 때든 서로에게 큰소리로 알려주며 함께 달립니다. 아이들의 이런 모습이 무척 사랑스럽고 기특했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는 3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여수에서 임진각까지 581km의 거리를 7일 동안 이동하는 여행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죽기 살기로 달려야만 하는 무척 힘들고 고된 체험이지요. 그런데 아이들은 이 여행에 참가하려고 줄까지 섭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자신의 한계에 부딪혀 보는 자전거 국토순례
▲ 힘든여행 자신의 한계에 부딪혀 보는 자전거 국토순례
ⓒ 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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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다시는 안 온다"는 둥, "자전거 국토순례는 미친 짓"이라는 둥 말들은 많이 하지만, 끝날 때가 되면 내년에 다시 올 것을 약속합니다. 참으로 신기하고 이상하고 오묘한 일입니다. 첫날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날이 갈수록 아이들은 변합니다. 철이 든다고 할까요? 어른이 되어가는 듯도 합니다. 국토순례에 무엇이 있기에, 아이들은 그토록 오고 싶어 하는 것일까요.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 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알다

국토순례에 참가한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물이 이렇게 소중할 줄이야", "침대에서 잘 수 있는 게 행복한 거였구나", "쉴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한 거구나" 등등. 아이들은 늘 곁에 있기에 아무 생각 없이 쓰던 모든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국토순례에 참가한 이상, 아무 때나 물을 마실 수 없고 정해진 시간에 주어진 양의 물만 마실 수 있습니다. 배가 고파도 참았다가 먹어야 하고 밥투정을 한다고 해도 엄마가 해주는 그런 밥이 나오지 않습니다. 내가 입은 옷은 그날 저녁에 빨아야 내일 다시 입고 자전거를 탈 수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마시고 쓰던 물이 이렇게 귀할 수가 없고, 배가 고프면 언제든지 마음껏 먹을 수 있었던 것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고, 폭신한 침대의 안락함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엄마가 밥을 해주고, 빨래를 해주고, 챙겨 주는 것들이 늘 당연하다 생각했던 아이들. 아이들은 그동안 '엄마의 일이었다'고 여겼던 것들을 직접 해보면서 엄마의 수고로움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 엄마 참 힘들었겠구나'라고 말입니다.

둘째, 배려하는 마음을 알게 된 아이들

아이들은 처음에 "이런데서 자요?", "어디까지 가요?", "나는 차 타면 안 돼요?"라며 투덜거렸습니다. 참 많이도 투덜댑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니,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시기고요. 아이들은 뭐만 하자고 하면 "왜 해야 하죠? 나는 안 하면 안 돼요?"라고  묻습니다. 자기만 피해가려고 잔꾀를 부리기도 합니다.

국토순례중 점심시간의 모습입니다.
▲ 고생하는 아이들 국토순례중 점심시간의 모습입니다.
ⓒ 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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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힘든 나날을 함께 할수록 아이들은 변합니다. '내가 목이 마르면 너도 마르겠구나!', '내가 힘들면 너도 힘들겠구나!', '내가 하기 싫으면 너도 하기 싫겠구나!'라고 말입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를 챙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들이 변했음을 말해줍니다.

처음엔 간식을 먹고 나서 정리하려고 해도 서로 안 하겠다고 미뤘습니다. 당번을 정해도 당번인 아이만 정리를 했는데, 나중엔 서로 도와가며 챙기더군요. 또 물을 아꼈다가 정말 많이 지친 친구가 보이면 건네기도 합니다. 그래야 내가 진짜 힘들 때 친구도 나에게 물을 건넨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셋째, 공동체 규칙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돼

처음엔 뭘 시키기만 해도 "왜 해야 돼?"하던 아이들이 시간이 흐르자 규칙도 잘 지킵니다. 왜 그렇까요? 함께 달리다 보면 나 때문에 친구가 다치기도 하고, 규칙을 지키지 않는 친구 때문에 내가 다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한쪽에서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당연히 규칙을 잘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자전거 대열에서 흔들리면 앞, 뒤, 옆 모든 친구에게 피해가 된다는 것을 아이들은 경험한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서 공동체의 규칙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들만의 약속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넷째, 나는 대단한 사람이구나!

아이들은 이렇게 힘든 도전을 해보고 참고 이겨냅니다. 산오르막을 오르다 너무 힘이 들어서 눈물이 나기도 하고, 힘들어서 엄마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걸 포기할까? 말까? 수많은 시련과 맞딱드립니다. 그래도 하다 보면 다 됩니다. 친구도 하니 나도 합니다. 내가 하니 친구도 합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서로 의지하며 힘들고 대단한 도전에 성공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제일 힘든 코스를 다녀오고 나면 꼭 그럽니다. "이제 못할 게 없겠어요!"라고 말입니다. '나는 이제부터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강인한 자신감이 충만해지는 겁니다. 이 시기에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여주고 독립심을 키워줍니다.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 경험인지 모릅니다.

아이들은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기쁜 일에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슬픈일에 공감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힘들 거라 포기 하지 말고 도전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내 삶을 내가 스스로 행복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내삶의 주인은 나임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무섭다고 도망치지 않고 부딪히며 힘들면 도와달라 말하고, 또 힘든 이를 외면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한 번의 경험이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어 주지는 못하겠지만, 아이들이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2013 제 9회 한국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 순례는 7월 26일~8월 2일까지 진행됩니다.



태그:#YMCA, #자전거, #국토순례, #여름방학여행,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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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CA아기스포츠단에서 아이들과 경험하는 일상들, 자유로운 생각으로 교육을 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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