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같았더라면 벌써 끝났을 게 장마입니다. 그러나 올 장마는 뭣에 그리도 미련이 남았는지 여태 안 가고 미적거리네요. 반가운 손님도 사흘 지나면 귀찮은데 말입니다.
한낮에 비해 비교적 덜 더운 오전에 늘 가는 대전역 옆의 전통시장인 역전시장에 다녀왔습니다. 그러면서 보자니 대전역 앞의 상가 대부분은 '휴가 중'이란 안내문을 붙여놓고 문을 닫았더군요.
하지만 하루 건너 야근과 만나야 하는 경비원이 직업인 저로선 휴가를 애당초 도모할 수 없습니다. 경제적 여유 역시 없기는 매한가지죠.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전혀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 군대서 쉬 하는 말이 뭡니까?
그건 바로 "안 되면 되게 하라!" 이거 아닙니까! 따라서 휴가도 만들면 된다는 것이죠. 딱히 휴일이 없는 우리로서는 다른 경비원의 업무를 대신 해 주는 대근(代勤)이 그 어떤 비책이자 방책입니다.
즉 오늘 다른 직원의 대근을 서 주는 대신 저는 제가 필요로 하는 날에 하루를 맘 놓고 쉰다는 것이죠. 그 날이 오는 8월 4일입니다. 대신 그 다음 주 일요일인 8월 11일엔 다른 직원의 근무를 제가 하는 거죠.
따라서 벌써부터 어쨌거나 억지로라도 만들어 낸 휴가 아닌 휴가를 어찌 보낼까를 두고 벌써부터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답니다. 멀리 갈 수는 없으니 가까운 우암사적공원에 가서 그곳의 야트막한 개울에서 탁족을 하고 싶네요.
이어 근처의 식당에서 아내와 맛난 고기라도 씹으며 술을 한 잔 하고 싶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어제 개봉했다는 송강호 주연의 <설국열차> 영화까지 관람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이와 같이 다만 하루라도 휴가랍시고 쉴 수 있다는 건 분명 행운이라 하겠습니다.
이마저도 화중지병으로 아는 사람 또한 적지 않을 터니 말이죠. 하여간 제가 다른 직원과 공모(?)하여 나름의 휴가랍시고 만들어내고 보니 문득 어떤 정치인의 어록이 생각납니다. "그 어떤 난관이 닥칠지언정 나는 물구나무서기를 해서라도 반드시 여의도에 입성하겠다"던.
결국 그 정치인은 와신상담의 고초 끝에 재선의원이 되어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들어갔지요. 그런 걸 보면 세상에 불가능은 없지 싶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여전히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어서 오늘의 야근을 마치고 내일 아침이 되어 귀가하고 싶네요! 그러면 한숨 자고 일어난 뒤 수건과 물병 등 아주 간단한 것만을 챙겨서 아내와 피서를 가겠습니다.
"이 못된 폭염아, 더 기승을 부려봐라. 나도 드디어 '피서' 간다!"