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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키리크스에 미국의 군사·외교 기밀 자료 70만 건을 넘긴 혐의로 기소된 브래들리 매닝 일병이 30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포트미드 군사법정을 떠나고 있다.
위키리크스에 미국의 군사·외교 기밀 자료 70만 건을 넘긴 혐의로 기소된 브래들리 매닝 일병이 30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포트미드 군사법정을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EPA

미국 군사법원이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미국의 군사·외교 기밀 자료 약 70만 건을 넘긴 혐의로 기소된 브래들리 매닝(25)에게 이적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간첩죄에 대해서는 유죄 평결을 내렸다.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는 "내부고발자에 대해 간첩죄가 적용된 것은 처음"이라면서 "국가안보 극단주의의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적혐의 무죄 나왔지만, 간첩죄 등 20개 혐의 유죄

30일(이하 현지시간) 데니스 린드 군사법원 판사는 메릴랜드주 포트미드 군사법정에서 지난 6월부터 열린 재판에 대한 평결문을 발표했다. 매닝에게 적용된 혐의는 모두 22개. 이 가운데 종신형이 나올 수 있는 이적혐의는 무죄 평결이 나왔다. 검찰 측은 매닝이 유출한 문건을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에 대한 음모를 꾸미는 데 사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허가받지 않은 정보를 소유했다는 혐의 역시 무죄였다.

하지만 린드 판사는 검찰이 기소한 나머지 20개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평결을 내렸다. 이 가운데는 간첩죄, 정부 재산 절도, 컴퓨터 사기, 명령 불복종 등이 포함돼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린드 판사가 형량을 높게 적용할 경우 최대 136년형이 나올 수 있다. 앞서 매닝은 형 감량을 위해 일부 유죄를 인정했지만, 이는 최대 2년형이 나올 수 있는 혐의였기에 별다른 효력이 없었다. 남색 제복을 입은 매닝은 가만히 선 채 담담한 표정으로 평결을 들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2007년 입대한 매닝은 정보 분석관으로 훈련을 받았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군 측은 매닝이 간단한 훈련을 통과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동료 군인들과도 원만하게 지내지 못하는 등 처음부터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2009년 10월, 이라크로 파병을 간 매닝은 이곳에서 군사·외교 기밀문서가 있는 비밀 정보망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다. 군 검찰은 재판에서 매닝이 자신이 유출한 자료의 민감함을 무시하고, 개인적 명성을 위해 이것을 반정부 활동가들과 아나키스트들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매닝의 변호인 측은 매닝이 이라크 전쟁에서의 폭력을 보고 혼란을 겪었고, "전 세계적인 논쟁을 촉발시키기 위해" 기밀문서를 복사했다고 반박했다. 매닝의 변호인은 매닝을 "나이브(순진)하고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으로 묘사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2010년 2월, 매닝은 방대한 양의 자료를 위키리크스에 넘겼다. 그는 여기에 다음과 같은 메모를 붙였다.

"이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건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는 전쟁의 안개를 걷어내고, 21세기 비대칭적 복지의 본질을 밝힐 것이다."

이후 매닝은 총 70만 건이 넘는 문서와 다른 자료들도 위키리크스에 제공했다. 이 가운데는 "부수적 살인(collateral murder)"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영상도 포함돼있었다. 2007년 7월 제작된 이 영상에서 아파치 헬기를 탄 미군들은 비무장한 민간인들을 향해 마치 게임하듯이 총을 난사한다. 이로 인해 11명이 죽었고, 여기엔 로이터 사진기자도 포함돼 있었다. 이 동영상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지 한 달여 만인 2010년 5월, 매닝은 체포된다. 이후 매닝은 3년간 재판도 받지 못한 채 수감생활을 한다. 매닝의 변호인 측은 매닝이 교도소에 있는 동안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위키리크스 "진실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 간첩행위 아냐"

평결 몇 시간 전, 법원 정문에는 매닝의 지지자 수십 명이 모였다. 이들은 "진실"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볼티모어에서 온 바바라 브리지는 <워싱턴 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그는 적을 도우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은 가장 높은 형이 나올 수 있는 이적혐의가 무죄가 나왔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매닝이 앞으로 남은 인생을 교도소에서 보낼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 것에 실망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시민 자유권을 중시하는 이들은 남북전쟁 이후 적용된 적이 없는 이적혐의가 이번 사건을 통해 부활하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의 벤 위즈너는 매닝이 "가장 위험한 죄"에서 무죄를 받아 기쁘다면서도 간첩죄 위반 평결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위즈너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공익을 위해 언론에 정보를 유출하는 것을 간첩죄로 기소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는 정부가 앞으로 중요한 정보를 공개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위협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키리크스 운영자 줄리안 어산지
위키리크스 운영자 줄리안 어산지 ⓒ 위키리크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는 홈페이지에 발표한 성명에서 "진실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은 간첩행위가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정부는 전임 정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내부고발자와 언론인들을 간첩죄로 기소했다. 재판 내내 군 검찰은 매닝의 공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어느 한 사람도 증거로 제시한 적이 없다. 정부는 매닝이 외국 세력을 위해 일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단 하나의 피해자는 미국 정부의 상처받은 자존심이다. 하지만 이 젊은 청년을 학대하는 것으로 그것을 회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군사 법원의 선고공판은 오는 31일 시작된다. 매닝이 항소할 가능성이 높아 그의 운명이 결정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브래들리 매닝#위키리크스#줄리안 어산지#이적혐의#간첩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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