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광주송정역 앞 이른 아침 풍경. 송정오일장을 비롯한 시장들과 떡갈비 거리 등으로 찾는 이들이 많다.
 광주송정역 앞 이른 아침 풍경. 송정오일장을 비롯한 시장들과 떡갈비 거리 등으로 찾는 이들이 많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흔히 광주의 '오미'로 꼽는 음식이 있다. 광주한정식, 지산유원지 보리밥, 광주김치, 광주오리탕, 송정리떡갈비가 그것이다. 경전선의 종착역 광주송정역에서 내려 가까운 '송정리 향토 떡갈비거리'를 찾았다.

갈비 굽는 고소한 냄새에 절로 발길이 멈춘다

광산구청 주위로 떡갈비거리가 들어선 것은 30여 년 전이라고 한다. 이젠 하루에 수천 명이 찾는 소문난 거리가 됐다. 골목을 따라 죽 늘어선 떡갈비 음식점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소문난 집들이다. 어느 집이든 방송에 소개가 안 된 집이 없을 정도로 저마다 요란한 간판을 내걸고 있다.

30여 년 전부터 들어섰다는 송정리 향토 떡갈비거리
 30여 년 전부터 들어섰다는 송정리 향토 떡갈비거리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인절미 떡처럼 네모지게 만든 이곳의 떡갈비는 술안주 겸 별미로 사랑을 받고 있다. 갈비살에 여러 부위의 고깃살을 섞어 다진 다음 마늘, 생강, 참기름 등 갖은 양념을 발라 숯불에 구워낸 떡갈비의 구수한 냄새는 절로 발길을 멈추게 한다. 먹기도 편할 뿐더러 부드러운 고기에 양념까지 배어 더할 나위 없이 맛있단다.

덤으로 소뼈와 무를 넣고 푹 고아낸 뼈 국물을 무한정 내어주니 그 인심 또한 넉넉하다. 거리 양쪽에는 떡갈비 식당들이 빼곡 차 있고 평일인데도 연신 식당을 들락거리는 손님들로 분주하기 이를 데 없다.

미식가라면 꼭 찾는다는 광주의 '우삼탕'을 아세요?

떡갈비의 유혹을 애써 물리치고 골목 한쪽에 있는 전남식당을 찾았다. 이 집을 애써 찾은 건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본 소개 때문이었다. 고깃덩어리를 연상케 하는 기름하니 시뻘건 간판에서 겉으로 보기에도 만만치 않은 식당의 관록이 풍겨왔다.

자신을 주인 할머니의 사위라고 소개한 젊은 사내는 우삼탕의 원래 이름이 '우신우랑'이라고 했다. 고개를 갸웃거렸더니 자신도 정확히는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선 '소미자'라고 흔히들 부른다고 했다. 소미자라? 그게 대체 뭐란 말인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더니 사내는 야릇한 웃음을 지었다.

"황소의 부위 중 가장 부드러운 힘살이라는 것인데요. '미자'는 수소에만 있는 거시깁니다. 허허."

아삭아삭한 콩나물이 들어 있는 선짓국에 몇 가지 반찬들이 먼저 나오고 이어서 우삼탕이 나왔다.
 아삭아삭한 콩나물이 들어 있는 선짓국에 몇 가지 반찬들이 먼저 나오고 이어서 우삼탕이 나왔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우삼탕은 이 집에서 1992년에 개발한 음식이라고 했다. 식당이 생긴 지는 30여 년 정도 되었단다. 원래는 이 일대에서 더운 여름에 기운을 차리는 보양식으로 종종 먹곤 했던 음식이었는데, 처할머니가 할아버지 보양식으로 해드리던 음식을 장모 되는 분이 상품화해서 식당에서 처음으로 판 것이 그 시초였다. 처할머니의 음식 솜씨와 장모의 아이디어가 합쳐 만들어진 음식인 셈이다.

소고기와 인삼이 들어간 이 보양식은 소의 부위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부위인 '소미자(우신, 牛腎)'를 재료로 한다. 소고기 중에서도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건 혀나 머리, 미자 같은 특정 부위들이다. 하루 동안 푹 곤 소뼈 육수와 미자를 넣고 삶은 육수를 섞어서 탕수를 만든 뒤에 인삼이나 밤, 대추, 마늘, 찹쌀을 넣어 충분이 고아내면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을 자아낸다.

지금은 김행자(64) 씨의 딸과 사위가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음식을 내온 사람은 딸이었고, 사위는 서빙을, 할아버지는 이리저리 손님상을 살피고 있었다. 한때는 인근 상무대 군인들이 휴가나 외박을 나가면 이곳의 우삼탕은 꼭 먹었다고 한다. 우삼탕 한 그릇이면 힘이 불끈 솟는다고 하니 안 먹고는 배길 재간이 없었을 게다.

우삼탕은 하루 동안 푹 곤 소뼈 육수와 미자를 넣고 삶은 육수를 섞어서 탕수를 만든 뒤에 인삼이나 밤, 대추, 마늘, 찹쌀을 넣어 충분이 고아낸다.
 우삼탕은 하루 동안 푹 곤 소뼈 육수와 미자를 넣고 삶은 육수를 섞어서 탕수를 만든 뒤에 인삼이나 밤, 대추, 마늘, 찹쌀을 넣어 충분이 고아낸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우삼탕은 소의 부위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부위인 소미자(우신, 牛腎)를 재료로 한다.
 우삼탕은 소의 부위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부위인 소미자(우신, 牛腎)를 재료로 한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처음 먹는 이들은 거부반응도 있을 법한데, 사내에게 그 맛을 물었더니 도가니와 비슷하다고 했다. 아삭아삭한 콩나물이 들어 있는 선짓국에 몇 가지 반찬들이 먼저 나오고 이어서 우삼탕이 나왔다. 고기를 먼저 건져먹고 죽을 먹었다. 고기는 파에 싸서 먹는데 묵은지나 생김치와 같이 먹거나 초장 혹은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더욱 좋다.

죽을 다 먹고 나니 쑥으로 만든 약차가 나왔는데 주인장이 직접 캐서 말린 가을 쑥에 오미자, 감초, 대추 등을 우려서 끓였단다. 이 특이한 우삼탕은 1만7천 원인데 이밖에도 미자수육, 백합삼탕, 전복삼탕 등의 메뉴가 눈길을 끌었다.

벽에는 국산 쌀, 김치, 육류만을 사용한다는 큼지막한 안내문구와 더불어 각종 방송사들의 촬영장면들이 걸려 있었다. 1994년 12월 1일에 썼다는 한국전통음식보존협의회의 액자도 보인다.

맛 찾아 20년. 이 집은 백파 홍성유 선생의 한국의 맛있는 집으로 선정된 집으로서 20년에 걸친 향토 미각순례에서 찾은 맛있는 집 999점입니다. 위 집들은 매스컴이나 잡지에 나오는 별미여행의 원전으로 참조되어 왔음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올바르게 보존하여 식도락가의 별미여행에 즐거움을 더하기 위하여 그 뜻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합니다.

주인장이 직접 캐서 말린 가을 쑥에 오미자, 감초, 대추 등을 우려서 끓였다는 쑥차
 주인장이 직접 캐서 말린 가을 쑥에 오미자, 감초, 대추 등을 우려서 끓였다는 쑥차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우삼탕은 먹는 이에 따라 다소 밍밍하다거나, 담백하니 좋다는 등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듯한데, 고기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푹 끓인 걸쭉한 탕은 보양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꽤 든든한 것이 힘이 절로 솟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우삼탕은 상표등록을 한 특허음식이다.

엄청난 국밥 종류... 메뉴 보고 '깜놀'

떡갈비 거리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송정오일장과 송정매일시장 입간판이 나란히 서 있다. 다음 날 아침 이곳을 찾았을 때는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점포들은 거의 문이 닫혀 있었고 국밥집 서너 군데만 문이 열려 있었다.

이곳에는 국밥집이 즐비하다. 2년 전 이곳에 왔을 때, 수많은 국밥 이름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장터국밥·머리국밥·내장국밥·순대국밥·콩나물국밥·선지국밥·암뽕국밥·새끼보국밥·특국밥·살코기국밥….' 그중 여행자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새끼보국밥'은 알고 봤더니 돼지가 새끼를 낳을 때 나오는 태반과 탯줄로 만든 국밥이었다.

광주송정역 앞에는 송정오일장과 송정매일시장, 송정역전매일시장 등이 있어 활기차다.
 광주송정역 앞에는 송정오일장과 송정매일시장, 송정역전매일시장 등이 있어 활기차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송정오일장에는 다양한 국밥을 파는 국밥집들이 유명하다.
 송정오일장에는 다양한 국밥을 파는 국밥집들이 유명하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3일과 8일에 열리는 송정오일장은 1920년대까지만 해도 광주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다. 예전에 함평, 영광, 나주, 목포에서 몰려든 상인들과 장보러온 사람들로 붐볐던 전남 서남부지역의 중심상권으로 우시장이 유명했다. 지금은 156칸의 장목을 새로 마련하여 옛 영화를 되찾으려 하고 있다.

시장 한쪽 우체국 앞에는 이곳 출신 국창 임방울 선생의 동상이 서 있었다. 길 건너에는 시장이 하나 더 있는데 송정역전매일시장이다. 역 앞 시장이라서 그런지 앙증맞을 정도로 작은 시장을 둘러보는 일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송정우체국 앞 국창 임방울 선생 동상
 송정우체국 앞 국창 임방울 선생 동상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송정역전매일시장의 아침은 한산했다.
 송정역전매일시장의 아침은 한산했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 2012년 8월부터 1년 동안 연재했던 '경전선 남도 800리, 삶의 풍경'은 마지막 1편(광주송정역②)과 에필로그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끝까지 성원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이 기사는 코레일과 블로그 '김천령의 바람흔적'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광주송정역, #경전선, #송정오일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길의 미식가이자 인문여행자. 여행 에세이 <지리산 암자 기행>, <남도여행법> 등 출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